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재 위주 투자로 올 들어 25% 넘는 수익률을 올리고 있는 노현복 더블유자산운용 대표가 지난 9월 30일 서울 여의도에 있는 더블유자산운용 사무실에서 본지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노 대표는 “해외시장 침투율이 커지는 화장품, 미용 기기, 음식료 등 다양한 국내 소비재 브랜드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김승현 기자

지난달 말 중국 정부가 대규모 경기 부양책을 발표한 이후 화장품, 식음료, 의류 등 대중 수출 비율이 높은 국내 소비재 기업들에 투자자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이와 관련해 올해 상반기에 반도체 종목을 담지 않고 알짜 소비재 기업 위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해 높은 수익률을 낸 펀드가 화제다.

더블유자산운용의 주식형 사모 펀드 ‘W1000′은 연초 이후 27.9%의 수익률을 보였다. 같은 기간 코스피 수익률은 -2.8%로 초라하다. 2019년 4월 설정된 이 펀드는 올 상반기 전체 주식 비율(90%) 중 소비재 기업 종목이 70%를 차지했다. 금융과 자동차 업종은 각각 10%, 5%였다. 삼성전자 등 대형 반도체주는 거의 투자하지 않는 게 특징이다.

펀드 운용을 지휘하고 있는 노현복(42) 더블유자산운용 대표를 지난달 30일 여의도 사무실에서 만나 소비재 기업 투자법과 전망에 대해 물었다. 노 대표는 “해외 시장 침투율이 커지는 화장품, 미용 기기, 음식료 등 다양한 국내 소비재 브랜드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래픽=양진경

-소비재 투자의 핵심 전략은.

“기업 가치가 우상향하기 시작하는 초기를 빠르게 포착해 집중 투자한다. 소비재 기업은 화장품, 의류, 유통, 엔터테인먼트 기업 등 다양하다. 구글 트렌드나 틱톡·인스타그램 등 소셜미디어 속 언급량, 전자상거래 업체 판매량, 수출입 물량 등 전방위적으로 데이터를 수집한다. 이를 주별, 월별, 분기별 등으로 계속 축적해 투자 자료로 활용한다. 이렇게 하면 브랜드가 뚜렷한 성장세를 보이기 2~3년 전부터 투자를 시작할 수 있다.”

-수익을 봤던 사례는.

“2021년 초 코로나 팬데믹 시기 하이브, JYP 등 연예 기획사의 글로벌 앨범 판매 추이가 증가하기 시작하는 것을 역직구(해외 직접 판매) 사이트를 통해 확인했다. 이때 적극 투자해 수익을 실현했다. 화장품 종목은 지난해 초 북미 지역 틱톡 이용자들 사이에서 국내 화장품 브랜드의 영상 조회 수나 해시태그 수가 유의미하게 높아지기 시작한 것을 일찍 파악했다. 올 상반기에 관련 기업들 주가가 오르며 수익을 실현했다.”

-데이터에만 기반해 투자하나.

“물론 그것은 아니다. 이런 데이터들은 기업의 ‘현재’를 보여주는데 이는 일시적 요인에 따른 변동일 수도 있다. 특히 종목 매도 시기를 결정해야 할 때는 기업 미팅 등을 통한 정성적 평가로 이런 데이터들을 검증한다. 현재(9월 말)는 투자 차익 실현으로 펀드 내 소비재 기업 비율을 32%쯤으로 축소했다.”

-앞으로도 소비재 투자는 유망할까.

“그렇다. 화장품, 미용 기기, 음식료 등 다양한 국내 소비재 브랜드의 해외 시장 침투율은 계속 높아지고 있다. 일례로 주요 미용 기기 장비 기업들의 시가총액 합산액도 2022년 9월 말 1조6400억여 원에서 올해 9월 말 5조5900억원대로 상승했다. 주사제 기업도 같은 기간 시총이 3조원 넘게 올랐다. 이런 추세는 앞으로도 이어질 것이라 본다.”

-거시적 요인도 소비재 투자 결정에 중요한가.

“소비재 기업들의 (금리 등) 거시적 요인에 대한 민감도는 바이오, 반도체 종목보다는 낮다고 본다. 팬데믹이나 금융 위기 같은 수준이 아니라면 소비 흐름에 한번 올라탄 브랜드들은 큰 영향을 받지는 않는다고 본다. 투자에 있어서는 소비자들이 그 기업에 돈을 쓰는 ‘행위’가 보이기 시작하는지 아닌지가 더 중요한 지표라 생각한다.”

-반도체 투자 비율은 왜 작았나.

“반도체 업계는 작년에는 D램 가격이나 PC, 모바일 제품 출하량이 상승하는 부분이 크게 확인되지 않았기에 보수적으로 투자했다. 현재 비율은 3%쯤인데 긍정적인 데이터가 확인되면 좀 더 확대할 예정이다.”

-그간 경력은.

“2008년 NH투자증권(옛 우리투자증권) 공채 사원으로 들어가 헤지펀드 운용부 등에서 일하며 IPO(기업 공개), 블록딜 업무까지 거쳤다. 업무량이 너무 많아 투자 기회들을 모두 살릴 수 없다는 한계를 느끼던 때에 당시 김우기 더블유자산운용 대표의 제안으로 2019년 CIO(최고투자책임자)로 자리를 옮겼고, 올해 3월 대표직을 맡게 됐다. 고객 수익률을 책임져야 한다는 부담이 항상 따라다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