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고려아연을 둘러싼 경영권 분쟁 과열에 경고 메시지를 냈다. 이 원장은 고려아연 주식 공개매수와 관련해 불법행위가 적발될 경우 엄정 조치하겠다고 밝혔다.
금감원은 27일 오후 열린 부원장회의에서 “최근 여러 우려가 제기되고 있는 상장회사 공개매수 관련 현안에 대해 논의했다”고 밝혔다. 금감원은 기업명을 밝히지 않은 채 상장회사라고만 표현했으나 적대적 M&A(인수·합병) 공방이 증폭되고 있는 고려아연을 지칭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금감원에 따르면, 이 원장은 회의에서 “공개매수 등 M&A 과정에서 발생하는 건전한 경영권 경쟁은 시장 자율에 맡겨야 할 것이지만 현재 진행 중인 상장회사 공개매수는 공개매수 관련자들 간의 경쟁 과열로 보이는 측면이 있으며, 지나친 경쟁으로 인해 시장 불안을 야기하고 자본시장의 신뢰를 저해할 수 있는 만큼 예의 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국내 최대 사모펀드 MBK파트너스는 영풍과 손잡고 고려아연 경영권 확보를 위해 13일 2조 원 규모의 고려아연 주식 공개매수를 선언했다. 10월 4일까지 고려아연 지분 7~14.6%를 공개매수한다고 밝혔다. 고려아연은 현재 세계 1위 비철금속 제련 기업이다. 1949년 고(故) 장병희·최기호 창업주가 영풍을 공동 설립하고 1974년 고려아연을 설립한 후 장씨 집안이 영풍을, 최씨 집안이 고려아연을 경영하며 두 집안이 동업 관계를 이어왔다. 그러나 2022년 두 집안의 갈등이 표면화되기 시작했다.
고려아연을 경영하고 있는 최윤범 회장 측은 영풍이 사모펀드와 손잡고 고려아연에 대한 적대적 M&A를 시도하고 있다고 반발하고 있다. 공개매수 발표 당시 영풍과 장씨 일가가 고려아연 지분 33.1%를 보유하고 있었고 최 회장 측이 우호 지분을 포함해 33.9%를 보유 중이었다. 국민연금과 의결권 없는 자사주를 제외하면 시장에서 거래되고 있는 고려아연 지분은 23% 수준이다.
경영권 다툼으로 고려아연 주가가 급등하자 MBK와 영풍 측은 26일 고려아연 주식 공개매수 가격을 주당 66만 원에서 75만 원으로 높였다. 고려아연은 경영권 방어를 위해 MBK와 영풍에 대항해 주식 공개매수에 나서는 방안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고려아연은 대항 공개매수에 필요한 1조 원 안팎의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또 다른 사모펀드들과 접촉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 원장은 공개매수자 측과 대상회사인 고려아연 관련자들을 향해 법 위반 시 무관용 원칙으로 엄정 조치하겠다고 밝혔다. 이 원장은 “이런 시장의 우려를 감안해 공개매수자, 대상회사, 사무취급자, 기타 관련자들은 공정 경쟁의 원칙을 준수하는 한편, 향후 공개매수 과정에서 제반 절차가 적법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각별히 유념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금감원은 이 원장이 “특히, 공개매수와 관련해 근거없는 루머나 풍문 유포 등으로 투자자의 잘못된 판단이나 오해를 유발하는 시장질서 교란행위 등 불공정거래 발생 여부에 대해 면밀히 시장 감시를 실시하고, 필요시 신속히 조사에 착수해 적발된 불법행위에 대해서는 무관용 원칙을 적용해 엄정 조치할 것”을 지시했다고 밝혔다.
이 원장은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 관련 종목의 주가 급등락으로 인한 투자 손실 가능성에도 주의를 당부했다. 금감원은 이 원장이 “현재 단기적으로 관련 종목의 주가가 급등한 상태이나 이후 주가 하락으로 투자 손실이 발생할 수 있는 만큼 투자자들은 공시 자료 등을 통해 정확한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투자 여부를 결정할 것”을 당부했다고 밝혔다.
고려아연 주가는 12일 55만6000원(종가)에서 27일 71만1000원(종가)까지 오른 상태다. MBK와 영풍은 고려아연 주가가 최초 공개매수 가격인 66만 원 위로 오르자 26일 공개매수 가격을 75만 원으로 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