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백형선

최근 금리 인하 기대가 높아져 시장 금리가 낮아지면서, 시중은행들은 그 추세를 따라서 예금 금리를 속속 낮추고 있다. 하지만, 저축은행들은 오히려 예금 금리를 올리고, 비교적 금리가 높은 상품을 출시하면서 시중은행과 정반대 행보를 보이고 있다.

저축은행들은 시중은행의 낮은 금리에 등 돌린 ‘예금족’들을 고금리 수신 상품으로 잡겠다는 전략이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우려 등으로 불안해하는 금융 소비자들 때문에 최근 저축은행의 수신 잔액이 내리막길을 걸었지만, 이제는 부실 정리가 궤도에 오른 만큼 금리를 올리는 ‘당근’을 제공하면서 자금 유치전에 나서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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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금 금리 인상하는 저축은행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SBI저축은행은 지난 19일 정기예금 금리를 0.3%포인트 인상했다. SBI저축은행 영업점, 인터넷뱅킹, 사이다뱅크에서 판매하고 있는 정기예금과 회전정기예금(12개월 가입 기준) 상품이 대상이다. 기존 연 3.4~3.6%로 제공하던 금리를 연 3.7~3.9%로 끌어올렸다.

OSB저축은행도 지난 8일 1년 만기 예금 금리를 0.1% 포인트 올려 연 3.7%로 조정했다. 상상인저축은행도 예금 금리를 연 3.80%에서 연 3.85%로 0.05%포인트 올렸고, 웰컴저축은행도 예금 금리를 연 3.69%에서 연 3.75%로 0.06%포인트 인상했다.

저축은행들은 연 10%대의 이자를 주는 고금리 적금도 출시하고 있다. 애큐온저축은행은 최대 연 12% 금리를 제공하는 ‘나날이적금(100일)’ 상품을 내놨다. 기본 금리는 연 2%인데, 매일 입금할 때마다 1일 1회 0.1%포인트 우대 금리를 제공한다. 적금 만기까지 100일 동안 총 10%포인트의 우대 금리를 받으면, 가입자는 최대 연 12%의 금리를 받을 수 있게 된다. 웰컴저축은행도 지난달 최고 연 10% 금리를 주는 ‘웰컴 디지로카 100일 적금’을 출시했다. 롯데카드 모바일 앱을 통해 적금을 적립할 때마다 우대 금리가 적용된다. 기본 금리는 연 0.2%지만, 최대 연 9.8%포인트까지 우대 금리를 적용받아 최고 연 10% 금리를 받을 수 있다.

다만, 소비자들은 우대 금리 조건, 가입 기간, 가입 금액 등을 꼼꼼하게 따져볼 필요가 있다. 표면적으로 높은 금리에만 혹해선 안 된다는 것이다. 특히 적금은 ‘연 %’라는 금리가 적용 방식이 정기예금과 다르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1년 만기 정기예금은 첫 달에 목돈을 넣어 12개월 치 이자를 받는다. 하지만, 적금은 첫 달에 넣은 돈만 12개월 치 이자를 받고, 둘째 달부터 넣은 기간만큼 이자가 붙는다.

◇금리 낮추는 은행들

21일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이날 저축은행 79곳의 1년짜리 정기예금 평균 금리는 연 3.65%로 집계됐다. 그러나 은행들은 이달 들어 예금 금리를 줄줄이 낮추면서 한국은행의 기준 금리인 연 3.5%에 못 미치는 금리를 주고 있다. 예컨대 국민은행은 지난 2일 일반정기예금 등의 금리를 0.2%포인트, 신한은행도 일부 상품 금리를 0.05~0.2%포인트 낮췄다. 하나은행과 NH농협은행 등도 예금 금리를 끌어내리기는 마찬가지다. 이에 21일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의 1년 만기 정기예금은 연 2.5~3.4%의 기본 금리를 주고 있다.

저축은행들의 수신 잔액은 그간 지속적으로 감소세를 보였다. 지난해 저축은행들이 대규모 적자를 내자 건전성 관리에 주력해온 탓이다. 21일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저축은행의 수신 잔액은 6월 기준 100조8861억원으로 집계됐다. 5월(101조9185억원)보다 1조324억원 감소했다. 이는 2021년 11월 (98조6843억원) 이후 31개월 만에 가장 적은 것이다.

하지만, 최근 금리를 올리며 이런 감소세에 제동을 걸고 있는 것이다. 업계에선 저축은행들이 앞으로 대출을 확대하기 위해 예금 유치에 총력전을 벌이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저축은행들이 부동산 PF 옥석 가리기 등을 통해 부실을 정리하고 있는 데다, 앞으로 기준 금리 인하로 대출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이를 대비해 실탄을 장전하고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