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직장인 천모씨는 2021년 9월 결혼식을 올렸으나 개인 사정으로 1년 뒤인 2022년 9월 혼인 신고를 했다. 천씨는 최근 부모에게 현금 증여를 받았는데 결혼식을 올린 지 2년이 넘어 결혼 이후 2년까지만 적용되는 ‘혼인 증여 재산 공제’가 적용 가능한지 의문이다.
올해 1월 ‘혼인·출산 증여 재산 공제’ 제도가 신설됐다. 혼인이나 출산을 하는 자녀에게 증여할 경우 추가로 1억원까지 비과세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제도다. 제도가 바뀐 지 반 년이 지났지만 납세자들 상황이 다양해 언제 증여에 해당하고, 증여세 공제를 받을 수 있는지 여전히 헷갈리는 일이 많다. 증여세 공제를 받을 수 있는데 모르고 지나쳐 혜택을 받지 못하거나, 신고를 제대로 하지 못해 가산세를 내는 경우를 피하기 위해 관련 제도를 꼼꼼히 살펴보자.
◇증여세는 용도로 판단
증여세란 증여자에게 재산을 무상으로 받은 사람, 즉 수증자가 내는 세금이다. 이때 증여자에는 가족, 타인이 모두 포함된다. 가족이라면 법적 한도 내에서 증여세를 공제받을 수 있다. 일반적인 증여 재산 공제 한도는 배우자 간에 6억원, 자녀 5000만원(미성년 자녀 2000만원)이다. 증여세법상 증여 재산 공제가 10년을 기준으로 합산되므로, 한도는 10년마다 갱신된다.
증여세를 얘기할 때 재산은 현금, 귀금속, 부동산 등 금전적으로 환산할 수 있는 경제적 가치가 있는 모든 물건을 뜻한다. 분양권처럼 재산적 가치가 있는 권리도 포함된다. 다만 ‘사회 통념적으로 인정되는 생활비, 교육비, 병원비, 축하금, 명절에 받는 용돈’은 비과세 대상으로 규정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돈을 받은 명목이 아니라 용도를 보고 증여세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사회 통념상’이라는 기준이 애매할 수 있기 때문이다. 증여받은 돈을 생활비로 쓴다면 세금이 붙지 않지만, 주식에 투자하거나 부동산을 사는 데 쓴다면 과세 대상(증여)이다. 용돈 명목으로 증여를 받았더라도, 이 돈으로 예금에 가입하거나 주식, 부동산 등 매입 자금으로 쓰는 경우에는 증여세를 내야 한다.
교육비는 증여세 과세 대상이 아니지만, 조부모가 손자·손녀의 해외 유학에 필요한 경비를 지원한다면 증여세를 내야 할 수 있다. 만일 손자·손녀의 친부모가 경제적 부양 능력이 있는 상황에서 부양 의무가 없는 조부모가 학비를 지원했다면 증여 대상이기 때문이다. 다만 친부모의 자녀 부양 능력이 없다고 인정된다면 조부모가 지급한 해외 유학비 역시 비과세 항목에 해당한다.
◇혼인 증여 공제는 ‘신고’일 기준
혼인 증여 재산 공제는 혼인일 전후 2년 이내 직계 존속에게 1억원 범위 내에서 받은 증여에 대해 증여세를 과세하지 않는 제도다. 올해 1월 1일 증여분부터 적용된다. 기존 직계존속에 대한 증여 재산 공제 5000만원과는 별도로, 1억원을 추가로 공제받을 수 있는 것이다. 이 때 혼인의 기준은 결혼식을 올린 날이 아니라 실제 혼인 신고를 한 날로 한다. 앞선 사례의 천씨 역시 혼인 신고일부터 2년이 지나지 않아 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재혼도 혼인 증여 공제가 가능하다. 초혼, 재혼 등과 무관하게 결혼할 경우 증여 재산 공제를 받을 수 있다. 혼인 장려를 위해 만들어진 제도인만큼 이혼을 하더라도 면제 받은 세금을 뱉어내지는 않는다. 대신 첫번째 결혼 때 밭은 비과세 혜택만큼 한도가 줄어든다. 출산 증여 재산 공제는 자녀 출생일부터 2년 이내 직계존속에게 증여받은 재산에 최대 1억원까지 비과세를 적용해 주는 제도다.
혼인·출산 증여 재산 공제는 일반적 증여세 공제와 다르게 10년이 지났다고 해도 재산정되지 않는다. 혼인과 출산이라는 일을 위해 신설한 제도이기 때문에 받는 사람을 기준으로 평생 1억원을 한도로 한다.
◇채무 면제는 포함되지 않아
2023년에 결혼식을 올리며 부모에게 결혼 자금을 빌렸다고 가정해 보자. 2024년에 빌린 돈을 갚는 대신 증여받기로 했다면, 혼인 증여 재산 공제를 적용받을 수 있을까? 답은 불가. 국세청은 혼인, 출산 증여 재산 공제가 적용되지 않는 증여 재산에 ‘채무 면제’ 또는 ‘변제를 받아 얻은 이익’을 명시했다. 즉 부모에게 빌린 돈을 갚는 것은 증여 재산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다만 부모에게 현금을 증여받고 이를 다른 빚을 갚는 데 사용하는 것은 증여 재산 공제가 적용되는 대상이다. 얼핏 보기에는 같은 내용 같지만, 현금을 실제로 송금했는지에 따라 세금 공제 여부가 달라지는 것이다.
이 외에 국세청이 설명하고 있는 혼인·출산 증여 재산 공제가 적용되지 않는 증여 재산에는 저가 또는 고가 매매에 따라 얻은 이익, 부동산을 무상으로 사용해 얻은 이익, 금전을 무이자 또는 저리로 대출받아 얻은 이익 등이 있다.
◇반드시 신고해야 할까?
증여를 받았다면 받은 달 말일부터 3개월 내 증여세를 신고해야 한다. 예를 들어 7월 5일에 증여받았다면 7월 31일부터 3개월 이내인 10월 31일 전에 신고해야 하는 것이다. 신고 기한이 지나면 가산세를 포함해 납부해야 한다. 또 기한 내 신고하면 받을 수 있는 신고 세액공제 3%도 적용받을 수 없다.
만약 증여받은 재산보다 증여 재산 공제액이 커 납부할 세금이 없으면 증여세를 신고하지 않아도 불이익이 없다. 정확히는 증여 재산 가액에서 증여 재산 공제 등을 적용하고 남은 금액이 50만원 미만이면 증여세를 낼 필요가 없다.
다만 국세청에서는 증여세 납부액이 없어도 증여세 신고를 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안내한다. 향후 재산을 취득하거나 채무를 갚은 사실을 객관적으로 입증해야 할 때 자금 원천으로 인정될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