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 11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기준금리 결정에 관한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한국은행이 3년 2개월 만에 기준 금리를 인하하자 대출 금리가 내려가 부담을 덜 것으로 기대했던 대출자들이 금리 하락 혜택을 보지 못하고 있다. 통상 기준 금리를 내리면 대출 금리도 낮아질 가능성이 크지만, 현재 은행 대출 금리는 오히려 오르는 추세이기 때문이다.

15일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에 따르면, 혼합형(5년 고정 이후 변동 금리)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연 3.74~6.14%로 집계됐다. 석 달 전인 7월 15일엔 연 2.91~5.68%였지만, 상단과 하단이 각각 6%대와 3%대로 올라섰다. 한은은 11일 기준 금리를 0.25%포인트 내렸는데, 하루 전인 10일(연 3.66~6.06%)과 비교해도 최근 대출 금리는 오히려 소폭 높아졌다.

기준 금리를 내렸는데도, 은행 대출 금리는 왜 오히려 오르는 것일까. 은행 대출 금리는 코픽스(자금조달비용지수), 금융채 등 기준이 되는 시장 금리에 은행들이 자체 산정하는 가산 금리를 더하는 방식으로 정해진다. 그런데 시장 금리와 가산 금리 둘 다 큰 폭으로 떨어지기 어려운 상황이다.

먼저 시장 금리를 보면, 이미 한은이 기준 금리를 내릴 것이라는 기대감이 상당 부분 미리 반영돼 오히려 최근엔 바닥을 찍었다고 보고 오르는 추세다. 주택담보대출 고정 금리 기준 지표로 쓰이는 5년 만기 금융채 금리는 14일 연 3.304%를 기록했다. 이달 초인 2일(연 3.159%)과 비교하면, 0.15%포인트 정도 올랐다. 게다가 기준 금리 인하 후 이날 처음 발표된 9월 신규 취급액 기준 코픽스도 8월(3.36%)보다 0.04%포인트 높은 3.40%로 집계됐다.

은행들이 늘어나는 가계 대출 관리를 위해 이미 높여 놓은 가산 금리를 나서서 내리기도 어렵다. 금융 당국이 가계 대출을 조이라고 요구하기 때문이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기준 금리 인하에도 시장 금리는 이를 선반영해 기준 금리보다 낮은 상태”라며 “가계 부채 위험이 지속되는 경우, 필요한 모든 감독 수단을 활용할 것”이라고 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도 14일 국정감사에서 “저는 은행들이 기본적으로 자산 가운데 부동산 관련 자산(대출)이 차지하는 비율이 과도하게 큰 만큼 이를 줄이는 과정에서 금리 인상이 불가피한 방향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실제 최근 은행들이 대출 금리를 올리는 추세는 계속되고 있다. 5대 은행 주담대 금리가 오르고 있을 뿐만 아니라, SC제일은행은 14일부터 주택담보대출 우대 금리를 0.05~0.25%포인트 축소했다. 우대 금리를 축소하면 최종 대출 금리가 상승하는 효과가 있다.

지난달 전 금융권 가계 대출은 전달보다 5조2000억원 증가했다. 역대급 증가세를 보였던 8월(9조7000억원)보다는 상승 폭이 절반 수준으로 둔화하긴 했지만, 여전히 5조원 넘는 증가세가 이어지고 있다. 은행권 관계자는 “가계 대출을 관리해야 하기 때문에 최소 연말까지는 은행들이 가산 금리를 조정하기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부자가 되고 싶은 당신을 위한 경제지침서 유튜브 ‘조선일보 머니’ 보러가기https://www.youtube.com/@chosunmoney?sub_confirmation=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