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반도체 업종의 대표주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10일 엇갈린 주가 모습을 보였다.
삼성전자는 3분기(7~9월) 어닝 쇼크(예상보다 저조한 실적)로 주가가 52주 신저가를 기록했다. 10일 삼성전자는 2.32% 하락한 5만8900원에 마감했다. 지난해 3월 16일(5만9900원) 이후 종가 기준 최저다. 역시 이날 이후 1년 7개월 만에 처음으로 종가 기준 6만원 선을 내줬다.
반면 SK하이닉스 주가는 4.89% 오르며 18만6700원에 마감했다. 이재원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TSMC의 예상치를 상회한 9월 실적에 미국 반도체 종목과 SK하이닉스는 동반 상승 중이나, 인공지능(AI) 수혜에 해당되지 않는 삼성전자만 소외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외국인과 기관은 삼성전자는 각각 3236억원, 2599억원어치 순매도했지만, SK하이닉스는 각각 1636억원, 717억원어치 순매수했다.
지난달 ‘겨울이 곧 닥친다(Winter looms)’ 보고서를 통해 D램 업황의 고점론과 고대역폭 메모리(HBM) 공급과잉 가능성을 언급한 모건스탠리가 지난 7일 ‘메모리 다운그레이드에 대해 자주 묻는 질문(FAQ on Memory Downgrade)’이라는 보고서를 추가로 발간해 삼성전자 비관론을 제기한 것도 이날 삼성전자 주가에 타격을 줬다. 이날 국내 증권사들도 삼성전자 목표 주가를 일제히 하향 조정했다.
◇삼성전자 주가 전망 일제히 하향
삼성전자는 앞서 8일 올해 3분기 영업이익이 9조1000억원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공시했다. 시장의 실적 컨센서스(평균 전망치)를 15.5%나 크게 하회했다. 이에 증권가는 일제히 실적 전망과 목표 주가를 하향 조정했다.
10일 KB증권은 삼성전자 목표 주가를 기존 9만5000원에서 8만원으로, NH투자증권은 9만2000원에서 9만원으로, 유진투자증권은 9만1000원에서 8만2000원으로, 현대차증권은 10만4000원에서 8만6000원으로, DB금융투자는 10만원에서 9만원으로 내렸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 실적 발표에서 제시된 HBM에 대한 약속은 또다시 지켜지지 못했고 하반기 흑자 전환을 목표로 했던 비메모리도 일회성 비용으로 오히려 적자가 확대됐다”며 “경험적으로 볼 때 이런 흐름이 연말까지 이어지며 4분기 실적에 부담이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고 했다.
다만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현재 삼성전자의 주가는 주가 순자산 비율(PBR) 1배에 근접하며 과거 10년 평균 하단인 1.2배를 하회하고 있어 향후 주가 하락 위험은 제한적”이라고 봤다.
◇모건스탠리 “HBM 시장에 진입해도 삼성전자 위기”
모건스탠리도 7일 보고서를 통해 삼성전자가 5세대 HBM 시장에 진입해도 위기는 계속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숀 킴 모건스탠리 연구원은 “많은 사람이 ‘이번엔 다르다’고 생각하지만, HBM만으로 전체 D램 가격이 전년 동기보다 상승하도록 하지는 못한다”며 “주가가 더 상승할 여력이 없다”고 했다.
보고서는 크게 세 가지를 지적했다. 첫째, D램 하락기 초입이라는 것이다. 보통 메모리 반도체 호황기가 6~8분기면 끝나곤 했는데, 현재 7분기째 이어졌다는 것이다. 또 메모리 반도체 기업이 HBM 공급에 초점을 맞추면서 범용 D램 수급이 빡빡해질 것으로 예상했지만, PC나 스마트폰용 수요가 부진해 더는 같은 얘기를 기대하기 어려워졌다고 했다.
둘째, 중국의 추격이다. 중국 최대 메모리 기업인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CXMT)가 정부 지원에 힘입어 내수 시장을 잠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셋째, 삼성전자의 HBM이 성공하든 실패하든 하방 리스크가 있다는 것이다. 킴 연구원은 “삼성전자의 HBM3E 12단 제품이 2025년 1분기에 엔비디아 퀄 테스트(최종 신뢰성 평가)를 통과하면 삼성전자가 유의미한 점유율 확보를 위해 장기적 가격 경쟁력을 갖추려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HBM 납품 가격에 경쟁이 붙으면 HBM 가격이 떨어지게 되고, 거꾸로 그러지 않는 경우엔 범용 D램 공급이 늘어 가격이 꺾일 수 있다고 봤다. 킴 연구원은 “선제적으로 메모리 반도체 생산을 줄여야 업황에 대한 시각이 달라질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