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 투자자가 올해 10월 들어 국내 주식시장에서 많이 사들인 종목 10개 중 7개꼴로 주가가 하락한 것으로 집계됐다. 국내 증시가 주요국 가운데 전쟁 중인 러시아를 제외하면 가장 부진한 가운데 손실 투자자가 갈수록 늘어나는 것으로 보인다.

2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개인이 이달 들어 지난 18일까지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에서 순매수한 종목은 총 1697개다. 이 가운데 73.9%(1254개)가 지난달 말보다 주가가 하락했다. 주가 하락률은 평균 6.2%로,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 하락률(0.02%)이나 코스닥지수 하락률(1.4%)을 밑돌았다.

일러스트=챗GPT

이달 개인의 순매수 규모가 컸던 100개 종목으로 좁혀봐도 성적표가 좋지 않았다. 100개 종목 가운데 86개의 주가가 내렸다. 평균 주가 하락률은 5.7%로 역시 같은 기간 코스피·코스닥지수보다 낙폭이 컸다.

개인이 이달 가장 많이 순매수한 종목은 삼성전자다. 개인은 지난 2일부터 18일까지 삼성전자 주식 2조8430억원어치를 ‘사자’에 나섰다. 삼성전자가 이른바 ‘5만전자’까지 밀리면서 저가 매수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삼성전자 주가 수익률은 이달 기준 -3.74%로 부진하다.

삼성전자가 인공지능(AI) 핵심 반도체인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에서 쳐지면서 좀처럼 주가가 반등하지 못하고 있다. 수급도 좋지 않다. 외국인은 지난달 3일부터 28거래일 연속 삼성전자 주식을 순매도하면서 역대 최장 연속 순매도 기록을 연일 새로 쓰고 있다.

개인의 순매수 규모가 컸던 기아, POSCO홀딩스, 삼성SDI, 삼성전자우, 현대차 등도 이달 들어 주가가 내림세를 보였다. 삼성SDI와 POSCO홀딩스 주가 하락률은 각각 12.81%, 10.39%에 달했다.

물론 개인이 ‘사자’에 나선 주식 중 평가이익을 기대할 종목도 소수지만 있었다. 한화인더스트리얼솔루션즈가 대표적이다. 개인은 이달 들어 한화인더스트리얼솔루션즈 주식 1420억원어치를 순매수했는데 같은 기간 주가가 19.22% 올랐다. 한화인더스트리얼솔루션즈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에서 인적분할한 뒤 지난달 27일 유가증권시장에 새로 상장했다.

다만 한화인더스트리얼솔루션즈 주가 변동 폭이 크다. 한화인더스트리얼솔루션즈는 지난 17일과 18일 2거래일 만에 주가가 16.1% 빠지기도 했다. 한화인더스트리얼솔루션즈 산하 100% 자회사 한화정밀기계가 SK하이닉스의 HBM 제조용 TC본더 퀄테스트(최종 신뢰성 평가)를 통과하지 못했다는 한 매체 보도가 나온 영향이 컸다. 한화정밀기계는 “보도 내용은 사실무근이고 테스트가 순조롭게 진행 중”이라고 반박했다.

개인의 바이오업종 투자도 성공적일 가능성이 커졌다. 금리 인하, 미국 생물보안법, 비만 치료제 ‘위고비’ 등의 호재가 맞물린 덕분이다. 이달 개인의 순매수 규모가 컸던 휴젤, 유한양행, 삼일제약, 리가켐바이오의 주가가 모두 오름세를 탔다. 리가켐바이오는 25.53%, 휴젤은 18.79%, 삼일제약 10.12%, 유한양행 8.91% 등 주가 상승률도 높았다.