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바이오 산업은 지난 30년간 ‘축적의 시간’을 견뎠어요. 이제 ‘K바이오 전성시대’가 시작될 것입니다.”

지난 13일 만난 문여정 IMM인베스트먼트 전무의 말이다. 그는 대전과학고를 졸업하고 연세대 의대에 진학해 산부인과 전문의까지 취득했다. 그는 국내 1호 의사 출신 벤처캐피털리스트다.

문 전무가 ‘의학 기술’에 눈을 뜨게 된 건 정부의 ‘의사 과학자 양성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부터다.

“그때 유전자 가위 기술이 등장했어요. DNA 편집이 가능해진 거지요. 과학자 에마뉘엘 샤르팡티에와 제니퍼 다우드나는 유전자 가위 기술로 2020년 노벨화학상을 받기도 했어요.”

그렇게 연구와 진료를 병행할 때쯤, 2015년 메르스가 발생했다.

“다들 메르스로 ‘어떤 종목이 오를까’ 이야기하길래 제가 그랬죠. ‘요즘 병원에서 방진복 엄청 써요.’ 제 말을 듣고 방진복 회사에 투자해 돈을 엄청 번 분이 있다더군요. 그때 느꼈죠. 내가 가진 지식이 다른 분야로도 사용될 수 있구나.”

이 일이 소문 나면서 바이오 벤처 회사 대표 등 많은 사람이 그에게 바이오 투자 조언을 구하기 시작했다. 그 벤처 회사 중 하나가 인공지능(AI) 진단 기업인 루닛이다.

“창업자가 공학자인데 의사 마인드가 있었어요. ‘한두 개를 만들더라도 99점짜리를 만들겠다’고 했죠. 의사들은 돈을 더 주더라도 정확한 걸 쓰고 싶어 하거든요.”

당시 인연은 2016년 그가 벤처투자업계로 옮긴 후 정식 투자로 이어졌다. 현재 루닛은 2022년 코스닥시장에 입성해 시가총액 1조원으로 커졌다. 그 외에도 그는 오름테라퓨틱 등 50여 회사에 2200억원 이상 투자했다.

그는 지난 8월 국산 항암제 최초로 미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은 유한양행의 렉라자가 ‘K바이오 전성기’의 시작을 알릴 것이라고 했다.

“이는 한국의 혁신 신약 기술이 세계적 인정을 받았다는 의미예요. 국내에서 ‘바이오 회사도 돈을 벌 수 있구나’라는 걸 증명한 것이고요. 한국 바이오는 지금이 어느 때보다 경쟁력 있는 시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