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게임즈가 게임 회사 크래프톤 주식을 내놓고 2700억 원을 조달한 후 크래프톤 주가가 계속 올라 속이 쓰린 상황이 됐다. 카카오게임즈는 앞서 8월 크래프톤 주가에 15% 할증을 붙여서 교환사채를 발행했다. 그 후 크래프톤 주가는 20% 가까이 올랐다. 해당 교환사채를 사들인 곳은 이미 평가이익을 보게 됐다.

반면 카카오게임즈 주가는 내리 하락 중이다. 3분기 실적 전망도 어두워 증권가에선 카카오게임즈 목표주가를 내려 잡는 상황이다.

1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카카오게임즈의 2회차 교환사채를 전량 매수한 NH헤지자산운용은 크래프톤 주식 교환가액 기준으로 현재 평가이익을 보고 있다. 15일 크래프톤 주가는 34만500원(종가)으로 이미 주식 교환가격(32만4027원)을 넘어섰다.

해당 교환사채는 카카오게임즈가 크래프톤 보통주 보유분 83만3330주 전량을 교환 대상으로 해 5년 만기로 발행한 것이다. 카카오게임즈는 크래프톤이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하기 전인 2016년부터 해당 주식을 보유하고 있었다. 크래프톤 전체 발행 주식의 1.74%가량이다.

NH헤지자산운용이 250억 원을 투자했고 NH헤지자산운용이 운용 중인 사모투자신탁 5개(NH 앱솔루트 프로젝트 K 일반 사모투자신탁, NH 앱솔루트 리턴 일반 사모투자신탁 제1호, NH 앱솔루트 벤처세컨더리 일반 사모투자신탁, NH 앱솔루트 Mezzanine 일반 사모투자신탁 제5호, NH 앱솔루트 프로젝트 K Plus 일반 사모투자신탁)가 나머지 2450억 원 규모 교환사채를 인수했다.

NH헤지자산운용 측은 교환사채를 주당 32만4027원에 크래프톤 주식으로 교환할 수 있다. 교환가격은 크래프톤 기준주가에 15% 프리미엄을 붙인 가격이다. 교환사채 이자가 0%이기 때문에 NH헤지자산운용은 크래프톤 주가가 교환가격 위로 올라야 주식으로 교환해 시세 차익을 낼 수 있다.

주식 교환은 교환사채 발행 후 한 달 뒤인 9월 19일부터 가능했다. 15일 종가 기준 크래프톤 주가는 주식 교환가격 대비 5% 높은 상태다. 발행 결정 공시일인 8월 6일 크래프톤 종가(28만5500원) 대비로는 19% 상승했다. NH헤지자산운용은 주식 평가차익 발생에도 당장은 주식 교환에 나설 계획은 없는 것으로 전해진다. 카카오게임즈는 매수인인 NH헤지자산운용에 교환사채 콜옵션(매도 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으나, 그 경우 매도를 청구할 수 있는 수량은 교환사채 발행액의 25%로 제한된다.

카카오게임즈는 지속적인 주가 하락으로 기관 투자자들이 차익을 내지 못하고 손을 떼는 상황이다. 카카오게임즈는 지난달 말 1회차 전환사채 잔액 925억 원 중 815억 원 규모를 만기 전 상환했다. 카카오게임즈 주가가 주식 전환가격(5만2100원)에 미치지 못하자 사채권자가 원금 조기 상환 청구권(풋옵션)을 행사한 데 따른 것이다. 해당 전환사채는 카카오게임즈가 2021년 3월 5000억 원 규모로 발행했던 것이다. 대다수 투자자는 카카오게임즈 주가가 2만 원대까지 떨어지자 올해 1월부터 풋옵션을 행사해 원금을 회수했다. 남은 1회차 전환사채는 110억 원 규모다.

향후 실적과 주가 예상을 놓고도 두 회사에 대한 전망이 엇갈린다. 카카오게임즈는 3분기 실적이 예상치에 못 미칠 것이란 예상이 주를 이룬다.

10월 들어 카카오게임즈 기업 분석 보고서를 낸 증권사 세 곳 모두 목표주가를 1만8000~2만1000원 수준으로 하향 조정했다. 남효지 SK증권 애널리스트는 16일 낸 보고서에서 3분기 카카오게임즈 매출이 1877억 원, 영업이익이 13억 원으로, 증권가 컨센서스(평균 전망치)를 밑돌 것으로 예상했다. 본업인 게임 사업의 체력이 약하다고 평가했다. 김현용 현대차증권 애널리스트도 내년 하반기 기대작인 ‘크로노 오디세이’가 출시되기 전까지 실적 공백 장기화가 예상된다고 평했다. 김 애널리스트는 카카오게임즈 투자의견을 마켓퍼폼(매수와 매도의 중간 단계)으로 낮추고 목표주가도 1만9000원으로 내렸다.

크래프톤은 3분기에 대체로 증권가 컨센서스에 부합하는 실적을 내놓을 것으로 전망됐다. 10월 들어 크래프톤 기업 분석 보고서를 낸 증권사 7곳은 크래프톤의 3분기 영업이익이 2500억 원 안팎으로 예상치를 충족할 것으로 봤다.

다만 일부 증권사는 크래프톤 주가가 올 들어 70%가량 오른 만큼 단기적으로 주가 상승 여력은 크지 않다고 봤다. 신한투자증권은 10일 보고서에서 “크래프톤의 양호한 실적이 지속되고 있으나 주가에 이미 빠르게 반영됐다”며 목표주가를 33만 원(당시 주가 32만6000원)으로 유지했다. 키움증권은 11일 “크래프톤이 국내 게임사 중 최고 수준의 기업 가치를 갖고 있지만, 추가 레벨업을 위해서는 대중적 사용자 기반의 트리플A급 콘솔 게임 제작 능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평했다. 키움증권은 크래프톤 목표주가를 37만 원으로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