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전세계 경제학자들의 주요 관심 중 하나가 중국의 청년 실업률이다. 경제 활기를 가늠할 수 있는 바로미터인 청년 실업률이 좀처럼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어서다.
장기화되는 중국의 청년 실업이 마치 1990년대 초 버블 붕괴 이후 일본의 청년 고용 실태와 유사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당시 일본은 버블 붕괴 후유증에 경제 저성장이 이어지면서 ‘취직빙하기(就職氷河期)’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청년 실업 문제가 심각했다.
중국 국가통계국이 지난 16일 발표한 7월 청년(16~24세) 실업률은 17.1%로, 올 들어 최고치를 기록했다. 중국 당국은 6~7월 졸업 시즌을 맞아 대졸자 1180만명이 새로 취업 시장에 진입했기 때문에 실업률이 일시적으로 상승했다고 설명했다.
그런데 중국이 올해부터 발표하는 청년 실업률 통계 모집단에는 재학생이 아예 빠져 있다. 학생의 본분은 ‘구직’이 아니라 ‘공부’라는 것이 이유다. 물론 국제노동기구(ILO) 기준에 따르면, 대학생이라도 취업할 의사가 있어서 구직 활동을 하는 사람은 엄연히 ‘실업자’다. 중국은 국내외에서 제기되는 경제난 우려를 의식해 통계 산출 방식까지 바꾸는 강수를 뒀지만, 청년 고용 현실이 호전되기는커녕, 오히려 악화되고 있다.
✅대졸자 1180명 중 절반은 백수
작년 6월 중국 국가통계국은 청년 실업률이 역대 최고치인 21.3%까지 치솟자, 돌연 월간 수치 발표를 중단했다. 당국자들조차 당혹 정도로 수치가 높았기 때문이다. 당시 장단단(张丹丹) 베이징대 국가발전연구원 부교수는 “중국 청년 실업률 통계는 과소평가됐다”면서 “실질적인 청년 실업률은 46.5%에 달한다”고 주장해 논쟁을 일으켰다.
다급해진 중국 정부가 통계 모집단에서 재학생을 빼버리자 실업률은 21%대에서 14%대로 뚝 떨어졌다. 가류(柯隆) 도쿄재단정책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중국 당국은 대학 졸업 후 직장을 구하지 못해 귀향해서 부모에게 얹혀 사는 취업 준비생(취준생)도 실업자 통계에서 제외했다”면서 “농촌 출신 대졸자가 도시에서 취직하지 못한 경우도 실업률 통계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가류 수석연구원에 따르면, 올해 중국에선 대학 졸업 예정자의 48% 정도만 채용이 내정된 상태라고 한다. ‘졸업하면 바로 실업자’라는 자조 섞인 말이 중국에서 유행인 이유다.
✅제로코로나 역풍... “400만 중소기업 파산”
중국의 청년 실업률이 역대 최고로 높아진 이유는 무엇일까. 가류 수석연구원은 중국 정부가 3년 동안 유지한 ‘제로 코로나(zero corona)’ 정책이 최대 원인이라고 지적한다. 제로 코로나 정책이란, 코로나 확진자 발생 시 봉쇄 조치를 진행하는 고강도 방역 정책을 의미한다.
가류 수석연구원은 “제로코로나 정책은 경제 중심지 상하이부터 시골 마을에 이르기까지 중국 경제에 큰 타격을 입혔고, 사회적 보호망이 없는 중소기업 400만곳이 도산했다”면서 “반면 대졸자는 1000만명을 돌파해 계속 늘어나면서 수급 불균형이 생겼고, 역대 최악의 취업난과 실업률이란 결과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중국 경제지표의 감속은 점점 뚜렷해지고 있다. 지난 15일 발표된 중국의 2분기(4~6월)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4.7%로, 시장 전망치(5.1%)에 크게 못 미쳤다. 올 1분기(5.3%)보다도 둔화됐고, 작년 1분기(4.55%)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류위안춘(劉元春) 중국인민대 부총재가 이끄는 중국인민대 경제연구소는 지난해 펴낸 보고서에서 “청년 실업 문제는 앞으로 10년간 지속될 것이며 단기적으로 계속 나빠질 전망”이라며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경제 분야를 넘어 정치 문제를 촉발하는 방아쇠가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中 청춘들의 즉석복권 열풍... 美 밀입국도
미국·일본 등 외신들은 중국 청춘들의 복권 열풍에 대해 집중 조명하고 있다. 취업난으로 스트레스를 받는 청년들이 대박을 바라면서 즉석복권을 사들이고 있다는 내용이다.
블룸버그가 인용한 중국 재정부 통계에 따르면, 중국의 작년 복권 판매액은 5800억위안(약 106조4000억원)으로 사상 최대치에 달했다. 올 1분기에도 1495억위안 어치가 팔렸다. 문제는 작금의 복권 열풍을 청년들이 주도하고 있다는 점이다. 시장조사업체 몹데이터에 따르면, 올해 중국에서 복권 구매자의 80% 이상이 18~34세였다. 2020년 절반 수준이었던 젊은층 비중이 대폭 늘어났다.
일반적으로 젊은이들이 일자리를 구해서 소득이 생겨야 결혼도 하고 집을 살 생각을 하는 법이다. 높은 청년 실업률은 소비 위축과 부동산 불황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지난 15일 중국 국가통계국이 발표한 6월 신축주택가격지수는 70개 주요 도시의 91%가 모두 전월 대비 하락세를 보였다. 올 상반기(1~6월) 부동산개발투자 역시 전년 동기 대비 10% 감소했다.
불안해진 청년들의 극단적인 선택 역시 증가 추세다. 가류 수석연구원은 “요즘 중국 SNS에 투신 관련 영상들이 많이 올라오자, 다리에 자살 방지 그물을 설치하는 곳들이 늘고 있다”면서 “다리 곳곳에 (투신을 막기 위한) 안전 요원들이 배치되고 다리 밑에는 소방대원들이 구명보트와 함께 대기 중”이라고 말했다.
위험이 높아도 멕시코 국경을 넘어 미국에 불법 입국하려는 중국인들이 늘어나고 있다. 지난 2월 닛케이신문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 남부 국경에서 구금된 중국인 불법 이민자는 3만7000명으로 집계됐다. 전년 대비 10배 증가한 수치다. 닛케이신문은 “미국 내 전체 불법 이민자 수가 일정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반면 중국 출신 불법 이민자는 급증하는 추세”라고 전했다.
✅王서방 “럭셔리 대신 금(金) 사재기”
사상 최악의 취업난이 장기화되면서 중국인들의 지갑도 닫히고 있다. 베르사체, 버버리, 마크제이콥스... 중국에선 요즘 명품 반값 할인 행사가 한창이다. 중국 중산층이 사치품 소비를 줄이면서 재고가 계속 쌓이자, 명품업체들이 가격을 대폭 낮춰 판매하고 있는 것이다.
영국 대표 명품업체인 버버리는 중국 매출 부진 쇼크로 최근 주가가 2010년 이후 최저치로 떨어졌다. 컨설팅업체인 베인에 따르면, 지난해 12%로 집계된 중국 내 명품 매출 증가율이 올해는 한 자릿수로 떨어질 전망이다.
가류 도쿄재단정책연구소 수석연구원은 “경제 전망이 불확실해진 지금, 중국 중산층 부인들은 금붙이를 사 모으기 시작했다”면서 “자본이 부족한 청년들은 크기가 작은 콩알금을 사는 게 유행”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