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4년 10월 17일 17시 12분 조선비즈 머니무브(MM) 사이트에 표출됐습니다.

상장에 도전하는 제약·바이오 기업이 늘고 있다. 올해 들어 10월 현재까지 12개 기업이 주식시장에 입성, 지난해 제약·바이오 신규 상장 규모와 동률을 이뤘다. 의료에 기술을 더한 메디테크 기업의 잇따른 상장 도전에 금리 인하 훈풍까지 겹치면서다.

1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3월 오상헬스케어를 시작으로 올해 들어 10월 현재까지 총 12곳 제약·바이오 기업이 상장(스팩 상장 제외)했다. 한국거래소의 상장 심사 승인을 획득한 후 공모 절차 시작을 앞뒀거나 진행 중인 기업만 해도 9곳으로 집계됐다.

작년만 해도 제약·바이오 신규 상장 기업 수는 12곳에 그쳤다. 제약·바이오 기업은 2019년과 2020년 30곳 가까운 기업이 상장하며 공모 시장을 주도했지만, 임상 중단 및 실패에 기준금리까지 오르면서 2021년 19곳, 2022년 13곳 등으로 줄었다.

올해 제약·바이오 기업 신규 상장은 일명 메디테크 기업이 주도하고 있다. 메디테크는 ‘메디컬 테크놀로지(Medical Technology)’의 줄임말로, 환자 진단·치료를 보조하는 기술을 일컫는다. 12곳 신규 상장 기업 중 5곳 기업이 메디테크 기업으로 집계됐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제약·바이오 기업의 신규 상장이 쉽지 않았던 건 연구개발 임상 등으로 들어가야 하는 돈은 많은데 버는 돈은 없다는 점 때문이었다”면서 “검사 설루션이나 의료기기를 선보이는 메디테크는 대부분 제품 판매로 돈을 벌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5월 미국 의료기기 기업 메드트로닉이 이오플로우 인수를 추진한 것도 국내 메디테크 기업을 향한 투자자 관심이 높아지는데 영향을 미쳤다. 이오플로우는 웨어러블 인슐린 펌프 ‘이오패치’를 주력으로 하는 메디테크 기업으로 지난해 66억원 매출을 올리기도 했다.

신약 개발 제약·바이오 기업의 상장 도전도 다시 시작하는 모양새다. 당장 항암제 개발 기업인 오름테라퓨틱이 지난 9월 한국거래소 상장 심사 문턱을 넘으며 신규 상장 대열에 합류했고, 궤양용제 개발사인 온코닉테라퓨틱스도 공모 절차에 돌입했다.

그래픽=정서희

미국 연방준비제도에 이어 한국은행도 기준금리 인하에 나서면서 제약·바이오 기업 투자 심리가 살아났다. 제약·바이오는 제품 출시까지 막대한 돈이 들어가는 데 금리가 내리면 자금 조달 비용을 줄일 수 있어 금리 인하 수혜주로 통한다.

제약·바이오 기업들의 상장 도전이 늘면서 벤처캐피털(VC)들의 회수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보호예수 기간 만료 후 보유 주식 매도 가능 시점에는 주가가 하락해 투자금 회수에 어려움을 겪는 곳이 많았으나 최근엔 제약·바이오주 주가가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시장에선 올해 제약·바이오주 신규 상장 기업 수가 약 20곳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9월까지 상장 예비심사를 통과한 제약·바이오 기업만 해도 18곳으로 집계됐다. 여기에 지난 10일 온코테라퓨틱스가 심사 승인을 획득하며 공모 절차를 앞뒀다.

공모주에 주로 투자하는 한 자산운용사 대표는 “하반기 공모주 시장을 향한 투자자 관심이 줄었지만, 제약·바이오 업종에서는 분위기가 다르다”면서 “기준금리 인하에 비만치료제 호재까지 겹치며 제약·바이오가 성장주로 다시 주목받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