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9월 23일~9월 27일) 코스피지수는 2600선을 회복했지만 기세가 강하지는 않았다. 코스피지수는 2649.78로 마무리하며 한 주간 2% 오르는 데 그쳤다. 한 주간 기관이 1조8000억 원어치 순매수했지만, 외국인이 8800억 원어치, 개인이 8600억 원어치 순매도하며 지수 상승세가 약했다. 월간은 마이너스다. 코스피지수는 8월 말과 비교하면 0.9% 떨어진 상태다. 코스닥지수는 774.49로 마감하며 주간 3.5% 상승률을 기록했다.
한국 주력 업종인 반도체에 아직 겨울이 오지 않았다는 것이 위안으로 삼을 만하다. 외국계 모건스탠리의 ‘겨울이 온다’ 보고서로 덜컹했던 SK하이닉스는 한 주간 17% 올랐다. 삼성전자가 주간 상승률 1.9%로 아직 6만전자에 머물러 있다는 것이 다소 아쉽다. ‘반도체 풍향계’로 불리는 미국 최대 메모리 반도체 제조사 마이크론테크놀로지가 반도체 겨울왕국론을 불식시켰다. 마이크론은 25일 올해와 내년 생산되는 AI 반도체 HBM(고대역폭 메모리) 제품을 완판했다고 밝히며 다음 분기 매출 전망치도 높여 잡았다. AI 수요가 견고하고 데이터센터로의 HBM 판매 증가가 확인됐기 때문에 엔비디아를 비롯한 AI 반도체주가 상승 기류를 탈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나정환 NH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마이크론 효과로 대형 반도체와 HBM(고대역폭 메모리) 비중이 높은 종목 중심으로 주가 반등세를 이어갈 것”이라고 전망하면서도 “10월 초중순 발표될 삼성전자의 3분기 잠정실적 발표 전까지 국내 반도체 실적에 대한 의구심은 이어질 수 있다”고 했다.
국내 증시는 10월 첫 주 2거래일을 쉬어간다. 10월 1일 국군의 날이 임시 공휴일로 지정되면서 3일 개천절 공휴일과 함께 증시가 휴장한다. 그 어느 때보다 미국 증시 움직임에 더 관심을 기울일 수밖에 없다.
미국 증시는 18일 연방준비제도가 기준금리를 한 번에 0.5%포인트 인하하는 빅컷을 단행한 이후 역대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마이크론이 반도체를 들어 올린 것처럼 테슬라가 이차전지와 전기차를 끌어 올릴 수 있을지 주목된다. 테슬라는 10월 2일 3분기 차량 인도량을 발표할 예정이다. 중국 수요 증가로 최근 추정치가 높아지는 분위기다. 월스트리트에서는 테슬라의 3분기 전 세계 인도량을 46만2000대로 예상했는데, 실제 이 수준의 숫자가 나올 경우 2023년 2분기(46만6140대), 2023년 4분기(48만4507대)에 이어 역대 3번째로 많은 분기 인도량을 기록하게 된다. 테슬라는 10월에 로보택시와 3분기 실적 공개도 앞두고 있기 때문에 주가에 어떤 영향이 있을지 주목된다.
문남중 대신증권 스트래티지스트는 “테슬라가 기대에 부합하면 전기차 캐즘(일시적 둔화) 돌파 기대를 높이고 중국 내 전기차 경쟁력을 부각시켜 전기차주 상승의 불씨가 될 것”이라고 했다. 10월 초 마이크론 효과 연장과 테슬라 효과가 맞물리면 미국 증시가 또 최고치를 밟고 올라가는 증시 훈풍이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에서 다음 주 지켜볼 경제 지표로는 9월 ISM(미국 공급관리자협회) 제조업 지수와 4일 발표되는 9월 고용 지표(비농업부문 고용자 수)가 있다. 경계론도 일부 여전하지만 연준의 금리 인하 사이클 돌입으로 기업심리와 고용 지표를 경기 침체 우려와 결부시키는 해석은 영향력이 적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10월 1일 열리는 미국 부통령 후보 TV 토론과 최근 수장이 교체된 나이키의 실적 발표(2일)도 지켜볼 만하다.
중국 증시도 다시 관심권에 들어왔다. 미국 빅컷 이후 중국은 경기부양 정책을 대대적으로 풀어놨다. 통화정책과 재정정책이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 중국은 금리를 계속 동결하다가 지급준비율을 0.50%포인트 인하하는 카드를 꺼냈다. 일각에선 뜻밖이란 반응도 나왔다. 금융 위기 이후 처음으로 은행 자본 확충이란 지원안도 공개했다. 또 10월 1일 시작되는 국경절 연휴를 앞두고 저소득층 보조금 지급, 양육수당 지급, 청년실업자 사회보험 보조금 지급 등 부양책을 잇따라 발표했다.
이하연 대신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이전과 달리 직접적인 현금지급 정책이 포함되면서 재정정책 효과가 실물지표 개선에 빠르게 나타날 것으로 예상한다”고 했다. 돈을 풀기 시작한 G2(미국과 중국)에 관심을 가지란 얘기다.
변준호 IBK투자증권 스트래티지스트는 미국의 빅컷 금리 인하와 중국의 지준율 인하가 차례로 일어난 상황을 상당히 이례적이라고 평가했다. 미·중 모두 위기가 아닌 상황에서 빅컷을 한 것은 증시 변동성이 커지면서 선제적 예방 조치에 나선 것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중국은 증시 안정화에 방점이 찍혔다고 평가했다. 상하이종합지수가 강한 하락세로 전저점에 근접한 상황에서 투자 심리와 경기 심리의 급격한 냉각을 막아야 했다는 것이다. 그는 “미국과 중국 모두 위기에 대처하기 위한 빅컷이었다기보다는 심각한 잠재적 위험을 선제적으로 예방하기 위한 보험성 성격일 가능성이 크다”며 “단기적으로는 빅컷을 호재로 받아들여 증시에 긍정적 영향이 있을 공산이 크다”고 했다.
일본 이시바 총리 시대 개막은 엔화 강세 기반이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27일 일본 자민당 총재 선거 결선투표에서 이시바 시게루 전 자민당 간사장이 승리하며 일본의 차기 총리로 확정됐다. 이시바가 일본은행의 독립성을 존중하는 기조라 일본은행이 금리를 추가 인상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실제 금융정책과 금리 정상화를 지지할 경우 엔화 강세로 일본 주식시장엔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