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사 주가순자산비율(PBR)을 1배 미만으로 떨어뜨려 소액 주주의 이익을 해치는 대주주를 처벌해 주십시오.”
지난 9일 ‘PBR 1배 미만 상장사에 대한 처벌 강화’라는 제목의 국회 국민동의청원이 등장했다. PBR이란 주가를 장부 가치로 나눈 것이다. PBR 1배 미만인 회사는 보유 자산을 전부 팔고 문 닫을 때보다도 현재 주가가 싸다는 의미다.
청원인 김모씨는 청원 취지에서 “한국 증시에는 상속 등의 이유로 일부러 기업 가치를 떨어뜨리는 기업들이 많다”면서 “상장할 때는 장밋빛 전망을 내세워 일반 국민들을 우롱하고, 상장 후 실적이 안 좋으면 유상증자나 전환사채를 남발하고, 실적이 좋아도 소액 주주에게 이익을 나눠 주지 않고 부동산 투자나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씨는 이어 “일반 국민의 등에 빨대를 꽂아서 고혈을 빨아 먹는 기생충을 옹호하는 정부 또는 국회가 되지 않으려면, 상장사 악덕 대주주에 대한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13일 오후까지 약 1000명이 청원에 동의했다.
올 들어 정부의 밸류업(기업 가치 개선) 프로그램에 본격 시동이 걸린 가운데, 개인 투자자들 사이에서 이처럼 ‘PBR’이 키워드로 떠올랐다. 기업 가치를 올리면 PBR의 분자에 있는 주가가 올라서 PBR도 따라서 올라가게 되기 때문이다.
원래 ‘PBR 1배 이상’은 34년 만에 사상 최고치를 경신한 일본 증시의 주가 부양 프로그램 중 하나였다. 작년 3월 도쿄증권거래소는 PBR 1배를 밑도는 상장사들을 대상으로 자본 효율을 개선할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해 홈페이지에 공개하라고 통지했다. 일본 대형주 위주의 프라임 시장 소속 상장사의 49%가 PBR 1배 미만일 정도로 저평가가 심각한 상황에서 꺼낸 비장의 카드였다.
도쿄거래소의 ‘PBR 1배 미만은 실격’이라는 압박 전략은 효과적이었다. 많은 상장사들이 자사주 매입·소각, 배당금 확대 등의 주주 환원책을 펼쳤다. 닛케이신문에 따르면, 지난 3월 기준 프라임 시장에서 PBR 1배 미만 기업 비율은 39%로, 1년 동안 10%포인트 감소했다.
한편,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한국 유가증권 시장에서 PBR 1배 미만 상장사 비율은 이달 기준 전체 814개 상장사 중 550개로 67%였다. 업종별로는 금융업종 비중이 17%로 가장 높았고, 화학업종(11%)이 뒤를 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