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과 페트르 피알라 체코 총리(오른쪽)가 9월 20일(현지시간) 체코 플젠 산업단지 내 두산스코다파워 공장에서 박지원 두산에너빌리티 회장(왼쪽 두 번째), 황주호 한국수력원자력 사장, 다니엘 프로차스카 두산스코다파워 대표 간 체코 원전사업 터빈 공급 확정 업무협약(MOU)에 임석해 박수치고 있다. /연합뉴스

원자력발전을 러시아에 의존하던 우크라이나가 지난 4월 전쟁 이후 첫 신규 원전 건설 착수 기공식을 열었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기공식에서 미국 웨스팅하우스의 AP1000 원자로를 적용해 원전 2기를 차례로 건설하겠다고 밝혔다. 또 미국과 협업해 소형모듈형원자(SMR)도 건설하겠다고 했다. 우크라이나 당국이 추산한 원전 건설 비용은 1기당 50억달러(6조7500억원)다. 건설 비용은 미국의 수출입은행(US EXIM)이 자금 상당 부분을 지원하기로 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은 체코 두코바니 원전 수출과 관련해 정책금융기관의 금융 지원 가능성을 놓고 ‘대국민 사기극’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정부가 수조원의 원전 건설 자금을 지원하면서 퍼주기 수주를 해 ‘손해를 보게 된다’는 것이다. 원전 건설과 같은 대규모 사회간접자본(SOC) 사업의 경우 수주 국가가 금융 지원을 패키지로 입찰에 참여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또한 금융 지원은 보통 대출 형태로 나가기 때문에 정책금융기관은 이자를 받고 추후 원금도 회수한다. 민주당이 주장하는 ‘대국민 사기극’, ‘쪽박 수주’는 가짜 뉴스에 불과한 것이다. 2016년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 수주 당시에도 정책금융기관이 31억달러의 금융 지원을 했다.

더군다나 정부는 “관례에 따라 금융 지원과 관련한 구속력이 없는 관심서한(LoI)을 제출했다”고 해명하고 있지만 민주당의 공세는 계속 이어지고 있다. 민주당이 국제 SOC 사업의 관례에 맞지 않는 가짜뉴스를 퍼트리는 동안 우리 원전 경쟁국인 미국은 자국의 정책금융기관인 US EXIM을 통해 수십조원의 원전 머니를 뿌리고 있다.

14일 한국전력공사 전남 나주 본사에서 열린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민주당의 체코 원전 수주 공세는 계속됐다. 정진욱 민주당 의원은 “체코 원전 수주는 대박이 아닌 퍼줄 것 다 퍼주고 뺏길 것 다 뺏긴 쪽박 난 사업”이라며 “체코 신규 원전 건설 자금을 체코 정부가 자체 조달할 것이라고 밝혔으나 원전 조달 자금 24조원 중 체코가 조달하겠다는 9조원(두코바니 5호기)을 뺀 나머지 15조원을 한국의 금융기관이 장기 저금리로 지원할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정 의원은 이번 체코 원전 수주를 ‘대국민 사기극’이라고도 했다.

같은 당 송재봉 의원은 “24조원 잭폿이라는 건 사실상 거짓 아니냐. 이렇게 비판을 받을 수 있는 거 아니겠냐”면서 “우리 국가에 이익이 되느냐 이것에 대해서 제대로 검증을 해야 한다”고 했다.

민주당은 정책금융기관의 체코 원전 금융 지원 가능성을 놓고 연일 공세를 퍼붓고 있다. 거야(巨野) 민주당이 몽니를 부리는 동안 미국은 US EXIM을 통해 자금을 뿌리며 세계 원전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US EXIM은 루마니아 최초의 소형모듈원전(SMR) 개발 사업에 30억달러(약 4조200억원)를 지원하기로 결정했다. 이 가운데 9800만달러(약 1300억원)의 자금 지원을 최근 승인했다. 루마니아 SMR 프로젝트는 미국의 뉴스케일(NuScale)과 협력해 석탄화력발전소를 SMR로 대체하는 사업이다.

2013년 8월 웨스팅하우스가 미국 조지아주(州)에서 보글 원전 3·4호기를 짓고 있는 모습. /게티이미지

US EXIM은 불가리아 원전 2기 건설에도 80억달러(10조8000만원)를 지원할 계획을 세웠다. 불가리아는 원전 2기 건설을 위해 2025년 중반까지 자금조달 계획을 마련하고 건설 허가 절차를 밟고 있다. 원전은 웨스팅하우스의 AP1000이 도입됐으며 현대건설이 시공사로 선정됐다.

2022년 미국이 따낸 폴란드 1단계 신규 원전 사업의 경우 사업비가 400억달러(53조원) 규모다. 폴란드 원전은 한국도 입찰에 참여했으나 고배를 마신 사업이다. 폴란드 정부는 사업비 중 70%를 US EXIM 대출로 충당하기로 했다. US EXIM는 최근 튀르키예 SMR 사업에도 자금을 지원할 계획을 세우고 현지 당국과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UAE 바라카 원전과 같이 수십조원에 달하는 대규모 수출 사업에서 수출국이 금융을 지원하는 것은 일반적이다. 2022년 약 150억달러(약 20조원)에 달하는 무기를 수출한 폴란드 방산 수출 사업도 수은과 무보가 금융 지원을 했다. 당시 폴란드 정부는 2차 무기 수출 계약서에 양국 간 금융 계약이 체결돼야 계약 효력이 발생한다는 단서를 달기도 했다. 원전 업계는 미국처럼 우리 정부가 정책금융기관을 통한 금융지원을 하지 않을 경우 경쟁에서 밀릴 수밖에 없다고 하소연한다.

원전 업계 고위 관계자는 “이번 체코 원전 수주에서 금융 지원 가능성은 논쟁 대상이 전혀 아니다”며 “글로벌 원전 비즈니스 모델을 봐도 오히려 체코 정부에 우리 금융기관을 통해 자금 조달을 하라고 요청해야 상식에 맞다. 민주당의 주장은 이런 상식에 반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