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주식 시장은 ‘박스권 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코스피지수는 지난주(7~11일) 2579.2로 출발해 11일 장 중 2621.93까지 올랐으나, 외국인 매도세에 밀려 2596.91로 장을 마감했다. 코스닥지수는 768.98에서 770.87로 1.89포인트(0.2%) 오르는 데 그쳤다. 여전히 주요국 지수 가운데 전쟁 중인 러시아를 제외하면 연중 수익률이 가장 저조한 수준에 머물고 있다.

지난 11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현황판에 지수가 표시돼 있다. /연합뉴스

불확실성이 남아있다. 금리 경로가 대표적이다. 일단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빅컷(기준금리 0.5%포인트 인하)’에 나섰지만, 9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예상보다 높게 나타나면서 금리 인하를 빠르게 이어가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중동 분쟁이나 미국 허리케인 피해 등이 국제 유가를 자극하는 일도 반복되고 있다.

한국은행 역시 10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내리면서도 “향후 통화 정책은 물가·성장·금융 안정 등 정책 변수 간 상충관계를 면밀히 점검하면서 앞으로의 인하 속도 등을 신중히 결정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금융통화위원회 위원 6명 중 5명은 앞으로 3개월 내 기준금리를 현 수준(3.25%)으로 유지할 필요성이 있다고 봤다.

이와 관련해 오는 16일 나오는 한국의 9월 실업률이나, 이튿날 발표 예정인 미국 산업생산, 소매판매 등의 경기 지표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유럽중앙은행(ECB)도 오는 17일 통화정책회의를 연다. 시장에선 ECB가 금리 인하를 이어갈 것으로 보고 있다. 이밖에 오는 18일 중국 3분기 국내총생산(GDP)과 9월 소매판매, 산업생산 등 경기 지표도 발표된다. 중국 정부가 대규모 경기 부양책을 꺼내 들면서 중요성이 커졌다.

대만 타이중에 있는 TSMC 팹(반도체 생산공장). /TSMC

삼성전자와 LG전자를 시작으로 올해 3분기 실적 발표 기간에 돌입한 만큼 종목별 주가 흐름이 달라질 수도 있다. 미국도 은행주부터 실적을 잇달아 공개한다. 이밖에 네덜란드 반도체 장비업체 ASML은 오는 16일에, 세계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1위 대만 TSMC는 17일에 실적을 발표한다. 이들 기업의 실적과 가이던스(전망치)를 토대로 반도체 업황을 가늠해 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웅찬 iM증권 연구원은 “시장은 금융환경보다 인공지능(AI)이나 기업 실적에 대한 기대를 쫓아가고 있는 것으로 생각한다”며 “가장 중요한 기술주 실적은 AI 설비투자(CAPEX)가 지속될 수 있을지, 관련 투자가 반도체를 넘어 정보기술(IT) 하드웨어나 전력 유틸리티 등으로 얼마나 확대될지 확인하는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고 했다.

코스닥시장에선 특히 바이오 업종을 눈여겨보라는 의견이 있다. 보통 경기 둔화 초입에 바이오 업종이 강세를 보이는 경향이 있어서다. 변준호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바이오 업종이 미국 생물보안법 반사 이익과 신약 허가에 따른 기업 가치 재평가 등으로 뚜렷한 강세를 보였다”며 “단기적으로 추가 상승 기대감이 큰 상황”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다만 코스닥150지수 내 바이오업종 시가총액 비중이 38%까지 상승한 만큼 상당한 쏠림이 있다는 점을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