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 전경

KB국민·신한·하나·우리 등 국내 4대 은행의 담보인정비율(LTV) 담합 의혹에 대한 공정거래위원회의 징계 수위가 이르면 12월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관련 업계에선 담합으로 최종 결론이 날 경우 수천억원의 과징금이 나올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은행들은 막판까지 법리적 대응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공정위는 이르면 다음 달 중 4대 은행을 대상으로 LTV 담합 혐의에 대한 최종 소명 절차를 진행할 계획이다. 소명 절차가 끝나면 12월 중 전원회의를 열어 LTV 담합 의혹 안건을 상정할 것으로 보인다.

공정위는 4대 은행이 7500개에 달하는 LTV 자료를 공유하는 방식으로 담합을 벌여 대출 소비자의 이익을 침해했다고 보고 있다. LTV는 은행이 부동산을 담보로 돈을 빌려줄 때 대출 가능한 한도를 나타내는 비율이다. 4대 은행이 정보 공유를 통해 LTV를 비슷한 수준으로 낮게 책정하면서 전체적으로 대출 금리를 밀어 올리는 효과가 있었다는 것이 공정위의 판단이다. 소비자는 보수적인 LTV 산정으로 대출 한도가 줄어드는 만큼 신용대출 등 높은 금리의 대출을 받아야 한다.

공정거래법에 따르면 기업들이 사업과 관련된 정보를 주고받아 공정 거래를 제한하는 행위는 ‘부당 공동행위’에 해당한다. 이번 LTV 담합 의혹은 사업자 간 정보 교환 행위를 담합으로 제재하는 첫 사례다. 업계에선 공정위 전원회의에서 담합으로 최종 결론이 날 경우 수천억원대 과징금이 부과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은 지난 6일 방송에 출연해 “2020년 공정거래법 개정으로 중요 정보를 교환하는 담합도 위법으로 보는 법적 근거가 마련됐다”며 “은행의 담보인정비율은 부동산 위치, 종류에 따라 천차만별이고 중요한 가격 정보인데 이 부분을 교환해 비율을 정하는 것은 가격 담합으로 볼 여지가 있다”고 했다.

각 은행들은 지난 1월 공정위로부터 심사보고서를 받은 직후부터 대형 로펌을 선정하고 소명에 나서고 있다. 지난 4월 소명 자료를 제출하고 이후 공정위 보고서에 대한 반박 의견서를 7차례 제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왼쪽부터)국민은행, 신한은행, 우리은행, 하나은행 사옥 전경

이번 LTV 담합의 핵심 쟁점은 은행들이 부당 이득을 얻었는지 여부다. 은행들은 업무 차원에서 관행적으로 이뤄진 정보 공유일 뿐 담합이 아니라고 소명하고 있다. 정보 공유가 이뤄진 후에도 은행별 LTV는 다소 차이를 보였으며, 이에 따라 경쟁이 제한된 측면도 없다는 입장이다. 특히 LTV를 낮추면 대출 한도가 줄어들기 때문에 담합으로 은행들이 얻을 이익이 없다고 항변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권 관계자는 “담합을 통해 은행권이 얻을 이득이 전혀 없다는 점을 법리적으로 계속 해명한 것으로 안다”며 “공정위가 LTV 담합으로 은행들이 얻었을 이익과 시장에 미치는 영향 등을 분석한 보고서가 있었는데 이에 대해 적극적으로 소명을 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