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4년 9월 30일 14시 16분 조선비즈 머니무브(MM) 사이트에 표출됐습니다.
고려아연 경영권을 놓고 최윤범 회장과 MBK파트너스-영풍 간 경쟁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하나증권도 최 회장 측 백기사로 참전하는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확인됐다. 한국투자증권이 주도적으로 만들고 있는 컨소시엄에 참여해 최 회장 쪽에 브릿지론을 제공하는 식이다.
30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하나증권은 최근 한국투자증권을 주축으로 한 컨소시엄에 참여하는 방안을 놓고 금리, 담보 등 세부적인 조건을 논의했다. 컨소시엄은 현재 1조원대 자금을 모으고 있으며, 하나증권뿐 아니라 메리츠증권도 참여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증권사 연합군이 손을 잡고 최 회장에게 대출을 해주는 식이다.
최 회장이 MBK-영풍의 공개매수를 저지하려면 늦어도 다음 달 2일에는 대항 공개매수를 시작해야 하며, 그러려면 30일까지는 자금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MBK-영풍이 공개매수가를 75만원으로 올린 만큼, 시장에서는 최 회장 측의 대항 공개매수가가 80만원에 육박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만약 이 가격으로 6% 정도의 지분을 산다면 필요한 돈은 1조3000억원 정도로 추산된다.
당초 업계에서는 한국투자증권이 복수의 사모펀드(PEF) 운용사를 만나 인수확약서(LOC) 제출을 요청했다는 얘기가 나왔다. 베인캐피탈 크레딧 부문이 참전하기로 했다는 관측도 나왔다. 베인캐피탈은 최 회장에게 경영권을 담보로 제공하라고 요구, 이 조건을 놓고 양측이 막판까지 줄다리기를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하나증권과 메리츠증권 등 증권사들은 최 회장이 제공할 수 있는 담보가 많지 않다는 점을 우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IB 업계의 한 관계자는 “특히 메리츠증권의 경우 최 회장 측이 제시한 금리 조건이 지나치게 낮아 반려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최 회장 등 최씨 일가가 보유 중인 고려아연 지분은 약 15.6%로, 현재 시세 기준으로 2조2000억원 정도다. 다만 최근 경영권 분쟁이 심화하면서 주가가 큰 폭으로 올랐다는 점을 감안하면, 담보 가치는 현 시세보다 더 떨어질 수 있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이와 관련, 하나증권 관계자는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에 참여하는 방안을 논의했고, (현재로선) 안 하는 쪽으로 결론을 낸 상태”라고 말했다.
고려아연은 대항 공개매수와 함께 자사주 매입 카드도 준비하고 있다. 이를 위해 유동자산과 비유동자산 일부를 현금화해 2조원대 중반 안팎의 실탄을 마련해 놓은 것으로 확인됐다. 자사주를 사들인 뒤 이를 백기사에게 넘겨 의결권이 있는 우호 지분으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현재 서울중앙지법 민사50부가 영풍 측이 최 회장 측을 상대로 제기한 자사주 취득 금지 가처분을 심리하고 있다. 결과는 이르면 이날 중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