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14~18일) 코스피 지수는 일주일 내내 힘겹게 지켜오던 2600선 밑으로 결국 내려갔다. 외국인의 ‘팔자’가 계속된 탓인데, 특히 반도체 대장주이자 시가총액 1위인 삼성전자에 매도세가 이어졌다. 코스닥 지수도 테슬라 로보택시 공개 이후 이차전지 업종의 약세로 한 주 만에 2.3% 하락했다.
이번 주(21~25일)는 주요 기업들의 실적 발표가 잇달아 예정돼 있다. 최근 공개된 삼성전자의 3분기 잠정 실적이 ‘어닝쇼크’를 일으키면서 투자심리가 위축된 상황이다. 이에 다음 타자인 SK하이닉스가 반도체 업황과 더불어 국내 증시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증권사들은 24일 발표될 SK하이닉스의 3분기 실적이 증권사 평균 전망치를 웃돌 것으로 보고 있다. SK하이닉스의 3분기 매출은 18조~19조원, 영업이익은 6조9000억~7조원으로 예상되고 있다. 한 달 전까지만 해도 증권사들은 SK하이닉스의 3분기 영업이익 전망치를 6조원대로 잡았지만, 최근 7조원대로 올렸다. SK하이닉스가 사실상 독점하고 있는 5세대 HBM(고대역폭메모리)인 HBM3E 덕분이다.
또 23일 JB금융지주, 24일 KB금융, 25일 신한지주 등 주요 금융지주가 연이어 실적을 발표한다. 대장주인 KB금융은 3분기 실적과 함께 ‘밸류업’ 관련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내놓을 전망이다. 자사주 매입·소각의 기준이 될 목표 주가순자산비율(PBR)의 상향과 주주환원율 확대 등이 포함될 것으로 예상됐다.
이외에도 23일 LG디스플레이, 삼성바이오로직스가 각각 3분기 실적을 공개한다. 24일엔 현대차와 포스코퓨처엠도 실적 발표를 진행하고, 25일엔 기아와 삼성물산 등이 성적표를 내놓을 예정이다.
다만 전문가들은 실적 전망이 양호한 기업을 선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에서는 현재까지 실적을 공개한 기업 중 79%가 시장 예상치를 웃돈 성적을 내놓은 반면 한국 기업 전망치는 내려가고 있다. 미국에서는 22일 알파벳을 비롯해 23일 테슬라, 24일 아마존 등 빅테크 기업의 실적이 발표된다.
김영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3분기 코스피 순이익 전망치는 최근 2주간 0.5% 하향 조정됐다“며 ”반도체 업종의 실적 회복 기대가 낮아지고 수출 기업들의 환율 환경이 불리해진 탓“이라고 했다. 이어 ”최근 2주간 3분기와 4분기 순이익 전망치가 모두 상향 조정된 업종은 유틸리티, 통신, 증권, 조선, 상사·자본재”라고 덧붙였다.
이번 주는 미국에서 특별히 우리나라 증시에 영향을 미칠만한 지표가 많지 않다. 23일(현지 시각)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경제 동향 보고서인 베이지북을 공개한다. 계속된 금리 인하가 가능할지, 인플레이션 우려는 일시적인 것일지 등 경제지표에 대한 연준의 해석을 짚어볼 수 있다.
24일엔 한국은행이 3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속보치를 발표할 예정이다. 시장 안팎에서는 우리나라의 3분기 GDP 성장률이 0.5% 내외 수준을 기록할 것이란 전망이 높다. 앞서 우리나라 성장률은 올해 1분기 1.3%로 깜짝 성장을 거뒀지만 2분기에는 마이너스(-) 0.2%로 역성장했다.
일각에선 사실상 경제가 침체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박상현 iM증권 연구원은 “한은도 내수 부진에 대한 우려를 분명하게 표시했고 지금 건설경기와 소비가 회복할 수 있는 동력 자체가 없다”며 “금리를 내렸다고 해도 소비를 자극하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