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의 끈질긴 매도세에 4일 삼성전자 주가가 연중 최저치를 기록했다. 삼성전자 임원들이 자사주를 매수하며 방어에 나서고 있지만 주가 하락을 막기엔 역부족이다.

4일 유가증권 시장에서 삼성전자 주가는 전날보다 1.1% 하락한 6만600원에 마감했다. 반도세 수요 둔화로 실적이 나빠질 것이란 ‘반도체 겨울론’을 제기했던 모건스탠리 서울지점 창구를 통해 556만주 넘는 매도 물량이 쏟아졌다.

3일 미국에서 개최된 '삼성 개발자 콘퍼런스2024'에서 삼성전자 DX부문장 한종희 대표이사 부회장이 기조 연설을 하고 있다. 한 부회장은 지난 달 삼성전자 주식을 1만주(주당 7만3900원) 매수했다. /삼성전자

지난달 3일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 외국인의 삼성전자 매도 행진은 이날까지 19거래일 연속 이어지고 있다. 2022년 3~4월의 25일 연속 순매도(약 4조4000억원) 시기와 비교하면 기간은 아직 짧지만, 19일간의 순매도 금액이 9조1885억원에 달해 두 배가 넘는다.

그래픽=이진영

삼성전자 주가는 지난 2일엔 장중 5만9900원을 찍으면서 심리적 지지선으로 여겨졌던 6만 선까지 무너졌다. 삼성전자 주가가 5만원대에 진입한 것은 2023년 3월 16일(종가 5만9900원) 이후 1년 7개월 만이다.

삼성전자는 오는 8일 3분기(7~9월) 잠정 실적을 발표할 예정인데, 분기 실적 악화 우려가 주가를 짓누르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삼성전자의 3분기 영업이익을 당초 14조원으로 예상했지만, 지금은 10조원대까지 낮아졌다. 고대역폭 메모리(HBM)를 비롯한 반도체 사업 경쟁력에 대한 의구심에 해외 인력 감축 보도가 나오면서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그래픽=조선디자인랩 이연주

삼성전자에 대한 외국계 증권사들의 혹평도 부담이다. 앞서 모건스탠리가 ‘반도체 겨울론’을 내세우며 삼성전자 목표 주가를 10만5000원에서 7만6000원으로 28% 낮춰 잡았다. 뒤이어 맥쿼리도 삼성전자를 ‘병약한 반도체 거인(Sickly Semicon Giant)’이라고 평가하며 목표 주가를 12만5000원에서 6만4000원으로 대폭 하향 조정했다.

삼성전자 고위 임원들은 자사주 매입에 나서고 있다. 4일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박용인 삼성전자 시스템LSI 사업부장(사장)이 이날 자사주 3000주를 주당 6만2500원에 매입했다. 지난주엔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 수장인 전영현 부회장과 이정배 메모리사업부장(사장), 최시영 파운드리사업부장(사장), 남석우 제조&기술담당 사장, 송재혁 최고기술책임자(CTO) 겸 반도체연구소장이 총 8억7000만원 규모의 자사주를 매입했다. 이들은 지난 6월에도 10억원 상당의 자사주를 사들였다.

앞서 한종희 삼성전자 디바이스경험(DX) 부문장(부회장), 노태문 모바일경험(MX) 사업부장(사장), 박학규 경영지원실장(사장), 용석우 영상디스플레이(VD) 사업부장(사장), 이영희 글로벌마케팅실장(사장), 최경식 북미총괄 사장 등도 자사주 매수에 동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