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조선디자인랩·Midjourney

최근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의 ‘빅컷’(한 번에 금리 0.5%포인트 인하) 이후 달러 약세가 예상되면서 약(弱)달러일 때 강세를 보이는 금·은 가격이 크게 오르고 있다. 금·은에 투자하는 ETF(상장지수펀드) 수익률도 큰 폭으로 상승하고 있다.

미국의 빅컷에도 불구하고 실적 악화 우려 등으로 삼성전자 등 국내 대형주들 주가가 횡보하면서 코스피가 글로벌 빅컷 랠리에서 소외된 상황에서 수익률 방어를 원하는 투자자들이 금·은 투자 상품에 과거보다 더 주목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앞으로도 금값이 강세를 보일 가능성이 높지만, 금리 인하 효과 등이 선반영돼 있는 만큼 투자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빅컷’ 후 치솟는 금값

최근 국제 금값은 오름세다. 미국 뉴욕상업거래소에 따르면, 23일 기준 12월 인도분 금 선물 가격은 온스 당 2652.50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금 가격은 장 중 한때 2659.80달러까지 오르며 역대 최고가 기록을 3거래일 연속 새로 세웠다.

국내에서 거래되는 금 현물 가격도 오르고 있다. 한국거래소의 ‘KRX 금 시장’에서 금 현물의 1g당 가격은 올 초 8만6000원대에서 출발해 상승 곡선을 그려, 지난 23일 11만3300원으로 올해 최고치를 기록했다. 다만, 24일에는 0.17% 하락한 11만3110원에 거래를 마쳤다.

그래픽=조선디자인랩 김영재

금 가격은 통상 금리 인하기에 약달러를 보일 때 오른다. 금이 주로 달러로 거래되는 만큼 달러 가치가 떨어지면 반대로 금 수요는 증가하기 때문이다. 오는 11월 미국 대선과 중동 불안 확대 등 불확실성이 커지는 것도 안전 자산인 금 수요를 밀어올리고 있다. 이영훈 삼성증권 연구원은 “9월 연준이 50bp(bp=0.01%포인트) 금리 인하를 결정해 (이자가 나오지 않는) 귀금속 투자의 기회 비용이 낮아지면서 금 가격이 상승했다”며 “중동 지역의 지정학 리스크도 안전 자산 선호를 야기하며 귀금속 가격을 견인했다”고 했다.

◇금 ETF 수익률 30~40%

직접 금 현물이나 선물을 거래하지 않더라도 투자자들은 금에 투자하는 ETF(상장지수펀드)를 사고팔 수 있다. 그런데 금 ETF 수익률도 고공행진 중이다. 국내 최초 금 현물 ETF인 ‘ACE KRX금현물’은 연초 이후 24일까지 수익률이 29.1%가량이다. HANARO 글로벌금채굴기업도 같은 기간 45.4%의 수익률을 보였다. 이 ETF는 미국, 캐나다, 호주 등 글로벌 금 채굴 기업 54개 종목에 분산 투자한다.

금 선물에 투자하는 ‘TIGER 골드선물(H)’와 금 선물 가격의 2배를 추종하는 ‘ACE 골드선물레버리지(합성H)’도 같은 기간 각각 22.8%, 43.41%가량의 수익률을 보였다. 연초 이후 미국 S&P500가 20%쯤 올랐고, 코스피가 2%쯤 하락한 것을 감안하면 금 ETF가 투자자들에게 매력적인 상품으로 보이는 것이다. 옥지회 삼성선물 연구원은 “금리 인하 사이클이 시작되는 국면으로 접어들어 금의 상승 추세는 내년에도 계속될 전망”이라고 했다.

◇저평가된 ‘은 ETF’도 인기

금보다는 가격이 낮지만 최근 유사한 가격 흐름을 보여온 ‘은’에 투자하는 상품도 인기를 얻고 있다. ETF인 ‘KODEX 은선물(H)’은 올초 이후 23%가량 상승했다. 은 선물은 지난 23일 1온스당 31달러에 거래를 마쳤는데, 이는 지난해 말 24.09달러 대비 28%가량 오른 수치다.

황병진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한 금 가격 대비 저평가된 은 가격을 다시 주목해야 한다”며 “은은 실제 안전 자산보다 인플레이션 헤지 자산의 역할이 커서 실질 금리 하락 시 금 대비 투자 매력이 커지기 때문”이라고 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은은 귀금속에 속할 뿐만 아니라 첨단 산업 분야에서 사용되는 산업재 성격도 갖고 있다는 점에서 투자에 유의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은의 전체 수요 중 60% 이상이 산업 분야에서 나오는 만큼 상대적으로 변동성이 높다는 것이다.

또 일부 전문가는 금리 인하기에 예상과 달리 달러 강세 상황이 나타날 수 있다는 점도 금·은 ETF 투자에서 유의해야 한다고 지적하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