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코스닥지수는 9.3% 하락하며 전세계 최하위 수준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전쟁이 발발한 이스라엘 증시(TA35, 10.3%)보다도 부진한 성적표다.

주가는 ‘기업 실적의 거울’이라는 오랜 증시 격언을 떠올린다면, 이는 당연한 결과일 수도 있다. 2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닥 소속 1146개 상장사의 올 상반기(1~6월) 영업이익은 5조4996억원으로, 전년 대비 1.44% 감소했다. 지난 2022년 상반기와 비교하면, 37% 감소했다.

주가 횡보가 지루하게 이어지자, 투자자들의 발길도 갈수록 뜸해지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연초 11조원이 넘었던 코스닥 일 평균 거래대금은 최근 7조원대로 뚝 떨어졌다.

주식 경력 30년차인 투자자 A씨는 “코스닥은 생태계 자체가 테마 위주일뿐, 기업들의 생산성은 미국 나스닥 동전주에도 못 미친다”면서 “기초 체력은 허약한데 연이은 기업공개(IPO)로 덩치만 계속 커져서 단타족과 작전 세력만 몰려들고 있다”고 말했다.

/일러스트=김성규

✅반년 뒤 대주주發 매물 폭탄 오나

증시 경쟁력에 대한 우려가 커진 가운데, 올해 최대 공모금액(787억원)을 내걸며 출사표를 던진 배짱 큰 상장사에 여의도가 주시하고 있다. 오는 21~22일 일반 투자자를 대상으로 청약을 받는 디지털 콘텐츠 업체 ‘아이스크림미디어’ 얘기다. 공모가는 3만2000원으로, 상장 후 공모가 기준 예상 시가총액은 4180억에 달한다.

아이스크림미디어는 지난 2002년 시공테크(전시업체)가 사업부를 분리해 설립한 회사다. 2008년 론칭한 ‘아이스크림S’가 주력 사업으로, 초등학교 교사를 위한 수업 자료 등을 학년‧과목별로 제공한다. 최대주주는 시공테크(지분 32.83%). 시공테크의 최대 주주는 박기석 회장(40.05%)인데, 그는 아이스크림미디어 지분 22.26%도 보유한 2대 주주다.

아이스크림미디어는 공모가 밴드를 주가수익비율(PER, 높을수록 고평가) 20배 수준에서 정하면서 고평가 논란이 불거졌다. 기업 가치를 산정할 때 기준이 된 비교 기업에는 PER가 20배 이상으로 높은 삼성출판사와 미국교육업체 체그(Chegg)만 포함됐다. 똑같은 교육업체이면서 PER가 4~6배 정도로 낮은 메가스터디, 예림당 등은 포함되지 않았다.

이에 대해 허주환 아이스크림미디어 대표는 “비교 대상으로 주로 언급되는 메가스터디교육과 아이스크림미디어는 목표하는 시장이 다르다”면서 “아이스크림미디어가 목표하는 공교육 시장은 사교육과 달리 성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참고로 메가스터디교육은 지난해 매출액 9352억원, 영업이익 1274억원의 실적을 기록했다. 현재 시가총액은 5525억원. 이달 말 상장할 때의 예상 시가총액이 4180억원인 아이스크림미디어는 작년 매출액이 1231억원, 영업이익 340억원이었다.

그래픽=조선디자인랩 권혜인

✅최대주주 의무보유 6개월로 짧아

여의도 일각에선 신규 상장주의 최대주주 의무 보유기간이 6개월로 짧다는 점에도 우려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통상 최대주주는 상장하면서 1~3년 장기 보유를 약속하기 때문이다. 최대 주주가 장기 투자하지 않는 주식을 소액 주주들에게 믿고 투자하라고 말하긴 어렵다.

더구나 박기석 회장 일가가 이미 5년 전에 신규 상장을 현금화 수단으로 삼았다는 점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되고 있다. 아이스크림에듀는 아이스크림미디어에서 아이스크림홈런 사업부를 분할해 설립한 회사다. 시공테크가 28.37%를 보유한 최대 주주다.

상장 당시 박 회장 개인 지분은 15.46%에 달했지만, 상장 이후 매년 지분을 수십만주씩 팔아 치워 지금은 4.52%에 불과하다. 박 회장 등 대주주 일가가 4년간 장내 매도로 현금화한 규모는 약 290억원에 달한다. 당시 공모가 1만5900원으로 코스닥에 입성했던 아이스크림에듀는 실적 부진과 대주주 매도 속에 주가가 계속 하락해 20일 종가는 2935원이었다. 공모가의 5분의 1 수준이다.

허주환 아이스크림미디어 대표는 지난 15일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기업공개 간담회에서 “최대주주 보호예수 기간은 충분한 협의를 거쳤고 한국거래소에서 결정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과거 아이스크림에듀 주가가 하락한 것은 지분 매각보단 시장 경쟁이 치열해진 영향”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