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성부 KCGI 대표.

이 기사는 2024년 8월 26일 15시 46분 조선비즈 머니무브(MM) 사이트에 표출됐습니다.

‘강성부 펀드’로 알려진 사모펀드(PEF) 운용사 KCGI가 반도체 장비 기업 넥스틴을 인수하지 않기로 하면서 그 배경을 두고 여러 관측이 나온다. KCGI가 자금 조달에 실패한 것이란 의견도 있지만, 인수 발표 이후 넥스틴 주가가 크게 하락하자 일부러 포기했다는 주장도 나온다. 연이은 인수 불발이 향후 한양증권 인수에도 악영향을 줄 것이란 분석이 있다.

26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넥스틴 최대주주인 APS는 KCGI의 계약미이행으로 주식양도 계약이 무산됐다고 23일 공시했다. APS 관계자는 “KCGI로부터 계약을 이행하지 않는다는 통보문을 받았다”며 “계약금도 애초에 없었다”고 전했다.

APS는 지난 6월 보유한 넥스틴 주식 135만주(총발행주식의 13.1%)를 KCGI에 양도하는 SPA를 체결했다. 인수 대금은 총 945억원이다. 당초 양측은 주당 7만4525원에 주식을 거래하기로 했으나 가격을 7만원으로 한 차례 낮춘 바 있다.

인수 철회 전조는 한 달 전부터 나왔다. KCGI는 구주 인수뿐만 아니라 제3자배정 유상증자 방식으로 넥스틴에 100억원을 투입하기로 했으나, 지난달 30일 계획을 철회했다.

인수 무산 배경을 두고 여러 추측이 나오고 있다. 업계에선 KCGI가 자금 조달에 실패한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제기하고 있다. 실제로 KCGI는 지난해 원스토어 투자를 위한 1000억원 규모의 프로젝트펀드 조성에도 실패한 바 있다.

IB 업계 한 관계자는 “시장 유동성 부족으로 출자자들도 보수적으로 검토하기 시작한 지 오래”라며 “KCGI는 인지도에 비해 규모가 작은 편인 만큼 자금 조달이 쉽지만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넥스틴 로고. /넥스틴 제공

넥스틴 주가 급락으로 KCGI가 자발적으로 인수를 포기했다는 관측도 있다. 넥스틴 주가는 KCGI 인수 발표 전까지 7만4600원이었지만, 철회 발표 전날까지 주가가 하락해 5만500원까지 내려앉았다. KCGI 입장에선 인수가액을 낮추지 못하면 시가보다 30% 이상의 값을 치러야 하는 상황이었다. KCGI는 넥스틴 인수를 위한 프로젝트 펀드를 결성 중이었는데, 하나대체투자자산운용을 메인 출자자(LP)로 확보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IB 업계 한 관계자는 “KCGI가 증권사 고액 연봉자 출신이 만든 신생 PEF 운용사와 넥스틴 공동 인수를 추진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며 “넥스틴 주가 하락으로 가격 협상을 다시 해야 했는데, 불발된 것 같다”고 전했다.

KCGI의 연이은 인수 불발이 한양증권 인수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출자자 입장에서 거래 종결 가능성이 희박한 투자는 꺼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IB 업계 또 다른 관계자는 “출자자들도 투자심의위원회를 포함해 보고 과정을 거치는 데 업무만 하고 실제 투자로 이어지지 못하면 힘만 빼는 셈”이라며 “당연히 클로징(거래 종결) 가능성이 높은 딜을 선호하기 마련”이라고 설명했다.

KCGI는 이달 초 한양증권 인수를 위한 우선협상자 자격을 따냈다. 한양증권 주식 보통주 376만6973주(지분율 29.6%)를 2448억원에 인수하기로 했다. 아직 주식매매계약(SPA)은 체결하지 않았고, 가격과 조건 등에 대해 협의 중이다. 인수 재원으로는 자회사 KCGI자산운용을 이용한 담보 대출, 1000억원 규모의 블라인드 펀드 등이 거론된다.

한편 2010년 설립된 넥스틴은 반도체제품 검사업, 반도체 생산설비와 검사장비 제조·판매업 등을 주요 사업으로 영위하고 있다. 2020년 기술특례 방식으로 코스닥 시장에 상장했다. 이날 기준 시가총액은 5150억원 수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