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초 폭락장에서 서학 개미(해외 주식 개인 투자자)들은 기술주 반등에 투자하는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를 대거 사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당시 곧 반등할 것이라고 기대하며 저가 매수에 나선 것이다.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고위험 고수익)’ 투자로 분류되는 지수를 2배 또는 3배 추종하는 레버리지 ETF를 집중적으로 사들여 과감한 투자에 나선 경향도 나타났다.

14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이달 5~13일(결제일 기준 1~9일) 국내 투자자들은 ‘디렉시온 DAILY SEMICONDUCTOR BULL 3X SHS ETF(SOXL)’를 가장 많이 사들였다. 이 ETF는 미국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 하루 변동 폭의 3배를 추종하는 레버리지 상품이다. 한편 미국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는 올 들어 지난달 7일까지 46.82% 올랐지만, 이달 폭락장에서 지난 7일까지 15.42% 하락했다.

그래픽=조선디자인랩 이연주

2위는 나스닥 지수의 하루 수익률을 3배 추종하는 ‘프로셰어즈 ULTRAPRO QQQ ETF(TQQQ)’, 3위는 나스닥 지수를 그대로 추종하는 ‘인베스코 QQQ TRUST SRS 1 ETF(QQQ)’다. 특히 TQQQ의 경우, 투자자가 급속히 늘어나며 주식 커뮤니티마다 ‘TQQQ단’이 생겨나기도 했다.

한지숙 한국투자신탁운용 ETF 상품전략부 부서장은 “나스닥 지수 추종 ETF는 반도체, 인공지능(AI) 등 테크가 견인하는 장기 시장 성장성에 투자하는 것인데 TQQQ는 QQQ보다 공격적인 투자가 가능하다”며 “나스닥 지수가 오랜 기간 우상향 곡선을 그려왔기에 그에 연동하는 ETF를 장기 보유하면 이익을 낼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4위는 엔비디아의 하루 수익률을 2배 추종하는 ‘GRANITESHARES 2X LONG NVDA DAILY ETF(NVDL)’로 6341만달러 순매수했다.

예탁결제원에 따르면, 13일 기준 서학 개미들이 가장 많이 보유한 주식 1위는 테슬라, 2위는 엔비디아다. 테슬라 주가는 올해 들어 18.94% 하락한 반면, 엔비디아는 145.13% 올랐다. 올 들어 주가가 58.33% 하락한 인텔도 5위에 올라 있다. 펀더멘털(기초 체력)에 비해 ‘너무 저렴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서학 개미들의 공격적인 투자 성향은 이미 해외에서도 유명하다. 블룸버그는 올해 초 “한국 개인 투자자들은 단순한 금융 상품을 지루해한다”며 “그들은 최소한 2~3배 수익률을 원한다”고 분석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