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이 이스라엘을 향해 탄도미사일을 발사하는 등 중동발(發) 지정학적 리스크가 커지며 2일 코스피지수가 1% 넘게 하락했다. 전날 미국 공급관리협회(ISM) 제조업 구매관리지수(PMI)가 예상치를 하회한 데 이어 악재를 겹쳤다. 이런 가운데 오는 4일 예정된 미국의 고용보고서 발표를 앞두고 경계 심리가 확대된 모습을 보였다.
이날 코스피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31.58포인트(1.22%) 내린 2561.69를 기록했다. 지수는 1.03% 내린 2566.55로 출발한 뒤 2590선까지 회복하는 모습을 보이다가 오후 들어 재차 하락 폭을 키웠다.
이날 외국인과 기관은 각각 3057억원, 7055억원어치 순매도했다. 외국인 투자자는 코스피200 선물도 3752억원어치 팔아치우며 지수 하락을 이끌었다. 개인은 홀로 현물 9879억원어치 순매수했다.
서상영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미국 언론에서 이스라엘이 며칠 내로 이란 내 전략적 시설을 공격하는 ‘중대한 보복’을 가할 것이라는 보도가 나오는 등 중동 리스크가 재점화하며 오후 들어 지수 하락 폭이 확대되는 경향을 보였다”며 “다만 미국이 지정학적 우려가 확대되는 것을 막고 싶어 하기 때문에 시장의 반응은 투자 심리 위축에 따른 과도한 반응으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 상위 종목 대부분이 하락 마감했다. 삼성전자는 장 중 한때 2% 넘게 내리면서 1년 7개월 만에 ‘5만전자’를 기록했다. 삼성전자 주가가 6만원을 밑돈 것은 지난해 3월 16일(종가 5만9900원·장중 최저가 5만9100원) 이후 566일 만이다. 이날 삼성전자와 함께 코스피 대장주로 꼽히는 SK하이닉스도 3.15% 떨어졌다.
전날 9월 반도체 수출액이 136억달러로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다는 통계가 나왔지만, 메모리 반도체 업황이 부진해 삼성전자 수익성이 악화할 것이란 증권가 전망이 수출 효과를 상쇄시킨 것으로 풀이된다.
고려아연은 영풍 측이 낸 자기주식 취득 금지 가처분 신청이 기각된 뒤 2조7000억원 규모의 자사주 공개매수 발표에 2만5000원(3.63%) 오른 71만3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영풍은 2000원(0.56%) 내린 35만4500원을 기록했다.
이란과 이스라엘의 전면전 확대 조짐에 LIG넥스원,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현대로템 등 방산주는 강세를 보였다. 반면 금융당국의 해약 환급금 준비금 적립 비율 하향 조정 등 내용이 담긴 제도 개선 방안 발표에도 불구하고 주주환원 여력이 제한적일 것이라는 우려에 현대해상, 삼성화재는 하락 마감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코스피는 중동의 지정학적 이슈와 동부항만파업, ISM 제조업 지수 부진 등 악재가 겹치며 글로벌 증시 하락을 반영하는 모습을 보였다”며 “이런 가운데 미국의 고용보고서 발표에 대한 경계 심리 때문에 증시가 상승 탄력을 받기도 어려운 상황에 직면했다”고 설명했다.
코스닥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1.75포인트(0.23%) 내린 762.13을 기록했다. 지수는 중동발 여파에 0.75% 떨어진 758.26으로 거래를 시작해 저가 매수세가 유입되며 장 중 반등에 성공했다. 그러나 장 후반 다시 하락세로 방향을 틀어 약보합 마감했다. 이날 개인과 외국인이 각각 215억원, 215억원어치 순매도한 가운데 기관이 429억원어치 순매수했다.
코스닥 시장 시가총액 상위 종목 중 에코프로비엠과 알테오젠, 에코프로는 모두 상승 마감했다. HLB와 리가켐바이오, 삼천당제약은 하락했다. 중동 이슈로 흥구석유, 중앙에너서비스 등 석유주는 강세를 보였다.
이날 오후 3시 30분 종가 기준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11.5원 오른 1319.3원을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