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의 핵심 승부처로 꼽히는 영풍정밀 공개매수를 두고 개미들의 셈이 복잡해졌다.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공매매수가를 3만원으로 MBK파트너스·영풍 연합보다 높였지만, 물량이 절반에 그쳐 수익률을 따져봐야 하는 상황이다.

이론상 영풍정밀 주주는 MBK파트너스 공개매수에 응할 시 주당 2만5000원에 보유 주식을 모두 팔 수 있다. 최 회장 측 공개매수에 참여하면 주당 매각단가는 더 비싸지만, 모든 물량을 매수해 주지 않는다는 점이 문제다. 공개매수에 응하고 남은 주식을 얼마에 팔 수 있느냐가 변수인 셈이다. 일각에선 장내 거래가 가장 나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왼쪽부터 장형진 영풍 고문, 김병주 MBK파트너스 회장,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뉴스1

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 회장을 비롯한 최창규 영풍정밀 회장 등 최씨 일가는 국내 사모펀드 제리코파트너스와 이날부터 영풍정밀 대항 공개매수를 시작했다. 공개매수 가격은 주당 3만원으로, 물량은 전체 발행 주식의 25%인 393만7500주다.

영풍정밀은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의 핵심 승부처로 꼽힌다. 영풍정밀이 고려아연 지분 1.85%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고려아연 공개매수에 나선 MBK파트너스가 영풍정밀 공개매수에 나선 것도 영풍정밀이 보유한 고려아연 지분이 고려됐다.

실제 MBK파트너스는 앞서 지난달 9월 26일 영풍정밀 지분 43.43%(보통주 684만801주)를 주당 2만5000원(총 1710억원)에 사들이겠다고 공시했다. NH투자증권 창구에서 지난달 13일부터 공개매수를 시작했고, 2일 후인 4일까지 신청을 받는다.

영풍정밀 주식을 보유한 투자자들은 이득을 따져봐야 하게 됐다. 공개매수 가격만 놓고 보면 최 회장을 비롯한 최씨 일가 측의 공개매수에 응하는 게 이득이다. 공개매수 가격이 3만원으로 MBK파트너스보다 5000(20%) 비싸게 책정돼서다.

다만 문제는 매수 예정 수량을 초과할 시 수익을 얻기 쉽지 않다는 데 있다. MBK파트너스 장씨·최씨 두 가문이 소유한 주식을 제외하고 잔여 주식을 전부 사들일 계획이지만, 최 회장 측은 MBK파트너스의 57.6% 수준 물량만 매수하기로 해서다.

특히 공개매수는 응모한 주식 수가 매수 예정 수량을 초과하면 목표 물량만큼만 안분비례(비율대로 똑같이 나눔)해 매수한다. 다시 말해 최 회장 측 공매매수 참여를 결정했을 경우 보유 주식 전량을 주당 3만원에 판매할 수 없는 셈이다.

가령 영풍정밀 주식 1000주를 보유한 투자자의 경우, 전량을 MBK파트너스의 공개매수에 응하면 2500만원을 얻게 된다. 반면 최 회장 측 공개매수에 응할 경우 이론상 57.6% 확률에 따라 일부만 3만원에 팔 수 있다. 남은 주식은 그대로 떠안아야 한다.

영풍정밀 주가 추이. /네이버증권

공개매수가 끝나면 주가는 원래 주가로 회귀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 우려 요인이다. 이날 영풍정밀의 주가는 2만6000원 수준이지만, MBK파트너스가 공개매수를 공고하기 직전 3개월(6월 13일~9월 12일) 동안의 가중산술평균주가는 9952원이었다.

주가 회귀 가능성을 고려하면 장 회장 측 공개매수 참여 투자자들은 남은 42.4%를 장내에서 최소 18300원 이상에서 팔아야 MBK파트너스 공개매수 참여와 같은 수익을 거둘 수 있다. 현 주가 대비로는 하한가 이상에서는 팔아야 한다.

시장에선 개인 투자자는 공개매수에 응하지 않고 현시점 장내에서 매도하는 게 가장 이익이라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개인 투자자가 장외거래인 공개매수에 응할 경우 양도소득세율은 매각 차익의 22%가 추가로 붙기 때문이다.

한편 지난 6월 말 기준 영풍정밀 주식을 보유한 소액주주 수는 8208명으로 전체 주주의 99.68%에 달했다. 이들이 보유한 주식 574만4328주로, 비율은 36.47%로 집계됐다. 이외 최 회장 측이 35.45%, 장형진 영풍 고문이 5.71%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