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코스닥 시장에 신규 투자했다면 4분의 3의 확률로 손실을 보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국내 증시 흐름이 전반적으로 지지부진하긴 하지만, 특히 코스닥 시장의 약세가 두드러진 모습이다. 코스닥 상장사의 실적 부진, 투자자 신뢰 부족에 경기 침체 우려, 시장 불확실성 등이 겹치며 자금 이탈과 주가 하락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들어 9월 2일까지 코스닥 시장에 상장된 종목 1675개 중 1229개가 0.01% 이상 하락한 것으로 집계됐다. 전체 종목 중 73%가 지난해 말 대비 주가가 떨어진 것이다. 상승 종목은 401개였다. 이 기간 코스닥 지수는 11%가량 떨어졌다.
현재 코스피 지수는 지난해 말과 비슷한 수준이다. 코스피 지수는 지난해 마지막 거래일 2655.28로 끝났다. 올해 7월 2900에 근접하기도 했으나 9월 첫 거래일인 2일 2681로 마감했다. 유가증권시장에선 상장 종목 948개 중 62%(589개)가 하락한 반면, 37%(346개)가 올랐다. 평균 하락률도 유가증권시장(-18%)보다 코스닥 시장(–26%)이 더 컸다.
증권가에서는 미국의 경기 둔화로 인한 수출 감소 우려, 한국보다 이른 미국의 금리 인하 가능성 등이 국내 증시 약세를 촉발했다고 분석했다. 글로벌 투자자 자금이 국내 증시에서 빠져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박상현 iM증권 연구원은 “불안한 국내 금융시장 여건으로 국내 증시가 미국의 금리 인하 기대감에 기반한 유동성 흐름에서 소외당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상대적으로 변동성이 큰 코스닥 시장은 더 크게 위축됐다.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은 2일 2191조4247억원으로 올 들어 3%(약 66조원) 증가한 반면, 코스닥 시장 시총은 375조3846억원으로 13%(약 54조원) 쪼그라들었다. 코스닥 시총 1위와 3위인 에코프로비엠과 에코프로의 시총 감소액(15조6188억원)이 코스닥 전체 시총 감소분의 약 30%를 차지했다.
일각에서는 코스닥 시장 내 주도주가 부재하고 테마주 단타만 반복되다 보니 시장 활력이 떨어진다는 분석이 나온다. 기관과 외국인의 수급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개인 자금이 더 많은 코스닥 시장은 외부 변수에 더 취약하다. 올해 들어 9월 2일까지 코스닥 시장에서 개인은 7조3286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외국인은 5763억원 순매수에 그쳤고, 기관은 4조9601억원 규모로 순매도했다.
코스닥 시장 분위기가 살아나기 위해서는 투자자들의 신뢰 회복, 시장 유동성 강화 등 다양한 방안이 필요하다는 조언이 나온다. 코스닥 시장은 중소형 기업들이 많은 특성상 내부감시제도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 들어 이달 2일까지 코스닥 시장에선 횡령·배임 혐의 관련 공시가 18건 나왔다. 이는 2년 전 10건에 비해 2배 가까이 늘어난 수치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횡령·배임이 지속적으로 발생한다면 기업뿐만 아니라 시장 전체에 대한 평판 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며 “소규모 회사들도 펌뱅킹 등 전산시스템 도입 등으로 횡령 방지에 대한 대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코스닥 상장사 다수가 이익을 내지 못하고 있기도 하다. 올해 상반기 12월 결산 코스닥 상장사 1146개 중 441곳(39%)이 영업적자를 냈다.
불확실한 금융시장 상황 속 신뢰 부족과 실적 부진이 겹치며 코스닥 시장에서 결국 투자자 이탈이라는 결과가 나온 것으로 해석된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코스닥 시장이 겪고 있는 외국인 자금 이탈과 개인 투자 유인 감소는 불확실성과 신뢰 부족에서 나오는 경우가 많다”며 “기업별 기업지배구조 개선 등으로 시장 안정성을 높이고, 상장지수펀드(ETF)와 같은 금융 상품의 다양화, 글로벌 투자자 유치 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