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 미 대선 후보간 생방송 토론에서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승리했다는 평가가 나오면서 금융시장에 ‘해리스 트레이드(거래)’가 확산됐다. 해리스 트레이드란, 해리스가 집권할 경우 수혜를 볼 수 있는 자산에 투자하는 것이다. 반면 ‘친트럼프 자산’으로 분류되는 가상화폐와 달러, 석유·천연가스·방위산업 주가는 약세를 보였다. 지난 7월 트럼프 피격 사건 이후 나타났던 ‘트럼프 트레이드(거래)’와 정반대 현상이다. 미 CNN이 생방송 토론 직후 여론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63%는 해리스 후보가 승리했다고 평가했다.
해리스는 바이든 대통령의 정책 기조를 이어 받아 인플레이션감축법(IRA) 정책을 포함한 에너지 안보와 기후변화 정책을 고수해 나갈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친환경 산업주가 수혜주로 꼽힌다. 토론 다음날인 11일 미국 증시에서 태양광 업체를 비롯한 친환경 관련 주식들이 일제히 치솟았다. 퍼스트솔라는 전일 대비 15.2% 올랐고, 선런(11.5%), 선노바(6.3%), 솔라엣지 테크놀로지스(8.5%)도 상승 마감했다. TPI컴포지트(7.2%) 등 풍력 발전, 대표적인 친환경 상장지수펀드(ETF)인 인베스코 태양광 ETF(6.3%)도 올랐다.
반면, 트럼프 전 대통령이 설립한 소셜미디어인 트루스 소셜의 모회사 트럼프 미디어는 10.5% 급락했다. 3월에 기록한 고점(79달러)의 5분의 1 수준으로, 5월 이후에만 시가총액이 약 60억달러 사라졌다.
‘가상화폐 대통령이 되겠다’는 트럼프 공약 때문에 토론 전 5만7943달러까지 올랐던 비트코인 가격은 토론이 끝난 후 2% 넘게 내렸다. 달러화도 토론이 진행되는 동안 약세로 돌아섰다. 달러화는 대표적 트럼프 수혜자산으로 꼽힌다. 트럼프의 보호무역 정책 때문에 미국이 수입을 적게 할 경우 글로벌 금융시장에 달러 공급이 부족해지고, 글로벌 기업들이 미 본토에 투자하기 위해 달러 수요를 늘려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ING 은행의 통화 전략가인 프란체스코 페솔레는 “시장이 해리스 부통령의 손을 들어준 것 같다”고 말했다. 만약 다음 주 미 연준의 금리 인하가 진행될 경우, 해리스의 기세가 더 오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