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1월 치러지는 미국 대통령 선거 결과에 따라 비트코인 가격이 크게 엇갈린 흐름을 보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미국의 한 대형 금융사는 줄곧 친(親)가상자산 행보를 보였던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승리할 경우 비트코인이 지금보다 50% 이상 오를 수 있지만, 민주당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당선되면 반대로 50% 하락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12일 오후 4시 현재 세계 최대 가상자산 거래 플랫폼인 바이낸스에서 비트코인은 5만7943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비트코인 가격은 전날 미국 대선 후보들의 첫 TV 토론 직후 한때 5만5000달러선까지 하락했지만, 이후 뉴욕 증시가 상승 마감하면서 가상자산 시장의 투자 심리도 개선돼 반등했다.
이번 TV 토론에서는 해리스 부통령이 ‘판정승’을 거뒀다는 평가가 많았다. CNN이 미국 유권자 60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63%가 해리스 부통령이 더 잘했다고 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TV 토론을 마친 후 뉴욕 증시가 상승세로 돌아설 때까지 비트코인 가격이 약세를 보였던 것도 트럼프 전 대통령이 사실상 완패를 당했다는 평가가 잇따랐기 때문이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공화당의 대선 후보로 확정된 후부터 줄곧 가상자산에 친화적인 행보를 보였다. 그는 가상자산 업계 관계자들과 만나 “친비트코인 대통령이 되겠다”고 언급하며, 규제 완화에 나서겠다고 약속했다. 7월 열린 미국 최대 가상자산 행사인 ‘비트코인 2024 콘퍼런스’에도 참석해 “미국을 전세계 가상자산 시장의 수도로 만들겠다”고 공언하기도 했다.
공화당 역시 7월 발표한 정책강령(정강)에 가상자산에 대한 규제 완화와 지원, 자유로운 비트코인 채굴권 보장, 중앙은행의 디지털화폐(CBDC) 발행 반대 등의 내용을 담으며 트럼프 전 대통령을 측면 지원했다.
반면 해리스 부통령은 지금껏 가상자산 시장에 대해 언급을 자제하며 신중한 입장을 유지해 왔다. 민주당 역시 정강에 가상자산 관련 내용은 포함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가상자산 시장에서는 해리스 부통령이 집권할 경우 현재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주도하고 있는 규제 정책이 그대로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
미국 대선이 2개월 앞으로 다가오면서 금융 시장에서는 두 후보의 당선 여부에 따라 향후 비트코인을 비롯한 주요 가상자산의 가격이 크게 엇갈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될 경우 가격이 크게 반등할 가능성이 크지만, 해리스 부통령 당선 시에는 반대로 급락이 예상된다는 것이다.
미국의 대형 투자은행(IB)인 번스타인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해리스 부통령이 집권할 경우 비트코인은 5만달러에 형성된 가격 방어선이 무너지면서 지난해 말 수준인 3만~4만달러선까지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현재 시세를 기준으로 볼 때 가격이 50% 가까이 떨어질 수 있다고 본 것이다.
번스타인은 그러나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되면 비트코인 가격은 올해 안에 8만~9만달러까지 치솟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보고서는 “가상자산에 친화적인 방향으로의 정책 변화와 규제 개선 여부 등은 현재 비트코인 가격에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될 경우 규제 완화 등에 대한 기대감이 빠르게 반영되면서 비트코인 가격이 현재보다 50% 넘게 급등할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부터 비트코인 가격의 상승 가능성을 주장해 온 스탠다드차타드(SC) 역시 최근 보고서를 내고 트럼프 전 대통령이 승리하면 비트코인이 최대 15만달러까지 상승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가상자산 업계 관계자는 “올 초 미국의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승인과 반감기를 거친 후 비트코인은 상승 동력이 사라진 상황”이라며 “앞으로 가격은 미국 대선 등 외부 요인에 따른 투자 심리 변화에 따라 움직일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대선이 치러질 11월까지는 가격이 소폭 오르내리는 횡보세를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