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오후 부산 사상구 금양 본사에서 열린 미국 나노테크 에너지와 금양의 화재 억제력을 갖춘 차세대 배터리 공동개발과 생산을 위한 MOU 채결식에서 류광지 금양 회장과 커티스 칼라 미국 나노테크 에너지 최고운영책임자가 업무협약문을 들어 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이차전지 소재 기업인 금양 주가가 20일 7.94% 급등했다. 전날 금양이 미국 배터리 개발 업체 나노테크 에너지에 대규모 원통형 배터리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고 공시한 영향이었다. 그러나 금양 측이 공급 계약이라는 표현을 뒤늦게 ‘총판 계약’으로 정정한 것이 알려지면서 “애매한 공시로 투자자들을 혼란하게 한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금양은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전 거래일 대비 7.94% 상승한 5만37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장 초반에는 20% 가량 폭등하기도 했다. 금양이 전날 장 마감 이후 기업 공시를 통해 “나노테크 에너지에 내년부터 6년간 이차전지 ‘2170 배터리’를 17억2000만달러(약 2조3000억원)가량 공급하는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히면서 주가가 급등한 것이다.

그러나 공시 자체가 투자자들에게 혼동을 준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최초 공시 이후 금양이 정정 공시를 내고 ‘공급 계약’이라는 표현을 ‘총판 계약(Distribution agreement)’라고 수정했기 때문이다. 실제 판매 계약을 맺은 것이 아니라 앞으로 미국에 배터리를 수출할 경우 나노테크 에너지에 독점적인 판매권을 주겠다는 내용인 것이다. 금양은 공시에서 “나노테크 에너지를 당사의 2170 원통형 셀에 대한 미국 내 독점적 유통업체로 지정하고 지정된 지역 내의 고객에게 재판매할 수 있는 독점적 권리를 부여했다”고 밝혔다.

계약 내용의 실효성에 대해서도 의문이 제기된다. 나노테크 에너지는 임직원 약 60여 명으로 연 매출 1000만달러(약 133억원) 이하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이 정도 규모의 회사가 2조원가량의 물량을 발주한다는 건 상식적이지 않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