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10월에 신규 공모주 청약이 역대급으로 많네요. 청약 날짜가 겹치는 곳도 많아서 자금을 잘 배분해야겠어요.”(공모주 투자자 이모씨)
1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9월 말까지 제출·정정된 증권 신고서 기준 이달 공모주 청약을 진행하는 기업은 22곳(스팩 제외)에 달했다. 만약 예정대로 이들이 기업공개(IPO) 절차를 밟는다면, 월간 공모주 청약 건수가 종전 최대 기록(2018년 12월, 20곳)을 경신하게 된다. 코스피 상장 예정 기업은 인터넷 은행인 케이뱅크와 외식 프랜차이즈 업체인 더본코리아 등 2곳이고, 나머지 20곳은 코스닥이다.
이달에 유독 공모주 큰 장(場)이 열리는 것은 연말 IPO 시즌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데다, 감독 당국의 보완 요구로 상장 일정이 밀린 기업들이 한꺼번에 몰렸기 때문이다.
하지만 단기 청약 열풍에 휩쓸리지 말고 기업의 성장 가능성을 꼼꼼히 따져 투자해야 한다는 조언이 나온다. 공모주 전문가 박현욱씨는 “요즘 상장하는 기업들을 보면, 왜 이런 곳까지 상장시켜 주나 싶을 때가 많다”면서 “성장성 없이 기존 주주의 엑시트(탈출)를 목적으로 상장하는 기업들은 주가 하락 위험이 높을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공모주 투자 수익에 대한 눈높이를 낮춰야 한다는 조언도 있다. 이미 국내 공모주 시장은 투자 열기가 한풀 꺾였다. 1일 리코자산운용·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공모주 투자 수익률(공모가 대비 시초가)은 1분기(1~3월) 143%에서 2분기(4~6월) 82%, 3분기(7~9월) 40%로 점점 낮아지고 있다.
40대 투자자 김모씨는 “공모주는 소액으로 할 수 있고 상장 첫날 주가가 크게 오르니까 팔면 치킨 값 정도는 벌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요즘은 주가가 오르기는커녕, 오히려 공모가 밑에서 거래를 시작하는 기업도 나와서 선별해 투자한다”고 말했다. 8월 상장한 교육 서비스 업체 아이스크림미디어는 공모가가 3만2000원이었지만, 상장 이후 지금까지 단 한 번도 공모가 위에서 거래된 적이 없다.
한편 이달 상장 예정 기업 중 최대어로 꼽히는 케이뱅크는 21~22일 일반 청약 예정이다. 희망 공모가는 9500~1만2000원이다. 공모가 상단 기준 예상 시가총액은 5조원이다.
정확한 공모가는 기관 투자자의 수요예측이 끝나야 알 수 있지만, 케이뱅크의 몸값 산정과 관련해선 논란이 있다. 케이뱅크는 희망 공모가를 정하면서 한국 카카오뱅크, 일본 SBI스미신넷뱅크, 미국 나스닥의 뱅코프를 비교 기업으로 골랐다. 3곳의 평균 주가 순자산 비율(PBR·주가를 장부 가치로 나눈 것)은 2.56배로, 이 기준에 따라 공모가 범위가 정해졌다. 그런데 한 운용사 대표는 “케이뱅크는 카카오뱅크와 가장 유사한 사업 모델인데 카카오뱅크의 현재 PBR은 1.6배”라면서 “카카오뱅크의 PBR을 단순 적용한 케이뱅크의 기업 가치는 약 3조원”이라고 했다. 국내 은행들의 평균 PBR은 0.5배로, 더 낮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