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식시장이 상대적으로 지지부진한 흐름을 보이는 원인으로 iM증권은 27일 세 가지를 꼽았다. ▲한국이 미국보다 금리 인하 시작 시점이 뒤처지는 점 ▲미국 달러 대비 원화 환율(원·달러 환율) 약세가 대형 수출주에 부담으로 작용하는 점 ▲대(對)미국 수출에서 대만이 더 앞서는 점 등이다.
박상현 iM증권 연구원은 먼저 미국 금리인하 신호가 국내 주식시장에 제대로 반영되지 못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달 들어 외국인 투자자가 국내 주식시장에서 순매도 중인 것이 대표적이다.
금리 인하 기대감이 증시에 이미 반영된 측면도 있지만, 한국보다 미국이 먼저 금리 인하에 나설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라는 게 박 연구원의 설명이다. 그는 “한국과 미국의 금리 정책이 단기적으로 디커플링(탈동조화) 될 여지가 커진 것이 미국 금리 인하 기대감을 약화한 원인이 아닌가 싶다”며 “앞서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서울 지역 아파트 가격 급등세로 인한 금융 불안 리스크를 지적하면서 금리 인하 시점이 지연될 것임을 시사했다”고 했다.
박 연구원은 또 “미국 경기 리스크가 부각되고 있지만, 한국 경기에 비해선 나은 상황”이라며 “주탁담보대출 급증으로 정책당국이 본격적으로 대출 규제에 나서고 있는데 이 역시 내수 경기에는 부담을 줄 여지가 크다”고 했다. 그러면서 “불안한 국내 금융시장 여건으로 국내 증시가 미국의 금리 인하 기대감에 기반한 유동성 흐름에서 소외당하는 분위기”라고 했다.
환율도 문제다. 원·달러 환율은 1320원대까지 하락하며 지난 13월 이후 최저 수준이다. 이 같은 원화 강세는 보통 국내 주식시장에 호재다. 하지만 수출 대형 기업의 수익성에는 부담이다.
박 연구원은 “오히려 원화 약세 국면에서 국내 증시가 안정 내지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며 “국내 경기가 반도체, 자동차, 조선 등 일부 수출 대형기업에 의해 좌우되는 현상이 강화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어 “원화 강세가 현재 수출 구조상 악재일 수 있는 동시에 내수에도 크게 기여하지 못하고 있어, 이전과 달리 한국 증시가 힘을 못 쓰고 있는 것으로 판단한다”고 했다.
이달 초 전 세계 주식시장 급락 이후 한국보다 대만의 회복세가 빠른 점도 눈에 띈다. 박 연구원은 한국의 대(對)미국 수출은 제자리걸음이지만, 대만은 강한 증가세를 유지하고 있어서라고 봤다. 그는 “전 세계 경기를 주도하고 있는 미국 경제의 호조와 낙수효과를 대만에 비해 한국이 누리지 못하고 있다”며 “한국과 대만 증시 간 차별화로 이어지고 있다”고 했다.
박 연구원은 수출 경기는 외부 변수가 많은 만큼, 내수 회복을 위한 정책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박 연구원은 “내수 경기회복 속에 원화 강세 현상이 동반된다면 국내 증시의 디커플링 현상도 일부 완화할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