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증권가에서 ‘미당족(族) 재테크’가 화제다. 미당족은 연금 계좌에서 미국 배당성장주 상장지수펀드(ETF)에 가입해서 노후를 준비하는 투자자들을 일컫는다. 미당은 ‘미국 배당’의 미와 당을 따서 만들어진 신조어다.

미당족이 찜한 상품은 국내 증시에 상장되어 있는 미국배당다우존스 ETF다. 매달 배당이 나오기 때문에 은퇴 이후 월급 통장으로 안성맞춤이란 입소문이 나면서 날개를 달았다.

미국배당다우존스 ETF는 미국에서 인기인 찰스슈왑운용의 ‘슈왑US배당주식(SCHD·이하 슈드) ETF’와 똑같은 전략으로 운용된다. 슈드 ETF는 이달 기준 순자산 77조원에 달하는 초대형 ETF다. 10년 연속 배당했고 매년 배당금도 늘리는 미국 우량 기업 100곳(다우존스US배당100지수)에 투자한다.

슈드 ETF에는 방산기업인 록히드마틴, 제약사 애브비, 코카콜라, 소비재 기업 홈디포, 자산운용사 블랙록, 제약사 암젠 등과 같은 미국의 우량 종목들이 편입돼 있다. 최근 10년 연평균 총수익률(TR)은 11.8%(7월 말 기준).

그래픽=조선디자인랩 이연주

한국에는 총 4개 운용사가 한국판 슈드 ETF를 출시해 운용하고 있다. 똑같은 지수를 추종하기 때문에 분배율은 연 4% 정도로 대동소이하고 수수료도 비슷하다. 사실상 네쌍둥이 ETF인 셈이다. 다만 운용사별로 상품 구색에 약간의 차이는 있다.

‘에미당’으로 불리는 한국투자운용의 ACE 미국배당다우존스 ETF는 지난 2021년 10월 처음 출시됐다. 최근 1년 분배율은 4.2% 정도였다. 한국투자운용에 따르면, 1년 전인 지난 2023년 8월 에미당에 1억원을 투자했다면, 1년 동안 받은 배당금은 421만원(세전)이다.

신한자산운용의 SOL 미국배당다우존스 ETF(솔미당)는 환노출형과 환헤지형(H) 두 가지 유형으로 나와 있다. 환노출형 몸집이 환헤지형보다 훨씬 크다. 그 동안 달러 강세(원화 약세)가 지속됐기 때문에 최근 1년 수익률은 환노출형(15%)이 환헤지형(8%)을 압도한다.

금융상품에 애칭이 붙었다는 건, 그만큼 투자자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다는 의미이기도 하다./그래픽=조선디자인랩 김영재

미래에셋운용의 TIGER 미국배당다우존스 ETF(타미당)는 기본 상품도 있지만, 여기에 약간의 변주(커버드콜 전략)를 넣은 상품도 내놓아 소비자 선택폭을 넓혔다. 커버드콜 전략은 주식을 보유하는 동시에 콜옵션(살 수 있는 권리)을 팔아 이득을 남겨 투자자에게 돌려주는 것이다. 콜옵션 매도로 추가 수익을 노리는 타미당 ETF에는 상품명에 +3%, +7% 프리미엄다우존스라는 표현이 붙는다. 미당족은 타미당3, 타미당7이라고 부른다.

타미당3, 타미당7은 기존 분배율에 콜옵션 매도 수익만큼 더 얹어주는 것을 목표로 한다. 가령 타미당3은 수익을 3%쯤 더 내는 것을 목표로 한다는 의미다(확정치가 아님에 주의).

타미당7은 작년 6월 출시됐는데, 콜옵션 매도로 추가 수익이 제법 나면서 연 분배율이 10%대에 달했다. 하지만 금융의 세계에 공짜 점심은 없는 법이다. 타미당7의 분배율은 높았지만, 1년 수익률은 8.8%였다. 타미당 기본형의 1년 수익률(15%)에 못 미친다. 커버드콜 전략은 콜옵션을 팔기 때문에 상승장 수혜를 전부 누리지 못한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또 타미당3과 타미당7은 보수가 0.4% 정도로, 타미당(0.01%)보다 훨씬 비싸다.

그래픽=조선디자인랩 이연주

삼성자산운용의 KODEX 미국배당다우존스 ETF(코미당)는 이달 출시된 따끈따끈한 신상품이다. 앞서 지난 5월 코미당10(KODEX 미국배당+10%프리미엄다우존스)을 먼저 출시했고, 기본형 상품이 이번에 새로 나왔다.

후발 주자여서 타사 상품과 차별화되는 특징을 많이 장착했다. 우선 분배금을 매달 15일 지급한다. 대다수 상품들은 월말 배당인데, 월중 배당을 하는 것이다. 월말 배당형 상품과 함께 투자하면 2주마다 배당 받는 포트폴리오를 구축할 수 있다. 보수도 0.0099%로 업계 최저 수준이다. 예상 배당 수익률은 연 3.9%.

삼성운용 관계자는 “예상 분배율 3.9%는 고배당주 수익률에 비해 당장은 낮아 보일 순 있지만, 매년 배당금이 늘어날 주식(배당성장주)에 투자하기 때문에 장기로 투자하면 성과가 훨씬 높아진다”고 말했다.

지난해 서학개미들이 가장 많이 순매수한 주식 1위는 슈드(SCHD) ETF였다. /그래픽=조선디자인랩 이연주

그런데 일부 투자자들은 원조인 미국의 슈드(SCHD) ETF에 달러로 직접 투자하는 것이 유리한 것 아니냐고 묻기도 한다. 하지만 일반 계좌에서 해외 상장 ETF에 투자하면 매매 차익에 대해 세금(지방소득세 포함 22%)을 내야 하고, 배당금도 과세(15.4%) 대상이다. 세금 부담이 크기 때문에 개인연금이나 퇴직연금, ISA(종합자산관리계좌) 같은 절세 계좌를 활용하는 것이 유리하다. 절세 계좌에선 해외 상장 ETF에 직접 투자는 불가능하므로, 같은 방식으로 운용되는 미당 ETF 시리즈가 적절한 대안이다.

미당 ETF는 안정적으로 운용되는 상품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원금 손실 리스크가 전혀 없는 건 아니라는 점도 알아야 한다. 실제로 미당 ETF가 추종하는 ‘다우존스US배당100지수’의 연도별 성과를 살펴 보면, 매년 플러스 성과가 나온 건 아니었다. 2018년에는 -5.4%였고, 2022년에도 -3%대로 부진했다. 단기적으로 투자했다면 손실을 볼 수 있는 만큼, 긴 안목에서의 장기 투자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