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홍콩에서 항셍지수를 보여주는 표지판 앞을 시민들이 지나고 있다./ AFP 연합뉴스

중국의 강력한 경기 부양책으로 글로벌 증시에 불이 붙었다. 미국과 함께 G2(주요 2국)로 꼽히는 중국이 통화정책 완화에 나서면서 세계 경제에 ‘연착륙’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27일 중국 우량 기업들을 모아 만든 홍콩H지수가 3% 오른 7299.9로 마감하며 연중 최고치를 기록했다. 중국 본토의 대표 지수인 상하이종합지수도 2.9% 오른 3087.53에 마감했다. 상하이종합지수는 중국 인민은행이 지급준비율 인하 방침을 발표한 지난 24일부터 4일간 12.3% 급등했다. 26일 미국 대표 지수인 S&P500은 올 들어 42번째 신고가를 기록했다. 유럽 대표 종목을 모아놓은 유로스톡스50도 이날 2.4% 올라 올해 최고 상승률을 보였다. 중국 전기차 기업 리오토, 전자상거래 업체 PDD(핀둬둬) 홀딩스 등 미국 증시에 상장된 중국 기업들의 주가도 6~13%가량 급등했다.

하지만 이날 한국과 대만 증시는 소폭 하락 마감했다. “미국이 이끌고 중국이 뒤에서 미는 글로벌 증시의 ‘에브리웨어 랠리(Everywhere rally·모든 곳에서 상승)’에서 소외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래픽=김하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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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글로벌 증시 상승장은 중국의 대규모 경기 부양책이 주도했다. 중국 정부는 지난 24일 시중 유동성 공급 등 대규모 경기 부양책을 공개했다. 이날 발표에 따라 중국 인민은행은 27일 지급 준비율을 0.5%포인트 낮췄다. 지급 준비율은 은행의 예금 중 중앙은행에 맡겨야 하는 돈의 비율인데, 이를 인하하면 시중에 돈이 더 풀리는 효과가 있다. 인민은행 측은 지급 준비율 인하로 금융시장에 유동성 1조위안(약 189조원)이 제공될 것이라 보고 있다.

중국의 대규모 경기 부양책 외에도 글로벌 증시를 밀어 올리는 요인들이 겹치고 있다. 미국 최대 반도체 업체 마이크론이 지난 25일 발표한 실적이 시장 예상치를 넘어서면서 반도체 분야 불황 우려가 거둬지고 있다. 미국 상무부가 발표한 올 2분기(4~6월)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시장 예상에 부합하고, 주간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도 전주 대비 줄어드는 등 양호한 경제지표들도 쌓이고 있다.

미국 증시도 중국의 경기 부양책 기대감으로 26일 일제히 상승 마감했다. 미 다우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0.6% 상승했고, 나스닥과 S&P500도 각각 0.6%, 0.4%가량 올랐다. 유럽 주요국 증시도 상승세를 보였다. 독일 프랑크푸르트 증시의 DAX 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1.7% 오른 1만9238.36으로 사상 최고치로 마감했다. 프랑스 파리 증시의 CAC40 지수와 영국 런던 증시의 FTSE100 지수도 각각 2.3%, 0.2%가량 올랐다.

◇반도체주 부활, 낙관적 경기지표도 영향

중국의 경기 부양책이 글로벌 증시 상승세에 결정적인 영향을 줬지만, 그간 시들했던 반도체주의 부활과 각종 경제지표 성과도 글로벌 증시를 밀어올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우선 미국 반도체 기업 마이크론이 지난 25일 발표한 실적과 낙관적인 사업 전망이 반도체 업종에 훈풍을 불어넣고 있다. 마이크론의 회계연도 4분기(6∼8월) 매출은 77억5000만달러(약 10조2000억원)로, 월스트리트 전망치인 76억6000만달러를 넘어섰다. 반도체 관련 종목으로 구성된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도 이날 3.47%가량 올랐다.

미국의 올해 2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도 호조를 보였다. 미 상무부는 26일 올 2분기 미국의 GDP 증가율이 3.0%(전기 대비 연율)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이는 한 달 전 발표된 잠정치와 동일하고, 다우존스가 집계한 전문가 전망에도 부합한다. 지난 한 주(9월 15~21일)간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도 21만8000건으로 직전 주보다 4000건 줄어드는 등 미국 경제 연착륙을 암시하는 양호한 경제지표가 쌓이고 있다. 재닛 옐런 미 재무부 장관도 미 CNBC와의 인터뷰에서 ”미국 경제가 연착륙 길에 있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미 상장 中 주식 급등, 중학 개미 환호

중국발 증시 훈풍에 미국 증시에 상장된 중국 기업들의 ADR(주식예탁증서)에 투자하는 투자자들(중학 개미)도 큰 폭의 수익률을 얻고 있다. 전기차 기업인 리오토는 26일 미 뉴욕증권거래소에서 전 거래일 대비 6.73% 상승했다. 전자 상거래업체인 PDD(핀둬둬) 홀딩스와 알리바바 주가는 각각 13.5%, 10.1% 상승했다.

미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지난 24일 중국의 대형주를 추종하는 ‘아이셰어스 중국 대형주 ETF(FXI)’의 콜옵션(주식을 정해진 가격에 살 권리) 거래량은 지난 2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중국 내 소비 증가가 예상되면서 유럽의 명품 회사 주가들도 치솟았다. LVMH(루이비통모에헤네시) 그룹과 에르메스 주식은 26일 유럽 증시에서 각각 9.8%, 9.1%가량 올랐다.

그러나 한국 증시는 이날 글로벌 랠리에서 소외됐다. 일본 총리 선거 결과와 중국 경기 전망에 대한 경계심 등이 영향을 끼쳤다는 분석이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경기 부양 정책에도 실제 중국이 장기적 경기 반등에 성공할지는 확인이 필요한 상황이고 코스피 상승 반영은 아직 일부에 그치는 것으로 보인다”며 “일본 자민당 총재 선거 결과에 따라 나타날 수 있는 엔화 변동성에 대한 경계감도 (하락 장세에) 작용했다”고 했다. 대만 증시도 이날 장 후반 기술주에 대한 차익 실현 매물이 나오면서 하락세를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