국내 대표 국민주로 꼽히는 삼성전자의 소액주주 수가 1년 사이 140만명 넘게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10만 전자’ 기대감을 높이던 삼성전자 주가가 연중 내내 부진한 모습을 보이자, 주가 상승을 기대하던 투자자들이 대거 이탈한 것으로 풀이된다.

7월 31일 삼성전자 서초사옥에서 관계자가 드나들고 있다. /뉴스1

14일 삼성전자의 반기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기준 삼성전자의 소액주주는 총 424만7611명으로 집계됐다. 삼성전자 총발행 주식의 67.66%를 소액주주들이 보유 중이다.

소액주주는 지난해 같은 시기 566만8319명에서 25.06%(142만708명)나 줄어들었다. 통상 소액주주 수 100만명 이상인 주식을 국민주라고 부른다.

여전히 삼성전자 전체 주식의 절반 이상을 소액주주가 갖고 있다. 하지만 삼성전자 소액주주 수는 지난해 말 500만명대가 무너진 467만2039명을 기록한 후 올해 6월 이후로는 450만명을 밑돌고 있다.

지난 2021년 초 삼성전자 주가가 9만원을 넘기며 급등하자, 삼성전자를 사들인 소액주주들은 600만명에 육박했다. 하지만 이후 급등했던 주가가 하락하기 시작하면서 주주들의 이탈도 가속화됐다.

삼성전자의 주가는 올해 초 7만8500원에서 이날 7만7200원에 거래를 마치며 1.66% 하락했다. 같은 시기 코스피 지수가 0.41% 내린 것과 비교했을 때 더 부진한 모습이다. 이 기간 또 다른 대표 반도체 기업인 SK하이닉스는 31.94% 급등했다.

지난달 삼성전자가 2분기 ‘어닝 서프라이즈(깜짝 실적)’을 발표한 후 주가는 같은 달 10일 8만7800원까지 오르며 ‘10만 전자’의 기대감을 다시 불러일으켰다. 하지만 이후 인공지능(AI) 사업 수익성에 대한 우려로 기술주들이 하락하면서 삼성전자 주가도 7만원대 후반까지 다시 빠졌다.

증권가에서는 삼성전자 주가 전망에 대해 엇갈린 의견을 내놓고 있다.

KB증권은 이달 1일 삼성전자 목표 주가를 12만원에서 13만원으로 상향 조정했다. 김동원 KB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올해 4분기부터 5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인 HBM3E 공급이 본격화되고 범용 D램의 매출 비중도 확대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 센터장은 “엔비디아, AMD, 북미 AI 데이터센터 업체들의 HBM3E 8단, 12단 수요가 동시에 급증하고 있다”며 “3분기 삼성전자는 우려가 기대로 빠르게 전환되는 구간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그는 삼성전자를 하반기 유가증권시장 최선호주로 제시했다.

반대로 같은 날 iM증권(옛 하이투자증권)은 삼성전자 목표 주가를 10만1000원에서 9만7000원으로 낮춰 잡았다. 송명섭 iM증권 연구원은 “SK하이닉스의 공급량만으로 소비량을 모두 충당할 수 있었던 엔비디아가 삼성전자의 HBM3E 제품을 본격적으로 구매하기 시작할 경우 HBM 부문의 경쟁 심화와 공급 과잉으로 전환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송 연구원은 “만약 현재 경쟁적으로 가속기 반도체를 확보 중인 미국, 중국 빅테크 업체들이 비용 증가, AI 매출 저조, 재고 증가, 경기 둔화 등의 이유로 내년부터 투자 강도를 완화한다면 HBM 수요도 현재 시장의 높은 기대치를 밑돌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