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통화 정책을 조정할 시기가 됐다(The time has come for policy to adjust).”

지난 24일 글로벌 통화 정책의 방향타를 쥔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잭슨홀 미팅’에서 9월 금리 인하를 공식화했다. 잭슨홀 미팅은 매년 8월 말 미국 와이오밍주(州) 잭슨홀에서 주요국 중앙은행 총재, 경제학자 등이 모이는 경제정책 심포지엄이다.

파월 의장의 잭슨홀 발언으로 3주 후인 다음 달 17~18일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금리를 내릴 가능성은 한층 높아졌다. 발빠른 투자자들은 다가올 금리 인하기의 승자 찾기에 나섰다. 과연 지금 통장에 어떤 자산을 담아야 유리할까. 과거 실적이 미래 수익률을 보장하지는 않지만, 미국의 역대 금리 인하기에 어떤 자산의 성과가 가장 좋았는지 살펴보면 투자 힌트를 얻을 수 있다.

미국은 지난 2022~2023년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공격적인 금리 인상을 단행했다. 과거 그 어느 때보다도 금리 인상 속도는 가팔랐다./그래픽=조선디자인랩

✅연준, 1990년 이후 5차례 금리 인하

미국이 현재 연 5.25~5.5%인 기준금리를 9월부터 낮출 것이라는 방향은 확실하다. 하지만 인하폭이나 속도에 대해서는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엇갈린다.

지난 1990년 이후 연준의 금리 인하는 총 다섯 차례였다. 아래 그림에서 보면, 경기 침체에 대응하기 위한 급격한 금리 인하는 총 3차례(그림에서 ①1990년, ③2001년, ④2007년)였다. ②1995년과 ⑤2019년은 비교적 미미한 금리 인하였다.

금리 인하와 경기 침체의 상관 관계는 어땠을까. 29일 삼성자산운용에 따르면, ②1995년을 제외하고는, 금리 인하 이후 약간의 시차를 두고 어김없이 경기 침체가 나타났다. 금리 인하폭은 대체로 첫 번째에 컸고, 이후 6개월 동안 빠르게 진행됐다.

그래픽=조선디자인랩 정다운

그림에서 ①은 1990년부터 1992년까지 이어진 금리 인하기다. 당시 8.25%였던 기준 금리는 1992년 9월 3%까지 낮아졌다. 5%포인트 넘는 큰 폭의 금리 인하였는데, 걸프전(戰)이 원인이었다. 전쟁(1990년 8월~1991년 2월)이 터지면서 미국인들의 소비와 투자 심리는 위축됐고, 기업 실적 부진과 주가 하락으로 이어졌다. 경기 침체의 골은 더욱 깊어졌고, 1990년 7월부터는 3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률을 기록했다. 1990년 6월 5.2%였던 실업률은 2년 뒤엔 7.8%까지 치솟았다.

②1995~1998년은 경기 침체 징후가 뚜렷하게 나타나지 않은 비교적 양호한 경기 상황에서 단행한 선제적 금리 조정(6%→4.75%)이었다. 일종의 보험성 금리 인하인 셈이다. 그해 7월 연준은 6%였던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했다. 인하 당일 나스닥지수는 1.2% 올랐고, 연말엔 1000선을 돌파했다. 정보통신(IT) 기반의 기술 혁신과 2% 안팎의 안정된 물가는 증시 강세로 이어졌다.

③2001년 1월부터 2003년 6월에 걸쳐서는 5.5%포인트(6.5%→1%)의 과감한 금리 인하가 단행됐다. 닷컴버블 붕괴로 경제가 나빠진 시기였다. 2000년 2월에 고점을 찍은 나스닥지수는 계속 흘러 내려서 2002년 9월에 비로소 바닥을 찍었다. 주가 급락은 실물 경제에 악영향을 미쳤고, 실업률 상승과 8개월 동안의 경기 침체로 이어졌다. 2001년 9·11 테러 역시 경기에 찬물을 끼얹었다.

그 뒤로는 ④2007~2008년 금융위기와 ⑤2019~2020년 코로나 위기에 금리를 끌어 내렸다. 금리 인하가 단행되는 중에는 실업률이 오르고 성장률이 꺾였지만, 인하가 끝나고 나면 이내 경제가 살아나는 모습이 반복됐다.

✅금리 인하기, 수익률 1위 자산은

삼성자산운용은 최근 펴낸 하반기 금융시장 보고서에서 다음 달 예상되는 연준의 금리 인하가 지난 1995년이나 2019년의 보험성 금리 인하와 비슷하다는 의견을 내놨다. 현재 시장에서 경기 침체 지표가 포착되지 않고 있으며, 고금리로 인한 금융시장 불안에 대응하기 위한 금리 인하라는 이유에서다. 다만 최근 발표된 미국 고용지표 둔화 속도가 예상보다 빠르기 때문에, 내달 금리 인하 시작과 함께 경기 둔화 논란이 커질 수 있다는 점은 주의해야 한다.

완만한 금리 인하가 나타났던 지난 1995년과 2019년에는 어떤 자산의 성과가 가장 뛰어났을까. 경기가 연착륙하는 상황에서 이뤄지는 완만한 금리 인하는 거의 모든 자산에 긍정적이었다. 삼성운용에 따르면, 첫 금리 인하 이후 26주 이후 수익률은 미국 주식(10.4%), 신흥국 채권(9.5%), 선진국 증시(8.1%), 미국 장기채(7.9%), 부동산(6.9%) 순으로 좋았다.

그런데 만약 시장의 예상을 뒤엎고, ①1990년, ③2001년, ④2007년처럼 금리 인하가 급격하게 이뤄진다면 어떻게 될까. 이 경우엔 위험자산과 안전자산의 수익률 차별화가 뚜렷하게 진행됐다. 앞서 설명한 완만한 금리 인하기에 모든 자산군의 수익률이 플러스였던 것과 차이가 있다. 닷컴버블 붕괴, 글로벌 금융위기와 같은 거센 풍랑이 닥치면 경기가 고꾸라지므로 금리 영향력은 약해진다.

급격한 금리 인하기에 선방했던 자산은 미국 장기채로, 첫 금리 인하 이후 26주 이후 수익률이 5.6%였다. 미국 단기채(4.5%), 글로벌 채권(3.8%), 미국 회사채(3.4%) 등이 뒤를 이었다. 금리가 급격하게 내려가면 채권 가격이 오르기 때문에 채권 투자자 입장에선 이익이다. 반면 미국을 제외한 선진국 증시는 수익률이 -16%로 매우 부진했고, 미국과 신흥국 증시도 -10%대로 신통치 않았다.

오승훈 삼성자산운용 리서치센터장은 “과거 미국의 금리인하 사이클을 보면 보험적 성격의 완만한 금리 인하는 증시에 긍정적이었던 반면, 침체 대응 성격의 인하는 주식 성장성을 훼손하며 부정적이었다”면서 “미국 고용둔화 등 경기 논란이 지속될 수 있는 만큼 주가의 추세적 상승을 기대하기 보다는 금리인하 수혜자산인 채권·리츠 등 방어적 자산의 비중을 높이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주식도 미국 등 선진국에 집중되어 있다면 인도 등 신흥국으로 분산하고, 정보기술(IT)에 쏠려 있다면 헬스케어와 금융 등으로 넓혀갈 필요가 있다는 조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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