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시가총액이 한달여 동안 100조원 넘게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삼성전자 시가총액이 올해 1월부터 7월까지 100조원 이상 증가하기까지 반년 가까이 걸린 것과 비교해 가파른 내림세다. SK하이닉스 역시 지난 한달 동안 시가총액이 30조원 넘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2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지난 20일 종가(6만3000원) 기준 시가총액은 366조963억원이다. 지난 8월 16일 478조7766억원에서 23거래일 만에 102조6800억원 줄었다. 주가가 급락하면서 유가증권시장에서 삼성전자 비중은 17.78%까지 쪼그라들었다. 2022년 9월 이후 2년 만에 최저치다.

일러스트=챗GPT 달리3

삼성전자 시가총액이 100조원 넘게 늘어나기까진 더 오랜 시간이 걸렸다. 삼성전자 주가가 종가 기준 올해 최고치를 기록했던 지난 7월 9일 시가총액은 524조1469억원이었다. 지난 1월 17일부터 같은 날까지 시가총액이 100조2923억원 늘어나기까지 117거래일이 걸렸다.

SK하이닉스 시가총액도 빠르게 줄고 있다. SK하이닉스 시가총액은 지난달 20일 145조3821억원에서 지난 20일 114조3692억원으로 21거래일 동안 31조129억원 감소했다.

메모리 반도체 업황이 올해 4분기를 정점으로 ‘피크 아웃(정점 후 하락)’할 것이란 우려가 불거지자, 외국인 투자자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식을 매도하고 나섰고 주가 하락으로 이어지고 있다. 외국인은 한달 동안 삼성전자 주식 6조9550억원어치와 SK하이닉스 주식 1조8470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같은 기간 외국인 보유비중이 삼성전자는 56.23%에서 54.66%로, SK하이닉스는 54.92%에서 53.25%로 낮아졌다.

미국 투자은행(IB) 모건스탠리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대한 목표주가를 하향 조정한 것이 투자심리를 더 얼어붙게 했다. 모건스탠리는 지난 15일 기준 삼성전자 목표주가를 기존 10만5000원에서 7만6000원으로 내렸고, SK하이닉스 목표주가도 26만원에서 12만원으로 낮췄다.

국내 증권사와 해외 IB 사이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주가가 과도하게 하락했다는 반론도 지속해서 나오고 있다. D램을 비롯한 메모리 반도체 공급 조절을 통해 가격 방어가 가능하고, 인공지능(AI) 핵심 반도체인 고대역폭메모리(HBM) 역시 2025년까지 수급이 빡빡할 것이라는 게 주된 논리다.

주가가 역사적 저점 수준에 근접하기도 했다. 삼성전자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시가총액 ÷ 순이익)과 주가순자산비율(PBR·시가총액 ÷ 순자산)은 각각 9배, 1배 수준까지 떨어졌다. SK하이닉스 12개월 선행 PER 역시 5배를 밑돌고, PBR은 1배 초반이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오는 26일 마이크론 테크놀로지의 실적 발표와 다음 달 초 삼성전자의 실적 가이던스(전망치) 공개가 전환점이 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