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증시는 ‘연중 최악의 달’이라는 별명을 갖고 있다. 미국 야데니 리서치가 조사한 1928~2023년 월별 S&P500 등락률을 보면, 12개월 중 9월이 -1.17%로 가장 낮다.

올해 9월 미국과 한국 주식시장은 이런 ‘연중 최악의 달’이라는 경험 법칙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특히 올해 9월은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의 금리 인하 기대가 높아 예년과 다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하지만 큰 기대를 버리고 방어주 위주로 9월 전략을 짜라는 증권사들의 조언이 잇따르고 있다.

◇8·2 쇼크, 한국만 회복 못해

한 달 전인 8월 2일은 주요국 주식시장에서 투매가 일어나 ‘검은 금요일(블랙 프라이데이)’이라고 불렸다. 경기 침체 우려와 엔캐리 트레이드 청산, 중동 전쟁 가능성 등으로 상승장이 무너진 것이다. ‘8·2 쇼크’라고도 했다.

그래픽=김하경

이후 한 달 만에 한국을 제외한 주요국 주식시장은 대부분 회복했다. 지난달 2일 이후 30일까지 미국 3대 지수는 모두 상승세로 마감했다. 다우 평균은 4.6%, S&P500은 5.7%, 나스닥은 5.6% 상승했다. 한국과 함께 대폭락을 경험한 일본 닛케이평균도 7.6%, 대만 가권지수도 2.9% 상승했다.

반면, 한국 코스피만 0.1% 하락한 상태다. 김석환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8월 국내 증시는 글로벌 주요 증시 중 가장 부진한 모습을 보였는데 이는 주도주와 모멘텀 부재에 따른 외국인 수급 공백이 발생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금리 인하의 9월, 섣부른 기대 경고

올해 9월은 연준의 금리 인하가 진행될 것으로 예상돼 주가 상승 기대가 높은 달이다. 통상 금리를 내리면 주가는 상승하는 경향을 보인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9월 주식시장이 황금빛이 아닐 수 있다”고 경고한다. 역대 기록으로 볼 때 경험 법칙상 9월은 주식시장에 최악이었기 때문이다.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1950년 이후 S&P500이 9월에 상승한 해는 43%로 절반이 안 됐다. 지난 3년간 9월 하락률은 각각 4.9%, 9.3%, 4.8%로 비교적 큰 편이었다.

블룸버그 통신은 그 이유로 “여름휴가에서 돌아온 투자자들이 포트폴리오 포지셔닝을 방어적으로 재평가하는 경향이 있다”며 “기업들은 내년 예산 준비를 위해 허리띠를 졸라매고, 뮤추얼 펀드는 자본 이익 분배금 규모를 줄이기 위해 손해를 보고 포지션을 매도하는 ‘윈도 드레싱’을 하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특히, 올해는 미국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불확실성이 커질 우려가 있기 때문에 더욱 조심할 필요가 있다. 블룸버그 통신은 “2차 세계대전 이후 대선이 있는 모든 해의 9월 다우평균은 0.58% 하락했다”고 전했다.

◇“9월엔 방어주 중심 투자 고려를”

국내 증권사들은 금리 인하에 따른 기대가 높은 상황에서도 ‘연중 최악의 달’이라는 9월의 별명에 맞게 방어주 중심의 투자 전략을 짤 것을 조언하는 곳이 많다.

한국투자증권은 9월 코스피 등락 범위로 2600∼2800포인트를 제시하면서 방어주 중심으로 대응할 것을 제안했다. 김대준 한투증권 연구원은 “9월에는 연준의 금리 인하가 예정돼 있지만, 금리 인하가 주식시장에 항상 우호적으로 작용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금리를 내릴 정도로 경기가 불안하기에 주식시장도 예상 외의 움직임을 보일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김 연구원은 “미국 대선 불확실성도 현재 진행형이므로 시장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어렵다”며 “실적 모멘텀이 양호하고 수급과 관련해 매도 압력에 노출돼 있지 않은 건강 관리, 통신, 유틸리티 등의 종목을 추천한다”고 말했다.

IBK투자증권도 9월에 방어주 중심의 투자 전략을 제시했다. 우선 경기 둔화기에 떠오르는 필수 소비재 성격의 음식료 업종을 꼽았다. 둘째로 시장 변동성에 상대적으로 방어가 가능한 고배당주, 셋째로 금리 인하의 수혜주이자 실적이 좋을 것으로 예상되는 바이오주를 추천했다. 변준호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중국 경기 둔화의 직격탄을 맞는 화학 업종이나 전기차 업황 부진의 영향을 받는 2차전지 배터리 업종은 회복이 더디거나 지연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