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큰 폭의 금리 인하를 했는데, 보유 종목들은 쭉 가져갈까요 아니면 지금이라도 일부 현금화해야 할까요?”(40대 투자자 이모씨)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가 지난 18일 빅컷(big cut·한 번에 금리 0.5%포인트 인하)을 단행한 이후, 투자자들의 궁금증이 커지고 있다. 증권사 지점에는 향후 투자 전략을 어떻게 끌고 가야 하느냐는 고객들의 질문이 이어지고 있다.

그래픽=조선디자인랩 김영재

통상 큰 폭의 금리 인하는 경기 침체 대응 목적에서 나온다. 하지만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노동 시장은 실제로 양호하며, 미국 경제도 견실한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고 보험성 금리 인하를 언급하면서 경제 연착륙 기대감이 커졌다. 자산 시장은 상승으로 화답했다. 다우평균과 S&P500이 종가 기준 사상 최고치를 찍었고, 금값도 온스당 2600달러를 넘어서며 최고치를 갈아 치웠다.

문남중 대신증권 글로벌 전략가는 “8월 기준 미국은 52개월째 경기확장 국면이고,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평균(2.8%)은 잠재 성장률을 1%포인트 이상 상회해 경제가 강하다”면서 “현 상황을 고려하면 미국 증시는 과거 경기 확장 국면에서 금리를 내렸던 1995년, 1998년의 전철을 밟아 나갈 것”이라고 예상했다. 잠재 성장률이란, 경제가 인플레이션을 유발하지 않고 달성할 수 있는 최대 성장률을 말한다. 실제 GDP 성장률이 잠재 성장률보다 높다는 것은 생산성 향상이나 노동력 증가로 경제가 활황이란 의미다.

그래픽=조선디자인랩 김영재

✅침체 없다면 주가 최대 73% 상승

지난 1995년 이후 미국에선 총 5차례 금리 인하 국면이 있었다. 다만 시기별로 경제 상황은 다소 차이가 있었다. 23일 대신증권에 따르면, 미국 경기를 공식적으로 판단해 발표하는 전미경제연구소(NBER) 기준 5차례 금리 인하기 중 1995년과 1998년은 경기 확장기에 속했고, 2001년, 2007년, 2019년은 경기 침체기였다.

1995년은 동아시아 외환 위기가 발생했던 시기다. 당시 연준은 연 6%였던 금리를 연 5.25%까지 0.75%포인트 내렸다. 1998년은 빚을 내서 러시아 국채에 투자했던 롱텀캐피털(LTCM)이 파산하면서 금융 시장이 타격을 받았는데, 이에 대응하기 위해 연준이 금리를 0.75%포인트 내렸다. 1995년과 1998년의 금리 인하기는 실업률과 물가상승률이 안정적으로 유지되는 상황에서 경제성장률은 개선되는 경기 확장기였다.

문남중 전략가는 “경기 확장 국면에서 금리를 내렸던 1995년과 1998년에 미국 대표지수인 S&P500은 각각 45.2%, 36% 상승했다”면서 “이번 금리 인하가 비정상적 통화 정책을 정상화하는 수순이라는 점에서 미국 증시 선호도는 더 강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삼성자산운용은 최근 펴낸 보고서에서 “연준이 예상보다 크게 정책 금리를 인하했는데 경기 불안에 대응하면서 과잉 긴축을 정상화하는 성격이 강하다”면서 “향후 빠른 인하 속도와 경제지표 민감도가 높아진다는 점은 주식에 부정적이고, 채권 역시 금리 추가 하락 여지가 높지 않아 자본 차익은 제한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래픽=조선디자인랩 권혜인

✅경기 침체기 금리 인하는 부정적

역사적으로 보면 경기 침체를 동반하지 않은 금리 인하는 증시에 순풍으로 작용했다. 미국 경제정보업체 팩트세트(Factset)에 따르면, 1995년과 1998년 첫 금리 인하 이후 1년 후에 S&P500 지수는 19%, 23% 올랐고, 2년 후에는 73%, 40% 뛰었다. 시간을 좀 더 거슬러 올라가도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 1966년과 1984년도 경기 침체가 없는 금리 인하로 시장에 긍정적이었다. 첫 금리 인하 이후 2년 뒤 S&P500는 각각 34%, 39% 상승했다. 반면 경기 침체가 동반된 시기의 금리 인하는 증시에 부정적이었다. 2001년, 2007년, 2019년 모두 경기 침체기였는데, 주가 수익률은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한편 JP모건 등 투자은행(IB)들은 최근 시장 상황이 1995년의 금리 인하기처럼 증시에 우호적이라고 보고, 유망 종목을 찾느라 분주하다. CNBC는 22일 웨스턴 얼라이언스 뱅코프, 코카콜라, 질로, UPS, 페덱스, 베스트바이 등이 월가에서 금리 인하 수혜 종목으로 꼽혔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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