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4년 9월 27일 11시 52분 조선비즈 머니무브(MM) 사이트에 표출됐습니다.
SK에코플랜트가 수처리 및 폐기물 처리 전문기업 리뉴어스 매각 카드를 꺼내 들었다. 친환경 사업 확장을 내걸고 2020년부터 지난해까지 대규모 인수합병(M&A)을 이어 왔지만, 이자부담에 재무구조 악화가 이어지고 있는 데 따른 사업 재정비로 풀이된다.
SK에코플랜트는 앞서 미국 폐배터리 리사이클링 전문기업 어센드 엘리먼츠 주식도 매각했다. 대신 산소, 질소 등 일반 산업가스를 생산하는 SK머티리얼즈에어플러스와 반도체 유통 전문기업 에센코어 등을 자회사로 품으며 수익성 개선을 택했다.
27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SK에코플랜트는 최근 리뉴어스 매각 채비에 돌입했다. 리뉴어스 보유 지분 75% 전량 매각이 핵심으로, 국내·외 사모펀드(PEF) 운용사 등으로 수요 확인 사전 접촉을 시작했다. 연말 매각 작업이 구체화할 것으로 보인다.
리뉴어스(옛 환경시설관리)는 환경부 환경관리공단의 하수·폐수종말처리, 폐기물처리 전문 자회사로 1997년 9월 설립됐다. 이후 정부의 민영화 방침에 따라 종업원지주제 전환, 코오롱건설 자회사 편입 등 몇 번의 손바뀜을 거쳐 2020년 11월 SK에코플랜트에 인수됐다.
SK에코플랜트는 당시 건설업 중심 사업구조 외 환경·에너지 등 친환경 사업 부문으로 영역 확장을 천명, 리뉴어스를 인수했다. 그즈음 SK건설에서 SK에코플랜트로의 사명 변경을 진행한 것은 물론, 3조원을 투자해 외형을 키우고 2026년 7월 상장 목표도 내놨다.
그러나 리뉴어스는 SK에코플랜트의 아픈 손가락이 됐다. 약 1조원 몸값에 리뉴어스를 인수했지만, 이후 환경 부문 신규 사업자들이 늘면서 성장 정체에 빠진 탓이다. 작년 리뉴어스 매출은 3434억원으로 전년 대비 소폭 늘었지만, 순이익은 적자로 전환했다.
친환경 사업으로 전면적인 사업 전환을 내걸고 SK에코플랜트가 삼강엠앤티(현 SK오션플랜트) 등을 잇따라 사들인 것도 리뉴어스 매각 추진으로 이어졌다. 친환경 사업 확장 M&A에 약 4조원 넘는 돈을 쏟았는데, 차입금 급증 재무부담으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SK에코플랜트의 연결 기준 차입금은 2020년 말 9649억원에서 지난해 말 5조4125억원으로 3년 사이 약 6배로 증가했다. 지난해 1년 동안 SK에코플랜트는 이자비용(연결 기준)으로만 3200억원 가까이를 쓴 것으로 집계됐다.
SK에코플랜트는 환경 사업 재조정으로 당장의 비용 축소에 돌입한 것으로 보인다. 앞서 SK에코플랜트는 미국 폐배터리 리사이클링 전문기업 어센드 엘리먼츠 주식 922만3555주를 SKS프라이빗에쿼티(SKS PE)에 9823만 달러(약 1316억원)에 매각하기도 했다.
시장에선 리뉴어스 몸값이 2021년과 비슷한 1조원 수준에 그칠 것으로 보고 있다. 2021년만 해도 폐기물 처리업체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불리며 상각전 영업이익(EBITDA) 멀티플 20배가 적용되기도 했지만, 현재는 10배 수준으로 떨어졌다. 작년 리뉴어스 EBITDA는 710억원이었다.
이런 가운데 SK에코플랜트는 SK머티리얼즈에어플러스와 에센코어 등 SK그룹 내 알짜를 자회사로 품으며 수익성 중심 사업 조정에 돌입했다. 특히 지주사 SK 산하 자회사였던 SK머티리얼즈에어플러스는 지난해 25% 넘는 영업이익률을 기록했다.
IB업계 한 관계자는 “SK에코플랜트는 M&A로 외형을 갖춘 뒤 기업공개(IPO)에 나선다는 구상이었지만, 사업 부진에 이대로는 상장이 어렵다는 이야기가 계속 나왔다”면서 “친환경 부문을 떼고 돈 되는 그룹 자회사로 수익성 개선을 추진하는 모양새”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SK에코플랜트 측 관계자는 “리뉴어스 매각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한편 작년 SK에코플랜트 연결 기준 매출은 8조9251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년 7조5509억원과 비교해 18% 증가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1569억원에서 1745억원으로 11% 늘었다. 다만 당기순이익은 마이너스(-) 336억원을 기록하며 적자 전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