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인 예림당이 티웨이항공 경영권 분쟁 가능성에 연일 급등하고 있다. 예림당 주가 급등은 예림당이 시가총액이 8000억원에 육박하는 티웨이항공 경영권을 가지고 있는데, 시가총액이 500억원에 불과하다는 점이 부각됐기 때문으로 보인다. 티웨이항공을 인수하려면 예림당 지분을 적대적 인수·합병(M&A)하는 편이 낫다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다. 예림당은 티웨이홀딩스를 통해 티웨이항공을 실질 소유하고 있다.

티웨이항공 제공

1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날 티웨이항공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17.81% 오른 3770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그런데 티웨이항공보다 더 많이 오른 곳이 있다. 티웨이항공 경영권 분쟁 가능성과 직간접적으로 얽힌 예림당과 티웨이홀딩스, 대명소노시즌는 가격제한폭까지 올랐다.

11일에도 투자자들은 관계사 주식을 더 사들이고 있다. 오전 9시 30분 기준 티웨이항공은 전날 대비 1.6% 오르고 있지만, 티웨이홀딩스는 23.79%, 예림당은 20.55%, 대명소노시즌은 11.38% 상승한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 예림당은 한강 작가의 노벨 문학상 수상 호재도 있지만, 티웨이항공 경영권 분쟁 가능성이 주가에 더 많이 반영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경영권 분쟁 대상인 티웨이항공 주가보다 주주사 주가가 더 뛰어오른 배경엔 투자자들의 철저한 계산이 깔려있다. 분쟁이 본격화하면 티웨이항공 주주사 주식을 확보하는 게 싼값으로 지분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는 방법이란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티웨이항공 지분은 최대주주인 티웨이홀딩스와 예림당이 각각 28.02%, 1.72%, 2대주주인 대명소노그룹이 26.77%를 보유하고 있다. 또 예림당이 티웨이홀딩스 지분을 39.85% 보유해 티웨이항공을 실질 지배하는 구조다.

그래픽=손민균

전날 기준 티웨이항공 시가총액(6892억원)을 기준으로 예림당·티웨이홀딩스가 보유한 지분(29.74%) 가치는 산술적으로 2050억원인데, 예림당과 티웨이홀딩스 시총을 합해도 1000억원에도 미치지 못했다. 특히 예림당은 시가총액이 400억원대에 불과하다. 만약 2대 주주가 적대적 M&A에 나선다면 티웨이항공보다 값싼 예림당이나 티웨이홀딩스 지분을 사버리는 게 이득인 상황이다.

같은 이치로 투자자들은 대명소노시즌 역시 저평가된 점을 파악했다. 대명소노시즌의 티웨이항공 지분(26.77%) 가치도 1844억원인데, 같은 날 시총은 724억원에 불과했다. IB 업계 한 관계자는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을 거치며 개인 투자자들이 학습 효과가 생긴 것 같다”며 “대외적으로 티웨이항공은 사지 않겠다고 메시지를 낸 점도 수급 쏠림을 유발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실제로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에서 영풍정밀이 핵심으로 떠오르며 주가가 고공행진했다. 분쟁 당사자인 사모펀드(PEF) 운용사인 MBK파트너스와 영풍 측과 고려아연 측이 경쟁적으로 공개매수가를 올렸기 때문이다. MBK·영풍 연합은 지난달 13일부터 영풍정밀을 주당 2만원에 공개매수하기 시작했고, 고려아연은 이날 공개매수가를 3만5000원까지 올렸다. 영풍정밀이 고려아연 지분을 1.85%를 갖고 있는데, 주가는 저평가됐기 때문이다. 분쟁 전 영풍정밀 주가는 9000원대에 불과했는데 한때 3만5000원에 근접했고, 지금은 3만원을 밑돌고 있다.

한편, 업계 일각에서는 대명소노그룹이 티웨이항공 주식을 공개매수할 것이라는 설이 나오기도 했지만, 회사 측은 “절대 그럴 일 없다”며 완강하게 부인하고 있다. 실제로 회사 측은 경영권 지분을 어떻게 취득할지 구체적인 방향에 대해선 아직 정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