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A로 풍차돌리기 하려는데... ”

최근 부지런한 투자자들 사이에서 ‘ISA 풍차돌리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ISA는 주식, 상장지수펀드(ETF), 펀드, 채권 등 다양한 상품을 골라서 운용하고 절세 혜택까지 챙길 수 있는 만능 통장이다. ‘ISA 풍차돌리기’는 3년(의무가입기간)마다 기존 ISA를 해지하고 재가입해서 비과세 한도를 최대한 활용하는 전략이다.

만약 올해 ISA 3년차인데 매년 2000만원씩 넣었고 운용을 잘 해서 순수익 200만원이 쌓였다고 가정해 보자. 일반인은 200만원까지 비과세 혜택이 있기 때문에 ISA를 해지할 때 내야 할 세금은 없다. 하지만 해지하지 않고 만기를 연장해서 계속 운용한다면, 200만원을 넘어서는 초과 수익에 대해서는 세금(9.9% 분리과세)을 내야 한다.

일러스트=조선디자인랩 정다운

✅3년마다 비과세 한도 챙기려면

현재 한국에는 비과세 금융상품이 사실상 전무하기 때문에 ISA의 비과세 한도는 더 귀하고 소중하다. ‘ISA 풍차돌리기’는 200만원이라는 비과세 한도를 최대한 활용하기 위한 틈새 재테크다. ISA를 새로 가입할 때마다 비과세 한도가 다시 생긴다는 점에 착안한 것이다. ISA는 의무가입기간만 채우면 언제든지 해지하고 재가입할 수 있다.

물론 누구에게나 ‘ISA 풍차돌리기’ 전략이 유리한 건 아니다. 금융소득종합과세(이자·배당 연 2000만원 초과) 대상자는 3년 동안 ISA 가입이 불가능하므로, 예금이나 배당주 등에서 금융소득이 많이 생길 것으로 예상된다면 만기 연장을 선택해야 한다.

ISA 통장에 수익이 나 있기는커녕, 오히려 손해인 상황에서도 만기를 연장하는 것이 유리하다. 통장에 고배당 상품을 많이 담아둔 경우, 분배금 입금이 만기일 이전에 이뤄져야 비과세·분리과세 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점도 알아두자. 참고로 ISA는 만기를 10년, 20년 늦추더라도 최대 납입한도는 1억원이다.

그래픽=조선디자인랩 한유진

✅보유 상품 매도 서두를 필요 없어

‘ISA 풍차돌리기’를 하기로 결정했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앞서 언급했듯, ISA를 해지한 후에 재가입을 반복하는 전략이 누구에게나 유리한 건 아니므로, [왕개미연구소]가 자체 개발한 위 체크리스트에서 자가 진단해보거나 금융 전문가와 상담하는 것이 좋다.

참고로 ISA는 해지할 때 보유 중인 상품을 다 매도해야 한다고 생각하기 쉬운데 그렇지 않다. 만기 해지를 하더라도 즉시 현금화하지 않아도 되고 계좌를 유지할 수 있다. 다만 만기 후에는 세제 혜택을 받을 수 없고 일반 과세가 적용된다. ISA의 절세 혜택을 챙기려면 만기 전까지 매도해야 한다.

과세 방식이 ‘손익통산’이라는 점도 알아둘 필요가 있다. 손익통산이란, 이익과 손실을 합산해 세금을 계산하는 방식이다. 이렇게 더하고 빼는 과세 방식은 국내 금융상품 중에선 ISA가 유일하다.

가령 ISA를 해지할 때의 최종 성과가 국내 주식 ETF 매매 차익 100만원, 국내 상장 미국 ETF 배당금 240만원 이익, 해외펀드 50만원 손실이라고 해보자. 국내 주식은 매매차익 비과세 대상이므로 계산에서 빠진다. 결국 배당금 240만원에 해외펀드 손실금 50만원을 뺀 190만원이 최종 과세 대상 금액이다. 이때 국내 주식의 매매차익은 제외되지만, 손실을 본 경우에는 손익통산 계산에 포함된다.

그래픽=이진영

✅ISA→연금 환승하면 상품권 30만원

만기된 ISA 자금을 연금 계좌로 이체하면 연말정산 세액공제 혜택을 챙길 수 있다. 해지일로부터 60일 이내여야 한다. 기존 연금 세액공제 한도(900만원) 외에 추가로 300만원(ISA 전환금액의 10%)이 더해져서 최대 1200만원으로 늘어난다. 세액공제 추가 한도는 해당 연도에만 적용받을 수 있다.

ISA 만기 자금은 최대 1억원까지 연금 계좌로 이체할 수 있다. 한 계좌에 전부 이체해도 되고, 일부만 여러 계좌로 쪼개서 보내는 것도 가능하다. 보통은 세액공제 최대 한도(납입액의 10%, 300만원)에 맞춰서 3000만원만 옮기는 사람들이 많다.

만약 올해 만기 된 ISA 자금 3000만원을 연금저축으로 이체한다면, 내년에 연말 정산하면서 300만원에 대해 추가 세액공제(환급액 40만~50만원)를 받고, 세액공제를 받지 않은 2700만원은 비과세로 전액 인출할 수 있다.

그래픽=조선디자인랩 정다운

연금 계좌로 이체할 때, 상품권 같은 선물 혜택도 챙겨 보자. 연금 납입금은 한 번 들어오면 좀처럼 빠져 나가지 않기 때문에 증권사들이 가장 탐내는 자금이다.

만기 된 ISA 자금이 7000만원이 있고 연금 환승을 고민하는 김 부장을 예로 들어 보자. 9월 기준 증권업계의 ‘ISA 만기 자금 연금 전환 이벤트’를 살펴 보면, 사은품 액수 기준으로는 한국투자증권(뱅키스) 연금저축에 입금하는 것이 가장 유리하다. 30만원 상당의 백화점 상품권을 선물로 보내 준다. 그 다음은 한화투자증권 20만원, 미래에셋증권은 15만원, NH투자증권 10만원, 삼성증권은 5만원 순이다.

한국투자증권(뱅키스)은 고객 확보를 위해 지난 6월만 해도 5000만원 이체에 상품권을 30만원 어치 주는 등 인심이 넉넉했지만 7월부터 기준이 높아졌다. 이마저도 10월부터는 기준이 더 까다로워지거나 아예 이벤트 내용이 바뀔 수도 있다고 한다. ‘ISA 만기 자금 연금 전환 이벤트’는 증권사 홈페이지에서 참가 신청 버튼을 꼭 눌러야만 가능하다.

🩵조선닷컴이 기자 구독 서비스를 시작했어요. 쏙쏙 알기 쉬운 생활경제 코너 [왕개미연구소]를 구독해 주세요. 주소는 www.chosun.com/tag/a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