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에 무개념 불법주차 차량이 버티고 있어서 아이와 지나가지도 못하고 너무 불편했어요. 이런 뻔뻔한 운전자를 만나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40대 여성 A씨)

“그런 주차 빌런(악당)들은 말로 해봤자 못 알아들어요. 안전신문고 앱으로 신고해서 금융치료(과태료)를 받게 하세요.”(동네 주민 B씨)

보행자에게 불편을 주는 불법 주차 운전자들에 대한 ‘사회적인 응징’이 증가하고 있다. 그 중심에는 ‘불법주정차 주민신고제’가 있다. 원래는 공무원이 현장이 출동해서 단속해야만 불법 주정차 과태료가 부과됐다. 하지만 지난 2019년 주민 참여형 신고 제도가 도입되면서 달라졌다. 일반 주민이라도 행정안전부에서 만든 안전신문고 앱을 통해 불법 주정차 차량 사진을 찍어 신고하면, 각 지자체가 이를 검토한 후 해당 운전자에게 4만~12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한다.

11일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올 들어 9월 10일까지 안전신문고 앱을 통한 불법 주정차 주민 신고는 406만건을 돌파했다. 현재 신고 추세가 연말까지 계속된다면, 작년 기록인 489만건을 돌파할 가능성이 높다.

그래픽=조선디자인랩 권혜인

✅“인도 위 주차 빌런 신고하세요”

정부는 지난해 불법 주정차 주민신고제를 확대·개편하여 신고 활성화에 앞장서고 있다. 지자체마다 달랐던 신고 기준을 통일하고, 하루 3회로 제한되었던 신고 횟수도 폐지했다.

불법 주정차 주민신고제에 해당되는 주정차 절대 금지 구역 범위도 6곳으로 확대했다. 기존에는 ①소화전 5m 이내, ②교차로 모퉁이 5m 이내, ③버스정류소 10m 이내, ④횡단보도, ⑤어린이 보호구역 내 초등학교 정문 앞이었는데 ⑥인도(보도)까지 포함시킨 것이다. 매년 여름마다 나타나는 인도 위 그늘막 주차 차량도 이제는 주민 신고로 과태료 부과가 가능해졌다. 앞서 언급한 6대 주정차 절대 금지 구역 이외에는 주민신고제를 통한 과태료 부과 대상이 아니다.

작년 6월 인천 중구의 한 횡단보도 앞에 설치된 그늘막 밑에 흰색 SUV가 주차된 모습. 안전신문고 앱으로 신고하면 과태료가 부과된다./온라인 커뮤니티

신고 방법은 간단하다. 먼저 스마트폰으로 안전신문고 앱을 다운로드 받아야 한다. 이미 500만명 넘는 사람들이 다운로드 받았을 정도로 인기 있는 앱이다.

불법 주차 차량을 봤다면, 똑같은 위치에서 1분 간격으로 차량 사진을 촬영해 업로드하면 된다. 이때 반드시 안전신문고 앱 내에 장착된 카메라로 찍어야 한다. 첫 번째 사진과 두 번째 사진 촬영 사이에는 1분 이상 시간차가 있어야 하고, 미리 찍어둔 사진으로는 신고할 수 없다. 해당 차량의 불법 주차 사실이 인정되면, 지자체에서 ‘과태료 부과 예정’이라고 신고자와 차주 모두에게 연락한다.

그래픽=조선디자인랩 한유진

✅“주차할 곳 없는데 어쩌라고”

서울에 사는 회사원 최모씨는 최근 카카오톡으로 ‘주정차 위반 과태료 사전통지서’를 받았다. 과태료는 4만원이었다. 밤 11시쯤 인도 위에 잠깐 주차했는데 누군가 안전신문고 앱으로 사진을 찍어 신고한 것이 단속 원인이었다.

최씨는 “내가 명백히 잘못했으니 과태료를 내야 하는 건 맞지만 주차할 공간이 넉넉하지 않은데 어쩔 수 없었다”면서 “이렇게 땅 짚고 헤엄치듯 주민 신고로 과태료를 쉽게 부과한다면 공영 주차장부터 넉넉히 만들어 놓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물론 주변에 민폐를 끼치는 불법 주차 차량을 신고하는 사람들의 입장은 다르다. 불법 주차 차량을 보면 단골 신고한다는 40대 남성 황모씨는 “명백한 잘못인 걸 알면서도 당당하게 법을 어기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런 사람들에겐 금융치료가 답”이라며 “얌체 주차를 하는 사람을 보면 신고하는 것이 올바른 사회로 가는 데에 도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주부 이모씨는 “길가다 보면 비매너 주차 차량이 많아서 솔직히 정의 구현을 하고 싶을 때가 많지만 1분 이상 기다리면서 촬영해야 하는 것이 번거롭고, 혹시라도 내가 사진을 찍는 걸 보고 운전자가 화풀이할까봐 두려워서 그냥 지나칠 때가 많다”고 말했다.

안전신문고 앱에 2827건의 불법주정차 신고를 했다면서 한 네티즌이 올린 인증 사진. /온라인 캡처

✅1년에 2827건 신고한 시민도

올 초 한 자동차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나라에 1억 넘게 벌어줬습니다. 애국자 아닌가요?”란 제목의 인증글이 올라와 화제가 됐다. 작성자는 안전신문고 앱의 ‘나의 신고처리현황’ 사진을 공개했는데, 1년 동안 총 2827건의 불법주정차를 신고해 2815건의 답변이 완료됐다. 답변이 완료되었다는 의미는 해당 지자체가 불법주차 차량에 과태료를 부과했다는 의미다.

일반적으로 승용차가 일반 주정차 금지구역에 주차했을 때의 과태료는 4만원이다. 4만원을 기준으로 계산하면, 그가 신고해서 지자체가 거둔 과태료는 총 1억1260만원이다.

민폐 불법 주차 차량을 신고하는 것에 대한 여론은 엇갈린다. “길거리를 지나다 보면 정말 너무하다 싶은 차들을 자주 본다”면서 신고를 적극 장려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는가 하면, ‘나도 당했으니 너도 당해봐라’라는 식으로 자신이 당한 신고에 보복하거나 화풀이성으로 신고하는 사례가 늘어날 것이란 반박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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