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금융 기업들의 실적 악화 우려로 인해 11일 국내 금융주가 3~6%대 급락했다. 국내 시가총액 1위인 삼성전자도 장중 신저가를 기록했다. 이날 코스피는 장중 2500선이 깨졌다가 장 후반 다소 반등해 2500 초반대를 겨우 지켰다.
1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는 0.40% 하락한 2513.37에 거래를 마쳤다. 7거래일 연속 하락세다. 코스피는 이날 장중에 최저치 2493.37을 기록하면서 2500선이 깨지기도 했다. 지난 9일에도 장중 2491.30으로 2500선 아래를 기록했었다. 반면, 코스닥은 이날 0.46% 상승한 709.42에 마감했다.
외국인들은 집중적으로 매도에 나섰다. 이날 코스피 시장에서 외국인은 1조430억원을 순매도(매도가 매수보다 많은 것)했고, 개인, 기관은 각각 9050억원, 360억원을 순매수했다.
이날은 특히 금융주의 하락 폭이 컸다. KB금융(-6.03%), 신한지주(-6.18%), 하나금융지주(-6.50%) 등 금융지주사뿐 아니라 삼성생명(-3.81%), 한화생명(-4.12%) 등 보험주들의 낙폭도 컸다. 전날인 10일 미국 주식 시장에서 경기 침체 우려로 금융회사 수익성에 타격이 올 것이라는 전망에 은행주들이 큰 폭으로 하락한 것이 국내 금융주 주가에도 영향을 끼쳤다. JP모건체이스는 5.19%, 골드만삭스는 4.39% 급락했다.
국내 시가총액 1위인 삼성전자도 3분기(7~9월) 실적이 시장 예상을 밑돌 것이라는 전망에 1.96% 하락한 6만4900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역시 7거래일 연속 하락세다. 삼성전자는 장중 3% 넘게 떨어진 6만4200원으로 52주 신저가를 기록하기도 했다. 한국투자증권은 이날 삼성전자 목표 주가를 12만원에서 20% 내린 9만6000원으로 조정했다.
반면, LG에너지솔루션(5.14%) POSCO홀딩스(3.32%) 등 주요 이차전지주는 올랐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국내시장에서는 ‘해리스 트레이드’(민주당 해리스 대선 후보 당선 시 수혜 종목에 자금이 몰리는 것)가 일부 나타나며 신재생 에너지와 2차전지 등의 업종에서 강세가 나타났다”고 했다.
한편, 이날 증시 하락에는 추석 연휴를 앞두고 주식을 팔아 현금화하려는 수요가 몰리는 특성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일반적으로 주식 매도 후 돈이 계좌에 입금되는 시점은 증권사 영업일 기준 이틀 후이기 때문에 이날까지 주식을 팔아야 연휴 전에 돈을 인출할 수 있다. 또 일부 투자자들은 연휴 동안에 미국 등 글로벌 증시 변동을 예측하기 어렵기 때문에 미리 주식 비중을 줄여 놓기도 한다. 실제 지난해 추석 연휴 직전 마지막 증시 개장일(2023년 9월 27일)의 코스피는 2465.07이었는데, 연휴 직후 첫 개장일(10월 4일)의 코스피는 2405.69로 2.4%쯤 하락했다. 코스닥도 같은 기간 841.02에서 807.40으로 4% 떨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