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일본 개인 투자자들은 큰손인 공적연금(GPIF)의 주식 매수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일본 주식 비중을 지금(25%)보다 높일 수 있다는 증권가 전망 때문이다.

GPIF는 254조엔(약 2316조원)의 돈을 굴리는 전세계 2위 연기금이다. 원래는 붙박이 ‘세계 최대 연기금’이었는데, 엔저로 달러 환산액이 줄면서 올해 노르웨이 연기금에 1위 자리를 내줬다.

GPIF는 지난 2020년 만들어진 포트폴리오를 토대로, 일본주식, 해외주식, 일본채권, 해외채권에 25%씩 자산을 배분하고 있다. GPIF는 5년마다 자산별 기대수익률과 위험 등을 고려해 중장기 포트폴리오를 설정한다.

'자본시장의 대통령'으로 불리는 일본 GPIF의 우에다에이지(植田栄治) 기금운용본부장(CIO). 지난해 역대 최대 수익(45조엔)을 거두는 등 호실적으로 계속 연임돼 5년째 재직 중이다./GPIF

✅“GPIF, 인플레 대비해 일본株 늘릴 듯”

GPIF가 일본주식 비중을 25%로 끌어올린 시기는 10년 전이었다. 당시 GPIF는 일본채권 비중을 60%에서 35%로 대폭 줄이는 대신, 12%였던 일본주식 비중을 25%로 끌어 올렸다. 그런데 10년째 25%로 고정돼 있던 일본주식 비중이 내년부터 높아질 것이란 전망이 솔솔 나오고 있다.

노무라증권의 스다요시키(須田吉貴) 크로스에셋 전략가는 “2025년부터 새로 적용될 GPIF의 포트폴리오는 인플레이션 시대의 첫 조정인 만큼, 채권보다는 인플레이션에 강한 주식 보유 비중을 더 늘릴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노르웨이나 캐나다 연기금의 경우 주식 비중이 70~85%에 달하는데, 그에 비하면 GPIF의 위험자산 비중은 50%로 낮기 때문에 조정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만약 GPIF가 내년에 새로 설정하는 포트폴리오에서 일본주식 비중을 높인다면, 일본 증시 투자자 입장에선 든든한 ‘뒷배’가 생기는 셈이다.

일본은행(BOJ)의 금리 인상을 계기로 일본채권 비중을 조정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GPIF는 올 2분기(4~6월)에 약 8조9000억엔(약 81조2500억원)을 벌었는데, 구체적으로는 해외주식 6조658억엔, 해외채권 3조3035억엔, 일본주식 1조925억엔으로 플러스(+)였다. 하지만 금리 상승(채권가격 하락) 여파로 일본채권에서는 1조4886억엔 손실이 났다.

그래픽=조선디자인랩 이연주

✅韓 연기금은 국내주식 축소 중

닌자개미들은 큰손인 연기금이 증시 안전판 역할을 해 줄 것이란 기대에 부풀어 있다. 최근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도 일본 증시에 힘을 싣는 ‘바이재팬’ 리포트를 발간했다. 그렇다면 한국은 어떨까.

16일 김중원 현대차증권 연구원에 따르면, 한국의 주요 3개 연기금의 국내주식 비중은 계속 감소하는 중이다. 2021년만 해도 17.7%에 달했지만, 점점 줄어 2024년엔 15.1%까지 낮아졌다. 향후 전망도 긍정적이지 않다. 1114조원을 굴리는 주요 연기금인 국민연금(NPS)은 국내주식 목표 비중을 2025년 14.9%에서 점점 줄여 2029년엔 13%까지 축소할 계획이다. 연금을 내는 사람보다 받아가는 사람이 늘어나는 이른바 ‘연금 축소기’에 대비해야 하기 때문이다.

일부 개인 투자자들은 국내 주식을 줄이고 해외 주식을 늘리는 연기금의 선택에 대해 “정부가 추진하는 밸류업 정책에 역행하는 것 아니냐”고 비난하기도 한다. 하지만 실제 성과를 보면 ‘잃지 않는 투자’를 해야 하는 연기금 입장에 수긍이 간다. 현대차증권에 따르면, 올 상반기 3대 연기금의 자산군별 평균 수익률은 해외주식이 14.2%로 가장 높았다.

그래픽=조선디자인랩 이연주

✅개미군단, 최근 1주일 2兆 순매도

“다른 집(해외)에서 위기가 발생하면 우리 집 일도 아닌데 당사자보다 오히려 더 많이 내리고, 남들 다 오르고 나서야 뒤늦게 따라 오르고...”(50대 회사원 P씨)

8월 초 폭락장 이후 나타나고 있는 증시 흐름에 대한 개인 투자자들의 불만이다. 대만 자취안지수는 16일 전날 대비 2% 오른 2만2349에 마감해 7월 말 종가를 웃돌았다. 폭락의 방아쇠를 당겼던 일본 닛케이평균은 이번 주에만 8.7% 오르며 폭락 전 수준에 바짝 다가섰다. 하지만 한국 코스피는 이날 2% 오르긴 했지만, 2700선을 회복하지 못했다.

그래픽=조선디자인랩 이연주

더딘 상승 속도에 실망한 개인 투자자들은 이번 주(12~16일)에만 2조원 어치 한국 주식을 내다 팔았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금융투자소득세 제도 시행 여부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높은 데다 최근 부동산 시장이 불타고 있어서 한국 주식에선 발을 빼겠다는 개인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국내 증시는 코스피 종목의 68%가 주가순자산비율(PBR) 1배 미만이어서 청산 가치에도 못 미치는 저평가 상황”이라며 “변동성과 수익률을 감안해서 보면 국내 증시 경쟁력은 갈수록 떨어질 수밖에 없는 만큼 정책당국의 해결 의지가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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