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직장인들 사이에서 ‘연저펀 재테크’가 확산되고 있다. 연저펀이란 증권사에서 판매하는 ‘연금저축펀드’의 줄임말로, 노후 생활비를 마련하기 위해 가입하는 대표 상품이다. 연 600만원까지 세액공제 혜택이 있어서 매달 50만원씩 자동 불입해 절세 효과를 극대화하려는 사람이 많다.

연금저축은 크게 보험사의 연금저축보험과 증권사의 연금저축펀드로 양분된다(은행 연금저축신탁은 신규 가입 불가). 기존 주류 상품은 보험사 연금저축보험이었다. 전체 적립금의 68%를 차지한다. 하지만 부진한 수익률에 실망한 가입자들이 최근 고수익 상품으로 눈을 돌리면서 시장 구도가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16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연금저축 신규 가입자 10명 중 9명은 연저펀을 선택하고 있다.

연저펀 인기는 가입 건수 추이에서도 뚜렷하게 드러난다. 2019년만 해도 연금저축보험 가입 건수는 482만건에 달했지만 작년 말 428만건으로 11% 줄었다. 반면 연금저축펀드는 같은 기간 94만건에서 374만건으로 4년 새 298% 늘면서 폭풍 성장했다.

그래픽=백형선

✅20년 후 연금액 2억원 차이

오래 전에 연금저축보험에 가입했지만 낮은 수익률에 불만을 느끼는 사람들이 연금저축펀드(연저펀)로 환승하는 수요도 높아지고 있다.

조미옥 삼성증권 연금마케팅팀장은 “증권사에서 연금저축 계좌를 만들어 계좌 이전 신청을 하면, 보험사 연금저축보험이 현금화되어 새 계좌로 옮겨진다”면서 “해지가 아니라 동일인 계좌 간 이동이므로 과세 불이익은 전혀 없다”고 말했다. 연금저축은 55세 이전에 해지하면 그 동안 받은 세액공제 혜택을 전부 뱉어내야 하지만, 연금 계좌 갈아타기로 처리하면 문제가 없다.

복잡한 계좌 이전 절차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연금저축보험에서 연금저축펀드로 갈아타는 이유는 수익률 격차가 크기 때문이다.

16일 NH투자증권에 의뢰해 매년 600만원씩 연금저축보험(3%)과 연금저축펀드에서 미국 대표 지수(S&P500 10년 평균 수익률 11%)에 불입하는 경우를 비교해 봤다. 그랬더니 10년 후 연금저축보험 적립액은 6878만원인 데 반해, 연금저축펀드는 1억원에 달했다. 시간이 흐를수록 격차는 더욱 커져서 20년 뒤 연금저축보험 적립액이 1억1622만원이 되었을 때 연금저축펀드는 3억8522만원으로 불어났다. 복리 효과는 시간이 흐를수록 더 강력해지기 때문에 수익률이 높은 연금저축펀드를 선택하는 쪽이 은퇴 자산 축적에 훨씬 유리한 것이다.

김진웅 NH투자증권 100세시대연구소장은 “연금은 장기로 운용하는데 너무 보수적으로 운용하면 노후 자산 마련에 한계가 생긴다”면서 “안전성과 수익성을 고려하는 절충형 포트폴리오가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그래픽=조선디자인랩 김영재

✅50대를 위한 추천 포트폴리오

보험사 연금저축보험과 달리, 증권사 연금저축펀드는 투자자가 스스로 주식·채권형 펀드나 상장지수펀드(ETF) 등에서 적당한 상품을 골라 운용해야 한다. 조미옥 팀장은 “예전에는 특정 상품에 장기간 묻어놓는 것이 트렌드였지만 지금은 시장 상황에 맞춰 포트폴리오를 적극적으로 조정하는 투자자가 많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50대 직장인이 연저펀에 5000만원을 갖고 있다면, 포트폴리오는 어떻게 꾸리면 좋을까(최근 NH투자증권 조사에 따르면, 50대의 직장인 가구의 연금저축 적립액 평균은 4444만원이었다).

삼성증권은 글로벌 금리 인하기에 수혜를 입을 수 있는 중장기 만기 채권 ETF 매입을 추천했다. 채권 가격은 금리와 반대로 움직이기 때문에 금리가 내릴 수록 가격이 올라 차익이 생긴다. 만약 목돈을 한꺼번에 매수하는 데에 부담을 느낀다면, 최근 출시된 ETF 모으기 서비스(적립식 형태로 꾸준히 매수)를 활용하라고 추천했다.

NH투자증권은 안정적인 수익률을 올리기 위해 연 4% 안팎 수익이 기대되는 국내 만기 매칭형 채권 ETF에 40% 투자하고, 미국 고배당주·커버드콜 ETF에 30%, 그리고 나머지 30%는 부동산(리츠·인프라) ETF에 투자하는 방법을 제안했다.

혼자서 포트폴리오를 꾸리는 것이 고민이라면, 미래에셋증권의 ‘개인 연금 랩’이 대안이다. 시장 상황에 맞게 전문가가 알아서 펀드를 8~10개 편입해 굴려 주는데, 별도 관리 수수료가 없다는 게 장점이다. 위험 자산 편입 비율에 따라 4가지 유형 중에서 고를 수 있다. 지난 2022년에 처음 출시됐는데 9월 말까지 1873억원 규모로 커졌다.

🤩연금저축펀드로 노후 대비를 적극적으로 하는 직장인들이 늘고 있다고 해요. 회사일에 바쁜 사람들을 위한 ‘ETF 모으기’ 서비스나 ‘개인 연금 랩’ 같은 상품도 괜찮아 보여요. [왕개미연구소]를 구독하시면 과거 기사들을 한눈에 보실 수 있어요. 주소는 www.chosun.com/tag/a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