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조선디자인랩·Midjourney

최근 중국이 유동성(돈) 공급, 대규모 소비 바우처 발행 등 경기 부양책을 잇달아 발표하면서, 국내 투자자들도 중국 경기 부양책의 수혜주를 찾는 데 분주하다. 중국 증시도 뜨겁다. 26일 중국 증시 대표 지수인 CSI300은 4% 넘게 상승했고, 홍콩H지수도 7000을 넘기며 연중 최고치를 기록했다. 증권가에서는 대중 수출 비중이 높은 화장품과 식품, 수요가 늘어 가격 상승이 예상되는 구리·철강 등 원자재 관련 종목들이 수혜를 입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다만 일각에선 “일부 종목은 기업 체질 개선이 동반되지 않는다면 주가 상승이 오래가지 않을 수도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그래픽=양진경

◇돈 푸는 中, 수혜주를 찾아라

중국은 지난 24일 시중 유동성 공급 등 대규모 경기 부양책을 공개했다. 판궁성 중국인민은행 총재는 “조만간 지급 준비율을 0.5%포인트 낮춰 금융 시장에 유동성 1조위안(약 189조4000억원)을 제공할 것”이라고 했다. 지급준비율이란 은행의 예금 중 중앙은행에 맡겨야 하는 돈의 비율로, 이를 내리면 시중에 돈이 더 풀리는 효과가 있다. 중국 지방 정부도 연이어 경기 부양책을 내놨다. 상하이시는 25일 외식, 숙박, 영화 등 4개 분야에서 사용할 수 있는 5억위안(약 950억원)의 소비 쿠폰을 배포하기로 했다.

이 같은 중국의 부양책은 일차적으로 중국 수출 비중이 큰 K뷰티, K푸드 업종의 실적에 도움이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2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국내 대표적인 화장품주인 아모레퍼시픽 주가는 중국의 경기부양책 발표 하루 뒤인 25일 9.04% 상승하면서 올 들어 최고 상승률을 보였다. 아모레퍼시픽 주가는 최근 한 달간(26일 기준) 21%가량 상승했다.

이외에도 화장품 업종인 코스맥스와 LG생활건강도 최근 한 달간 주가가 각각 9.1%, 8.1%쯤 상승하며 화장품 업종이 고른 강세를 보였다. 박현진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코스맥스는 중국 사업 의존도가 전체 이익 대비 45% 이상으로 높은 수준”이라며 “중국 로컬 시장 내 소비력이 개선된다면 화장품 수요도 자연히 회복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불닭볶음면’의 수출 호조로 성장하고 있는 삼양식품도 향후 중국 수출 물량이 늘어나면서 실적이 좋아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대신증권은 올해 3분기(7~9월) 삼양식품의 매출을 4269억원으로 전망했는데, 이는 전년 대비 27.3% 증가한 수치다. 삼양식품 주가는 26일 5.59% 상승했다.

◇전선·철강 등도 수혜 예상

중국 경기 활성화로 산업 전반에 소재로 사용되는 구리의 가격 상승도 예측되면서 ‘전선주’도 수혜 종목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전선업체들은 구리 등 원자재 가격을 판매가에 반영하기 때문에 구리 가격 상승은 전선업체 매출 상승을 부르기 때문이다. 26일 대한전선과 가온전선은 2.82%, 3.94%씩 상승했다.

현대제철·포스코홀딩스 등 철강업 종목도 중국 경기부양책 수혜주가 될 가능성이 있다. 박현욱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현재 중국 철강 수요 부진은 2015년과 비슷하다”며 “중국 경기가 회복되면 부진했던 수요 개선 등으로 철강업 실적이 반등할 수 있다”고 했다.

◇“기업 체질 개선되는지 봐야”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들 종목 투자를 고려할 때 단순히 중국 경기 이슈만 참고 삼아서는 안 된다”고 조언한다. 정지윤 NH투자증권 연구원은 LG생활건강에 대해 “3분기 중국 매출 회복은 지속되고 있으나, 글로벌 마케팅 지출 확대로 이익 레버리지를 기대하기는 제한적”이라고 했다. 특히 화장품 종목의 경우 브랜드 리뉴얼이나 판매 채널 구조조정 등 기업 체질 개선이 동반되지 않으면 주가 상승이 오래가지 않을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이번 부양책이 중국 증시의 구조적 상승까지 이끌기는 어려울 수도 있다는 시각도 나온다. 이동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중국 경기 개선 속도는 여전히 더뎌 10월 중순에 9월 실물 지표가 발표되는 시점에 투자 심리가 다시 약해질 수 있다”고 했다. 향후 지표에 따라 중국발 국내 종목 주가 상승세에도 제동이 걸릴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