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풍·사모펀드 MBK와 고려아연 경영진의 경영권 분쟁이 점차 격화하는 가운데 메리츠증권이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의 백기사로 나설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MBK의 주요 투자자이자, 고려아연 지분을 7.8%를 들고 있는 ‘국민연금의 역할론’도 불거지고 있다.
◇메리츠증권, 고려아연 백기사 되나
29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최 회장은 최근 메리츠증권에 3000억원의 자금 지원을 요청했다. 최 회장이 고려아연 경영권을 방어하기 위해선 약 6%의 지분이 추가로 필요한데, 영풍·MBK 측이 제시한 공개매수 가격 75만원을 기준으로 하면 약 1조원가량의 자금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최 회장 측은 실탄 확보를 위해 메리츠증권 외에도 베인 캐피털, KKR 등 다수의 사모펀드들과 접촉 중이다.
현재 영풍·MBK측은 고려아연 경영권을 가져오기 위해 현재 공개매수를 진행 중이다. 영풍·MBK측이 보유한 고려아연 지분은 현재 33.13%로 공개매수를 통해 지분 7~14.6%를 추가로 매수할 계획이다. 최 회장 측 역시 영풍·MBK의 공개매수에 대항한 공개매수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연금 역할론 부상
이런 상황에서 ‘국민연금의 역할론’이 부상하고 있다. 현재 국민연금은 고려아연의 지분 7.8%를 갖고 있다. 업계에서는 LG화학, 현대차, 한화그룹 등 친 최 회장 지분을 34% 정도로 평가한다. 여기에 국민연금이 가세하면 40%가 넘어가는 것이다. 과반은 아니지만, 어느 정도 영향력은 행사할 수 있는 지분이다.
뿐만 아니라, 현재 MBK 자금에서 국내 자본은 대부분이 국민연금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 IB업계 관계자는 “현재 MBK 한국 자본중 대부분이 국민연금인 것으로 알려졌다”며 “그 외 MBK 자금 대부분은 미국·유럽·중동 기관 자금이고, 중국 자금이 5% 정도”라고 말했다.
현재 국민연금은 올해 상반기 1조5500억원 규모의 사모펀드 위탁운용사로 MBK를 선정하기도 했는데, 이를 두고도 국회에서는 시끄럽다. 박희승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올해 국감에서 국민연금의 MBK파트너스 위탁운용사 선정 과정과 MBK파트너스의 잇따른 논란이 ESG 원칙에 문제가 없는지 집중적으로 따져볼 것”이라고 말했다. IB업계 관계자는 “어쨌든 MBK에게 한 마디 할 수 있는 건 국내에는 국민연금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