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인도법인 공모가가 적정한지는 마루티 스즈키, 타타, 마힌드라 등 경쟁사와 비교해 봐야 합니다.” “2년 전 공모 최대어였던 인도보험공사는 상장 후에 주가가 계속 떨어져서 공모가 밑이었는데, 이번엔 다를까요?” “인도법인 상장이 호재인지 악재인지는 다음 주 현대차 주가가 알려 주겠죠.”

현대차 인도법인의 기업공개(IPO)가 다음 주로 다가온 가운데, 한국과 인도의 개인 투자자들 사이에서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현대차 인도법인은 한국 현대차 본사가 지난 1996년 인도에 세운 자(子)회사다.

현대차는 지난 10일 현대차 인도법인 주식 중 17.5%를 구주 매출로 처분해 IPO를 진행한다고 밝혔다. 구주 매출이란, 기존 주주가 신주 발행 없이 보유한 주식 지분 일부를 매각하는 것을 말한다. 구주 매출 이후 현대차 본사의 인도법인 보유 지분은 100%에서 82.5%로 낮아진다.

현대자동차그룹은 정의선 회장이 지난 2023년 8월 7일 현대차 인도공장 생산라인을 둘러보며 인도 전략 차종 생산 품질을 점검하고 있다. /현대차

현대차 인도법인은 오는 14일 대형 기관 투자자를 시작으로 15~17일 개인 투자자 청약을 받을 계획이다. 상장일은 22일. 현지에선 IPO 흥행을 자신하는 분위기다. 오일머니, 국부펀드, 연기금 등 글로벌 대형 기관 투자자들이 대거 참여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현대차 인도법인의 희망 공모가 범위는 주당 1865~1960루피인데, 워낙 수요가 높아서 최상단에서 정해질 전망이다. 예상 공모 규모는 4조4000억원으로, 인도 증시 역사상 최대 기록이다. 직전 최대 IPO는 2022년의 인도보험공사(LIC, 약 3조4000억원)였다.

그래픽=조선디자인랩 한유진

✅印 공모주 투자 수익 어떻길래

이번 현대차 인도법인 IPO에 대해 한국 증권가에선 ‘타이밍이 좋은 것 같다’고 입을 모은다. 올해 인도 주식시장은 사상 최고치를 연일 경신 중인 강세장이기 때문이다. 신규 상장은 주가가 올라서 거래가 늘고 유동 자금이 많을수록 유리하다.

빠르게 늘어나는 개인 투자자들이 인도 증시 호황을 이끄는 주역이다. 11일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인도 개인 투자자들은 작년만 해도 9000만명 수준이었는데 지난 8월 1억명을 돌파했다. 8개월 만에 1000만명이 늘어난 셈이다. 신규 주식 투자자 40%는 증권사 앱 사용이 익숙한 20대라고 한다.

14억명의 인구 대국에 불어 닥친 투자 열풍은 공모주에도 옮겨 붙었다. 회계법인 EY에 따르면, 올해 주요국 중 인도의 공모주 투자 수익률이 65%로 가장 높았다. 미국(24%)이나 유럽(17%), 중국(26%) 등에 비해 월등히 높은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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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현지 자산운용사들도 펀드 광고를 적극적으로 하면서 시민들에게 주식 투자가 부(富)를 쌓을 중요한 방법이라고 알리고 있다. 지난 2020년부터 2023년까지 인도의 펀드 운용 규모가 33%나 증가한 것도 이런 흐름을 뒷받침한다.

1억명에 달하는 인도 개미뿐만 아니라, 일본, 한국 등 외국인들의 인도 투자도 무섭게 늘고 있다. 지난 7일 일본 닛케이신문 보도에 따르면, 일본인들에 가입한 인도 펀드의 순자산총액은 지난 8월 기준 3조7300억엔(약 34조원)에 달했다. 인도국립증권거래소(NSA)에 따르면, 올해 인도 주식형 펀드나 상장지수펀드(ETF)에 유입되는 자금의 40%는 재팬 머니(일본 자금)라고 한다.

한국은 일본에 비하면 규모는 미미하지만, 성장세는 가파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국내 증시에 상장된 인도 상장지수펀드(ETF)의 순자산은 연초 5935억원에서 이달 2조원으로 3배 이상 커졌다.

✅韓 고질병 ‘코리아 디스카운트’

현대차 인도법인은 이번 IPO에서 기업 가치로 약 26조원을 인정받았다. 한국 코스피에 상장되어 있는 모회사인 현대차 시가총액(52조원)의 절반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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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 경력 20년이 넘는 증권업계 관계자 A씨는 “현대차 본사와 현대차 인도법인의 기업 가치를 비교해 보면, 한국 증시가 얼마나 밸류트랩(가치함정)에 빠져 있는지 알 수 있다”고 말했다. A씨의 분석은 이렇다.

“한국 현대차(본사)는 올해 예상 순이익 대비 PER(주가수익비율, 낮을수록 저평가)가 4.9배인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상장 예정인 현대차 인도법인은 예상 순이익 대비 PER가 26배입니다. 즉, 현대차 인도법인은 본사보다 5배나 비싼 몸값에 상장한다는 의미입니다. 공장과 판매망은 인도에 있지만, 연구·개발(R&D) 같은 중요한 기능은 본사에서 이뤄지고 있는데도 본사와 자회사의 가치에 괴리가 크네요.”

참고로 한국에서 현대차 인도법인 IPO에 참여하는 방법은 현재로선 불가능하다. 인도 주식 시장은 개방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외국인이 현지인처럼 주식을 사고 팔지는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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