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시장 금리가 떨어지고 있지만 은행들은 가산 금리는 올리는 방식으로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줄줄이 올리고 있다. 7월부터 따지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이 17차례나 올렸다. 가계빚 증가세가 심상치 않자, 이를 억누르려는 금융 당국의 입김이 작용한 결과다. 하지만 이런 관치(官治) 금리가 대출자의 부담만 늘리면서 가계 부채 증가세는 쉽게 잡지 못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신세돈 숙명여대 교수는 “지난해엔 정부가 은행에 대출 금리 인하를 압박하면서 부동산 경기에 불을 붙이더니 이제는 대출금리를 올리라 한다”며 “은행의 금리가 시장 원리가 아니라 정부의 지도에 의해 휙휙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

◇은행들 금리 인상 17차례

18일 5대 은행에 따르면, 7월 초부터 이들이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인상한 횟수는 모두 17차례로 집계됐다. 신한은행의 경우 지난달 15일부터 이달 16일까지 1달 새 금리를 5번 올렸다.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 등 인터넷전문은행들도 금리를 올리기는 마찬가지다.

그래픽=이철원

은행의 대출 금리는 코픽스(COFIX·자금 조달 지수), 금융채 등 기준이 되는 기본 금리에 은행이 자체 산정하는 가산 금리를 더하는 방식으로 정해진다. 그런데 최근 코픽스, 금융채 금리 등 시장 금리는 미국의 기준 금리 인하 기대를 반영해서 떨어지고 있다. 이달 초 은행채 5년 만기(무보증·AAA) 금리는 연 3.101%로 28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코픽스도 두 달 연속 하락세다. 그러자 은행들은 가산 금리를 올리는 방식으로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손보고 있다.

◇시장 금리 떨어져도 대출 금리는 올라

이에 시장 금리 하락세와 달리 주택 관련 대출 금리는 오르는 기현상(奇現象)이 나타나고 있다. 16일 기준 5대 은행의 혼합형(5년 고정 이후 변동금리)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연 3.07~5.97%로 집계됐다. 지난달 16일에는 연 2.89~5.64%였다. 한 달 전보다 상단과 하단이 각각 0.18%포인트, 0.33%포인트 올랐다.

그래픽=이철원

이 때문에 신규 대출자들은 더 높은 금리로 돈을 빌려야 한다. 예컨대, A은행에서 가장 많이 나가는 주택담보대출인 5년 고정 주기형의 경우 한 달 전 최저 금리가 연 2.91%였다. 하지만 지난 16일에는 최저 금리가 연 3.62%로 한 달 만에 0.71%포인트 올랐다. 같은 기간 이 대출의 기본 금리인 금융채 5년물은 0.19%포인트 내렸다.

시장 금리에 맡겨 뒀더라면 0.19%포인트 낮은 금리로 이용할 수도 있었는데, ‘관치 금리’ 때문에 도리어 0.71% 포인트 높은 금리로 빌려야 했다는 뜻이다. 주택담보대출로 1억5000만원(평균 주택담보대출액)을 빌렸다면, 보름 사이에 연 이자를 135만원 추가로 부담해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다만, 이런 금리는 신규 대출자에게 적용되는 것으로, 대부분의 기존 대출자에게는 해당 사항이 없다.

◇관치 금리로 대출 증가 잡을 수 있나

은행들이 대출 금리를 올리는 배경에는, 금융 당국이 가계 부채 증가를 막으려는 의지가 있다. 7월 은행권 가계 대출은 5조5000억원 늘었다. 넉 달 연속 5조~6조원 규모의 가계 부채 증가세가 이어지고 있는데, 이를 잡기 위해선 가산 금리라도 올려야 하지 않겠냐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관치 금리는 미봉책에 불과하다는 시각이 나온다. 하준경 한양대 교수는 “현재 대출자들은 대출받을 수 있는 한도를 중시하기 때문에 가산 금리 인상의 효과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며 “현재 구멍이 숭숭 뚫려있는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을 촘촘하게 손보는 것이 필요하다”고 했다. 현재 DSR 적용을 받지 않는 전세자금대출이나 정책 대출도 규제해야 대출 증가세를 잡을 수 있다는 얘기다.

관치 금리가 은행의 예대마진(대출금리와 예금금리의 차이)을 확대시켜 은행의 배만 불리게 될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인위적으로 올라가는 대출금리와 달리 예금금리는 시장 금리 하락세를 반영해 내려가는 추세이기 때문이다. KB국민은행은 지난 2일 일반정기예금 등의 금리를 0.2%포인트, 신한은행도 같은 날 목돈 굴리기 상품 금리를 0.05~0.2%포인트를 내렸다. 하나은행은 지난 1일 내맘적금 금리를 0.55%포인트 인하했다. NH농협은행도 지난 5일 거치식·적립식 예금 금리를 0.1~0.3%포인트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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