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삼성전자 8만원대에서 1000만원 어치 사놨는데 6만원대에서 눈 꽉 감고 물타기할까요?”

“삼성전자는 박스권에서 움직이니까 오보사 룰을 지키세요. 5만원대로 내려오면 그때 추매하세요.”

개인 투자자들 사이에서 ‘오보사(삼성전자 주가 맨 앞에 5가 보이면 사라)’ 열풍이 불고 있는 가운데, 외국인들의 연속 순매도가 언제까지 이어질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1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 투자자들은 지난 9월 3일부터 지난 15일까지 25일 연속으로 삼성전자 주식을 순매도했다. 이로써 지난 2022년 3~4월(25일, 약 5조원)의 역대 최장 연속 순매도 기록과 같아졌다. 2022년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시기로, 전세계적인 물가 급등으로 경기 침체가 생기고 반도체 수급도 부진해 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투심이 나빠졌다. 만약 16일에도 외국인이 삼성전자 주식을 순매도한다면, 26일 연속이 되어 증시 기록을 바꾸게 된다.

그래픽=조선디자인랩 이연주

최근 외국인들이 삼성전자 주식을 팔고 있는 것은 메모리 반도체 업황 부진이 예상되고 있기 때문이다. 증권가는 메모리 반도체 공급 과잉에 따라 판매 가격이 하락세에 접어들었다고 분석하고 있다. AI반도체의 핵심인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에서도 엔비디아 납품 지연이 길어지면서 경쟁력을 잃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연속 순매도 기간 중 금액으로만 보면, 이미 올해 삼성전자는 역대급 기록을 세우고 있는 중이다. 지난 9월 3일부터 10월 15일까지 25일 동안 외국인이 팔아치운 삼성전자(우선주 포함) 규모는 11조3600억원에 달한다. 하루 평균 4400억원이다. 외국인이 내던진 주식은 대부분 개인 투자자들이 받았다. 이 기간 중 개인 투자자의 순매수 1위 종목은 삼성전자(우선주 포함)로, 약 10조7800억원에 달한다. 개인 순매수 2위 종목(한화인더스트리얼솔루션즈, 2309억원)과 비교하면 압도적이다.

그래픽=조선디자인랩 김영재

삼성전자는 글로벌 투자은행인 모건스탠리가 반도체 업황 악화를 이유로 삼성전자 목표가를 10만5000원에서 7만6000원으로 내렸고, 맥쿼리 역시 삼성전자를 ‘병약한 반도체 거인’이라고 부르며 목표가를 12만5000원에서 6만4000원으로 반토막냈다.

주가는 지난 8일 3분기(7~9월) 잠정실적을 발표한 이후인 10~11일 종가 기준으로 5만원대로 떨어지기도 했다. 당시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장인 전영현 부회장이 “시장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성과로 근원적인 기술경쟁력과 회사의 앞날에 대해서까지 걱정을 끼쳤다”면서 이례적인 사과문까지 발표했었다. 15일 삼성전자 종가는 6만1000원이었다.

한편, 16일 오전 삼성전자 주가는 전날보다 3% 가까이 떨어진 5만9400원으로 출발했다. 전날 미국 증시에서 반도체 장비 업체인 ASML의 실적 전망이 실망스럽게 나오면서 외국계 증권사 창구를 통한 매물이 쏟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